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X파일' 사건이 불거진 후 미국에 머물고 있는 이건희 회장이 오는 22일로 청와대에서 열릴 예정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보고대회'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삼성그룹 관계자가 13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 회장은 청와대 회의에 참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행사에 불참하는 데 따른 부담이 크지만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이 회장이 회의에 참석할 입장이 못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의 청와대 회의 불참 이유는 미국에서 막내딸 윤형 씨를 잃은 이후 심신이 극도로 지치고 허약해졌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된다"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미국 체류가 벌써 3개월을 넘어섰고 연말연시를 맞아 삼성 안팎의 현안이 산적한데다 'X파일' 사건 수사에서 불기소 처분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알려져 귀국여건이 조성된 점을 들어 이 회장이 이르면 이번주 말 늦어도 다음조 초까지는 귀국해 청와대 회의에 참석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다.
삼성그룹은 이 회장의 귀국 여부에 대한 각 언론사의 확인 요청에 대해 "확정된 것이 없다"고 답변했으나 일부 매체가 그의 귀국을 단정적으로 보도하자 그룹 구조조정본부의 내부 의견조율을 거쳐 이같은 보도내용을 부인했다.
이 회장이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청와대 회의에 불참하기로 한 데는 삼성그룹 관계자가 짐작한 것처럼 마음의 상처 탓도 있겠지만 'X파일' 사건이 일단락되더라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배정 사건 수사가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등 귀국여건이 충분히 조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재계 일각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재계의 일부 관계자들은 삼성그룹측이 이 회장의 청와대 회의 불참 사유를 설득력 있게 해명하지 않을 경우 정부와 삼성의 관계가 악화되고 이에 따라 이 회장의 해외체류가 예상 밖으로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 회장은 'X파일'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9월4일 폐암 치료에 따른 정밀진단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후 귀국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 체류 중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막내딸 윤형 씨가 자살하는 사건을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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