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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쓰나미' 한국 인터넷산업 덮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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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구글 쓰나미' 한국 인터넷산업 덮치나

MS도 위협…국내 업계와 일전 예고

미국의 검색 포털사이트인 구글이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를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하면서 세계 IT(정보기술) 산업의 총아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구글이 최근 한국지사 설립 준비작업에 들어가는 등 한국사업에 본격 착수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인터넷 강국'을 자처하는 한국 IT업계에 밀어닥칠 '구글 충격파'가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구글 도약에 MS도 바짝 긴장**

약진하는 구글의 위상은 주식시장의 평가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구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현재 시가총액 약 1190억 달러로 MS, 인텔, IBM에 이어 미국 IT(정보기술)기업 중 4위를 차지했다.

이는 작년 8월 주당 85달러로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후 불과 1년3개월만에 주가를 다섯 배 가량으로 부풀린 것으로, 구글은 미국기업 중 최단시간에 시가총액 1000억 달러를 돌파한 업체가 됐다.

이처럼 시장이 구글에 열광하는 것은 우선 탁월한 실적 때문으로, 구글은 3분기 매출액 15억7800만 달러, 영업이익 5억2900만 달러, 순이익 3억8100만 달러를 기록해 전 분기보다 매출액은 14%,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1%씩 늘렸다.

구글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꾸준히 성장하는 검색광고 시장에서의 구글의 확고한 지위로, 구글은 최근 미국 검색광고 시장의 50% 안팎을 차지해 점유율 20%대에 머문 야후를 두 배 정도로 앞서고 있다.

구글은 검색광고로 벌어들인 막대한 현금을 무기로 여러 분야로 손을 뻗쳐 e-메일, 지역검색, 메신저, 인터넷전화, 가격비교, 도서검색, 블로그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야후, MSN, 이베이 등 기존 강자들의 영토를 차츰 빼앗고 있다.

게다가 PC 내 자료 검색(데스크톱 검색), 이미지파일 관리 프로그램, 뉴스ㆍ메일ㆍ주식시세 등 각종 정보를 편리하게 확인하는 사이드바 등을 통해 MS의 아성인 PC 응용프로그램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그 결과 빌 게이츠 MS 회장이 사내 e-메일을 통해 "IT산업은 인터넷을 향해 급격히 이행하는 파괴적인 지각변동을 겪을 것"이라고 경각심을 촉구하고, 자사의 양대 축인 윈도 운영체제(OS)와 오피스 프로그램의 온라인 버전을 내놓는 등 'IT제국' MS 마저 구글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국면에 이르렀다.

***'거품'도 있다**

NHN, 다음 등 한국의 인터넷 업체들과 구글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한국시장과 미국을 포함한 서구시장의 규모다.

구글의 텃밭인 검색광고 시장만 봐도 올해 국내시장이 약 3500억 원, 미국은 그 15배 이상인 54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며, 국내시장이 급성장 중이지만 미국의 저조한 인터넷 보급률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기본적인 시장 크기의 차이가 양국 인터넷 업계에서 각각 수위업체인 구글과 NHN이 매출액은 17배 이상, 시가총액은 30배 이상 격차가 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구글이 의외로 기술이나 서비스에서 한국업체들보다 크게 앞섰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국내외에서 '구글 붐'을 일으키고 있는 지역검색, 메신저, 인터넷 전화, 가격비교, 도서검색, 블로그 등 구글의 새 서비스 중 대부분은 한국보다 늦거나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

검색광고만 해도 네이버가 2000년 7월 시작해 구글보다 석달 앞섰으며, 블로그나 도서본문 검색도 1년 정도 한국업체들이 앞서 시작하는 등 최근 구글의 영역 넓히기가 국내 업계에서는 결코 새로운 게 아니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새 서비스들은 국내에서는 이미 보편화돼 업체들 간의 경쟁이 치열한 '레드 오션'"이라며 "서구 매체들이 호들갑을 떠는 '구글이 제시하는 인터넷의 미래'는 한국에서는 이미 현재"라고 말했다.

