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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인 한국경제, '개방적 민족경제론'으로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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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인 한국경제, '개방적 민족경제론'으로 풀자

박현채 10주기 기념 학술대회에서 정건화 교수가 제안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구조변화를 평가하는 진보진영의 견해가 시장, 재벌, 외국자본, 민중 등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로 갈라져 경제현실을 지배하는 지배담론에 맞서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진보진영은 외환위기 이후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신대 정건화 교수는 2일 서울 성공회대학교에서 한국사회과학연구소, 한국사회경제학회, 한국산업노동학회, 대안연대 공동주최로 고 박현채 선생 10주기 추모행사를 겸해 열린 '제2회 사회경제학계 공동학술대회'에서 "넓은 의미에서 진보진영에 속하는 논의들은 '시장주도 규율강화론', '재벌개혁론', '국민경제 위기론', '민중생존권 위기론'의 네 가지로 대별된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표: 이메일로 보냈음〉

정 교수는 이 네 가지 관점들은 공통되는 측면도 있지만 한국경제의 문제점에 대처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차원에서 서로 현격한 입장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진보적 사회경제학계의 현주소에 대해 "현실을 주도하는 지배담론에 대해 각론에서 맞서고 총론적으로 대안을 제시할 대항담론이 뚜렷하게 존재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한국사회는 한편으로는 외국자본과 특정 재벌의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다른 한편으로 고용불안과 사회의 양극화 역시 전례 없이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으며, 한반도는 여전히 지구상에서 전쟁발발의 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뚜렷한 대항담론의 부재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족경제론'을 '개방적 민족경제론'으로 재구성하자**

정 교수는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실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박현채와 민족경제론의 부활'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면서 진보진영의 대항담론을 구축하는 방안으로 박현채의 '민족경제론'을 글로벌 시대 한국경제의 새로운 발전전망을 갖춘 '개방적 민족경제론'으로 재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정 교수는 이어 "과거 자립적 민족경제의 확립을 추구한 민족경제론적 과제는 대외전략의 측면에서 '글로벌 시대의 개방적 민족경제적 지향으로 계승돼야 한다"며 "박현채의 민족경제론을 계승하는 21세기 한국경제의 대안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원칙은 '직접적 생산자 대중의 사회적 참여 확대와 삶의 조건 개선'"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이같은 제안을 하는 이유에 대한 부연설명에서 정 교수는 "박정희 모델로 불리는 개발국가 모형에 대한 대항담론이었던 민족경제론은 이제 당위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현실적 대안의 차원에서 글로벌 시대의 민족경제론으로 거듭나고 풍부해져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시장의 요구 외에 사회의 요구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국가의 역할을 새로이 규정하기 △시장효율성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시장을 넘어서려는 사고를 하고 그런 의지를 갖추기 △시장과 국가 외에 존재하는 제3의 영역인 지역과 공동체를 중시하기 △세계화와 개방이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정책과 양립할 수 있다는 적극적 태도를 갖춘 개방형 민족경제를 구상하기 등 네 가지를 대안 모색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양극화의 극복도 새로운 민족경제론의 중요한 과제**

이어 정 교수는 "고 박현채 선생이 말한 '민족적인 것의 계급적 프리즘을 통한 발현'이라는 문제의식에서 보자면, 한국사회가 글로벌 자본주의 시스템 내에서 나름대로 안정적인 국민경제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힘겨운 과제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대다수 사회구성원, 특히 직접적 생산자의 삶의 조건을 부단히 불안정하게 만드는 조건 위에서만 가능한 것이라면 그것은 '민족경제론적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 교수는 나아가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직접적 생산자의 삶의 조건을 위협하는 양극화 현상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의 미래와 발전전망을 규정하는 문제이니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개방적 민족경제론'의 중요한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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