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국노…. 당신을 응징하기 위해 한국 젊은이들이 당신과 당신 가족 해꼬지 할려고 피츠버그로 간다는 말이 들립니다. 부디 밤길 조심하시고 애들 테러 안 당하게 조심하세요…. 매국노 이형기, 아니 미국 넘 하워드 이 박사. ㅋㅋㅋ. 너 같은 넘 한국에 들어오면 칼 맞아 데집니다. ㅋㅋㅋ. (di○○○○○@naver.com)"
***'협박'을 남발하는 네티즌 문화에는 분연히 맞서야**
김선종 연구원의 줄기세포 사진 관련 기사가 YTN의 전파를 탄 어제(10일), 필자가 받았던 20여 통의 협박성 이메일 중 하나에 담겨 있던 내용이다. 섬뜩한 협박도 생경했지만 자신의 평생과도 바꾸어야 할지 모르는 폭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사할 수 있다고 여기는 젊은이들이 우리나라에 많이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필자는 일일이 이메일을 보낸 분들에게 지금 이러한 행위가 범죄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정중히 질문하는 답장을 보내며, 경찰청 사이버 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첨언을 잊지 않았다. 사실 '비겁함'이란 용어 이외에 익명의 장막 뒤에 숨어서 돌을 던지는 이러한 행위를 기술할 수 있는 더 적절한 말을 필자는 알지 못한다. 동시에 분연히 대응하는 것이 이러한 범죄 행위에 맞서는 최선의 방법임을 확신한다.
분명히 해야 할 사실이 있다. 필자는 김선종 연구원과는 일면식도 없다. 물론 이전에도 통신 수단을 이용해 서로 교신을 주고받은 적이 없다. 따라서 김선종 연구원이 필자를 만난 적이 없다는 YTN의 보도는 옳으나, 그 때문에 줄기세포 사진이 부풀려졌다는 정보의 진정성이 폄훼된다는 논리는 매우 해괴하며 악의적이기까지 하다. 필자는 별도의 정보원으로부터 이 내용을 들었으며, 그 정보원의 신상은 보호돼야 한다.
***YTN의 비겁하고 거짓된 보도 행태는 더 심각한 문제**
정말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과정에서 보여 준 YTN의 비겁하며 거짓된 보도 행태다. 며칠 전 필자는, 바이러스 오염 혈액 건으로 취재 도움을 드린 바 있던 YTN의 한 기자로부터 '진실이 무엇인지 혼란스럽고 이럴수록 침착하게 진실을 보는 용기와 혜안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사신(私信)'을 받았다. 그는 이어 '최근 황우석 교수 사태와 관련해 YTN의 보도 행태를 있는 그대로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명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무엇인가 이 분은 기자로서의 사명과 환경에 의해 결정된 한계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필자는 다음과 같이 솔직하게 생각을 전해 드렸다.
"(…) YTN은 마지막 순간에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함으로써 저와 OOO 기자님의 조국인 한국을 부도덕하며 윤리의식을 갖추지 못한, 그냥 돈 좀 있는 졸부쯤으로 전 세계인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훗날 사람들은 이 사실을 문제 삼을 것입니다. MBC도 언론으로서 할 일을 했고 무리한 취재 과정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YTN도 물론 언론으로서 할 일을 하셨지만 어디에 진실이 있었는지를 심사숙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중에 이 문제에 대해 해명을 요청받게 될 경우, 그 위중함은 〈PD수첩〉이 지금 겪고 있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것입니다. 감추고 숨긴 것이 들어나지 않는 법이 없습니다. (…)"
이 메일의 내용 가운데 김선종 연구원의 사진 관련 정보는, 진실을 밝히려던 〈PD수첩〉을 한 순간에 낙마시킨 YTN의 보도가 왜 공정성을 잃은 것인지를 설명하기 위해 삽입됐다. 물론 이는 적어도 필자가 이 분에게 갖고 있던 신의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답신을 받은 그 기자께서는 솔직한 의견을 말해 준 것에 감사했다. 그리고 YTN이 이 문제를 앞으로 올바르게 풀어가는 것을 지켜봐 달라고 요청했다.
