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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잘못되면 재판부가 책임 질 건가"

[기자의 눈] '상식'에서 엇나간 새만금 판결

새만금 간척 사업과 관련해 사법부가 사실상 농림부의 손을 높이 들어줬다. 이를 계기로 농림부와 전라북도는 남아 있는 2.7㎞ 구간에 대한 물막이 공사를 2006년 상반기 안에 마칠 예정이어서 환경단체의 대법원 상고와 관계없이 극심한 사회 갈등이 또 한 차례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같은 갈등상을 예상했는지 지난 15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김지하 시인,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등 각계 인사 350여 명은 구욱서 부장판사를 비롯한 재판부에 선고 연기와 조정 권고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런 의견서를 받아들이지 않고 예정된 선고를 강행했다.

***3년 고심 끝에 내려진 1심…불과 10개월 만에 뒤집어**

이번 2심 재판부의 선고 내용을 상세히 살펴보면 당혹스럽기만 하다. 3년이 넘는 심리 과정을 거친 1심 판결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1심 재판부는 농림부, 전라북도, 환경단체 등 관계자뿐만 아니라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검토한 뒤 '농지조성을 목적으로 한 새만금 사업의 목적과 방식을 재검토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었다.

10개월 정도의 심리 기간을 거친 2심 재판부는 이런 1심 판결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쌀의 안정적 생산을 위해 우량 농지가 필요하다'는 농림부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수용했다. 1심 재판부가 '재평가'에 무게를 둔 '갯벌의 가치'에 대해서도, 또 환경오염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완전히 귀를 닫았다.

특히 2심 재판부는 "공사의 진척 정도 및 투입된 공사 비용을 고려할 때 사업 자체를 취소할 명분이 없다"고 적시했다. 90% 이상 진행된 방조제 공사와 수조 원의 공사 비용이 농림부의 손을 들어준 가장 큰 이유임을 재판부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2심 재판부의 논리는 궁색하기 짝이 없다.

***불과 50%도 진행 안 돼…앞으로 들어가 천문학적 비용은 누가 감당하나**

2심 재판부도 상세히 검토했겠지만 이번 판결은 이미 1심 재판부에 의해 조목조목 반박됐던 내용이다.

우선 '공사의 진척 정도'를 고려할 때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을 살펴보자. 새만금 사업은 방조제 공사뿐만 아니라 간척지와 담수호 조성, 담수호 수질 개선 등 크게 3가지로 구성된다. 현재 방조제 공사는 90% 가까이 진행됐지만 전체 사업을 염두에 둔다면 채 50%도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비용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새만금 사업에 수조 원의 비용이 들어갔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일단 새만금 간척사업 공정이 끝났을 때 수질 관리의 문제는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1심 재판부의 강영호 부장판사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자.

"새만금 사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간척지와 담수호의 면적은 서울시 면적의 63%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새만금 담수호가 얼마나 큰지를 염두에 둔다면 이 담수호의 수질 관리가 얼마나 어려운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해결이 어려운지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새만금 간척사업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다음 세대에게 전가될 수 있는 것이다. 시화호의 경우 천문학적인 액수의 세금이 투입됐지만 결국 담수호를 조성하는 데 실패해 해수를 유통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 누가 책임을 졌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농지 없애면서 '농지 조성' 위해 멀쩡한 갯벌 없애겠다니…**

재판부가 모처럼 식량 자급률이 30%도 되지 않는 현실을 언급하며 '쌀의 안정적 생산을 위해 우량 농지가 필요하다'는 언급을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그 이면까지 제대로 짚었다.

지난 1월 1심 재판부는 판결에 앞서 양측에 내놓은 조정 권고문에서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전북 지역에서 '멀쩡한 갯벌을 파괴해 농지를 대규모로 만들어준다'는 공약이 환영 받은 것은 전북 주민들이 이를 '전북 발전' 공약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애초에 새만금 간척 사업의 목적은 '전북 발전'이지 '농지 조성'이 결코 아니었다는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이어 "전북도가 일단 농림부의 '농지 조성' 주장에 동조하는 것도 일단 방조제가 완성될 때까지 본심을 감추고 있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만약 새만금 간척지가 공업 단지, 관광 단지, 항만으로 개발된다면 농림부는 새만금 간척사업의 주관 부서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북도와 농림부의 '기묘한 동맹'의 허상을 정확히 짚은 것이었다.

더 나아가 이 재판부는 "농림부는 당초 농지 조성이 목적이었던 김포 매립지가 농사만으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자 결국 용도 변경을 주장해 이를 관철시켰다"며 "애써 간척해 놓은 농경지는 다른 용도로 전용해 없애려고 하면서 식량 자급을 위해 새로운 간척지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자기모순"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2심 재판부, 나중에 새만금 간척사업 부작용 책임 질 건가**

이같은 1심 재판부의 주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굳이 '갯벌의 가치'나 해양 생태계 파괴 등 환경에 기반들 둔 가치 판단 없이도 새만금 간척사업이 얼마나 큰 문제를 안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더구나 이 사업이 그 시작부터 노태우 정권 이래 역대 정권에 의해 정치적 목적에 활용돼 왔다는 것은 전 국민이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2심 재판부는 이 허점투성이 농림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사회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조정의 기회를 마련해달라는 시민사회의 요구도 외면했다.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시화호와 달리 새만금 간척사업이 나중에 책임추궁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되면 이렇게 상식에서 한참 엇나간 2심 재판부를 '역사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지도 모른다. 한번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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