특히 구글이 북미, 유럽 등 초고속인터넷 보급이 늦은 지역의 시장을 장악한 반면 이미 초고속인터넷 중심으로 옮겨간 한국, 일본, 중국에서는 각각 그 나라 업체에 밀려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도 구글이 아직 저속인터넷에 더 익숙한 존재임을 보여준다고 국내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구글이 최근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무선랜 망을 설치하고 광케이블을 사들이는 등 자체 네트워크를 갖추는 것도 혁신적 도전이라기보다 아직 취약한 미국의 네트워크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궁여지책에 가깝다는 시각도 있다.

결국 구글이 거대한 서구시장을 업고 각광을 받는 것은 당연하나 기술과 서비스에서 세계 인터넷산업을 선도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국내 업체들의 견해다.

***한국서도 힘 쓸까**

구글 '한국 상륙작전'이 성공하느냐의 관건은 결국 NHN의 포털인 네이버의 지식검색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검색시장에서 구글의 검색모델이 효과를 발휘할지 여부로 집약된다.

일단 웹검색에서는 구글의 검색기술이 국내 포털들보다 앞선 것은 대체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기술적으로 그리 큰 차이는 아니며 한글로 된 웹사이트가 영어권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은 것은 감안하면 포털들이 직접 콘텐츠를 확보하는 한국적 검색이 한국시장에서는 힘을 발휘한다는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NHN 관계자는 "웹 상의 데이터베이스(DB)가 방대한 서구에서는 구글 같은 웹검색 기술이 중요하지만 한국에서는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우리가 적지 않은 비용과 인원을 투입해 지식검색 등 '이용자 생산 콘텐츠(User Created Contents, UCC)'를 끌어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글이 최근에서야 구글 베이스 등의 서비스를 통해 UCC 확보에 나선 반면 한국은 오래 전부터 업체들이 지식검색, 블로그, 미니홈피, 카페 등 갖가지 서비스로 UCC를 차지하기 위해 피나는 경쟁을 벌여왔다는 것이다.

최휘영 NHN 대표는 "구글이 이미 2년간 한글 서비스를 해 왔고 마케팅도 했지만 별 반응을 얻지 못해 1라운드는 한국업체들의 승리로 끝났다"며 "이는 단순 웹 검색 모델만으로는 한국시장에서 먹히기 힘들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구글의 무기인 막대한 자금력도 마케팅보다 서비스 자체의 질이 관건인 인터넷시장에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국내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낙관적인 예상만 믿고 구글의 도전에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악해지지 말라(Don't be evil)'는 구호로 상징되는 구글의 이용자 중심 철학이 국내 네티즌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검색광고만 해도 국내 업체들은 광고를 가장 상단에 올려놓는 반면 구글은 광고를 검색결과와 분리된 한쪽에 간단히 보여줘 이용자의 혼동을 막고 있으며 국내 포털에서 흔한 사이트를 뒤덮는 번잡한 배너광고도 구글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구글의 e-메일인 'G메일'도 이용자 중심의 간소한 사용자 환경(User Interface)과 메일 프로그램을 통한 보내기, 받기 등 풍부한 기능 지원으로 대학생 등 새것에 민감한 젊은 층에서 좋은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또 데스크톱 검색, 이미지파일 관리 프로그램, 사이드바 등 편리하고 강력한 응용 프로그램들과 여기서 드러나는 기술력도 국내 포털에서 찾기 힘든 참신한 요소로 꼽히고 있다.

이에 대해 NHN 관계자는 "우리 포털들도 툴바 등 여러 응용 프로그램을 내놨지만 큰 반응이 없어 시들했을 뿐 기술력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초고속인터넷과 앞으로 나올 와이브로 등 앞선 네트워크 인프라 기반의 선진 서비스로 구글의 도전을 일축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야후코리아 관계자는 "그간 국내 포털들이 다소 지엽적인 경쟁을 벌여 온 데 반해 구글이 본격 상륙하면 이제 기술,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계가 크게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며 "자본과 기술력이 안 되는 곳은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크지만 대형 포털들은 구글과 제대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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