정작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한국 시각으로 지난 토요일 오전 YTN의 그 기자가 필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줄기세포 사진의 수를 부풀렸다고 말한 김선종 연구원의 '중대 증언'을 기사로 쓸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필자는 곧 피츠버그 의대의 조사가 진행될 상황에서 이러한 정보가 같은 학교에 적을 둔 필자를 통해 미리 언론에 알려지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조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이므로 절대로 허락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그 순간에 이미 YTN의 화면에는 필자가 이메일을 통해 이 사실을 밝혔다는 특종 보도가 올라오고 있었다.
허탈했고 분노가 치밀어 올라 왔다. 인터뷰가 아닌 사적인 이메일을 필자의 엄정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비윤리적'으로 보도한 이들은 과연 누구인가? 바로 〈PD수첩〉의 취재윤리를 문제 삼아 이 사건의 본질을 왜곡시킨 바 있던 YTN이 아니던가?
***'허위 사실'을 보도한 YTN**
더 기가 막힌 것은 잠시 후 갑자기 무슨 사고라도 난 듯이 관련 기사를 삭제하고, 몇 시간이 지난 뒤 이제 아예 김선종 연구원이 필자를 만난 적이 없기 때문에 필자의 주장이 옳지 않다는 식으로 기사를 정정해 올린 사실이었다.
필자가 YTN의 그 기자에게 보낸 답신에서도 말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이들은 필자에게 이러한 정보를 준 사람이 김선종 연구원이라고 지레 짐작할 수 있었을까? 도대체 YTN에는 필자가 김선종 연구원을 만난 적이 없다는 사실과 줄기세포 사진 수 조작 의혹의 진위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이 기초적인 논리의 상관성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만 있다는 말인가?
몇 주 전 안규리 교수의 미국 출장길에 왜 YTN만이 동행 취재에 나서게 됐는지, 또 당시 피츠버그에 10여 명의 워싱턴 및 뉴욕 특파원들이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김선종 연구원이 경찰 보호를 요청하면서도 왜 YTN의 인터뷰에만 응했는지 등은 모두 진술의 진위와는 관계없이 의심을 살 만한 행동이었다.
이러한 의심은 이번 YTN의 기사 게재 해프닝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그 뛰어난 정보력을 갖고 있는, 난다 긴다 하는 국내 톱 언론사의 기자 중 아무도 연락처를 알지 못하고 있는 김선종 연구원을, 어떻게 논리학의 기본을 다시 뒤적여 봐야 하는 YTN의 기자들만 찾아내 인터뷰까지 따 올 수 있었을까? 그것도 단 몇 시간 내에 말이다.
***'보도 윤리'는 누가 짓밟았는가?**
필자는 YTN에게 정식으로 엄중히 요청한다. 개인적인 이메일 내용을 만류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허락을 요청하는 그 순간에 기사화한 과정을 정식으로 해명하고 사과하라. 또한 김선종 연구원이 아닌 다른 정보원으로부터 줄기세포 사진 의혹을 전해 받은 저간의 사정도 모른 채 김선종 연구원이 단지 필자를 만난 적이 없다는 이유 때문에 필자의 주장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오도한 기사를 삭제하고 사과하라.
이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의혹을 밝혀 국민이 진실에 접근하도록 조력해야 할 성실한 의무를 방기한 채 비열하고 치졸한 방법으로 보도 윤리를 짓밟은 YTN이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필자는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에 의존할 것이다.
이메일을 통한 언어폭력이 범죄임을 상기시킨 필자의 답신에, 관련한 협박성 이메일을 보냈던 사람은 곧 이렇게 답신을 보내 왔다.
"넘 화가 나서…. 실례한 거 같네여…. 제가 죄송하게 됐네여. 사과드립니다. 경찰청 수사는 취소시켜 주세여. 제가 다시는 그런 장난 안 칠께여…."
아, 이 존재의 가벼움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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