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당에서 부름이 있으면 그 때는 고려해보겠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는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 열기가 한창이던 5월 2일 대권도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본인 스스로 대권주자급임을 강조하며 호기롭게 공언한 것이지만, 오 당선자가 나설 공간은 무척 협소해 보인다.
당 지도부가 오 당선자 '전폭 지원'에 목을 맸고, 오 후보 본인도 선거 초반 앞도적인 지지율을 보이는 등 현역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렸지만, 결과는 '턱걸이'였다. 물론 강남, 송파, 서초 등 강남 3구 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원 덕이 컸다. 이같은 결과는 '패배'에 못지 않은 충격을 한나라당에 안겨줬다.
게다가 수도권 기초단체장은 완패를 당했다. 흔히 서울시장 후보가 이끌어가는 현상인 '오세훈 효과'가 전혀 없었다는 말이다. 오 당선자는 선거 기간 동안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셈이 됐다.
오 당선자는 패배의 '연대 책임'을 지고 당분간 서울 시정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 당선자는 그간 "당내 입지가 약하다" 평가에도 불구하고 정두언, 정태근, 김성식, 권영진 등 친이계 핵심 세력들을 끌어모았지만, 실제 '득표력'을 목격한 이들이 다시 오 당선자에 관심을 쏟을 가능성은 적다. 게다가 친이계는 앞으로 닥칠 '쇄신 정국'에 대비해야 한다.
이같은 연장선에서 오 후보가 선거 과정에서 보인 '자만심'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명숙 당선자가 초반부터 이명박 대통령을 표적으로 삼고 '반MB' 세력 결집에 힘을 쏟았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말쑥'하지만 '치열하지는 못한' 오세훈식 정치의 한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이자 오세훈 4년 시정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디자인 서울' 등 '겉멋 행정'을 이어가기 어렵게 됐다. 특히 무상급식 등 복지에 대한 요구에 오세훈 시장이 얼마나 화답할 것인지도 주목된다.
유일하지만 '초라한' 승자 김문수, 운신의 폭도 좁아질 듯
김문수 당선자도 개선장군이 되기엔 역부족. 선거 초반 "김문수는 떼놓은 당상"이라고 불렸던만큼, 이와 전혀 다른 선거 결과는 '리틀 MB'로 불리우는 김 당선자에게도 '경고장'을 보낸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야권의 유력 정치인인 유시민 후보를 떨어뜨렸다는 것도 '훈장'으로 보기 힘들다. 특히 '천안함 침몰'이 "다행히" 인천앞바다에서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김 당선자에 대항해 '반MB'를 내건 유 후보의 무서운 득표력을 보면 그렇다.
김 당선자는 한나라당의 선거 패배의 연대책임이 있는만큼 당장 전면에서 목소리를 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용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김 당선자는 지방선거 구도가 시작되기 전, 재선 도전을 심각하게 고민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이유로 청와대의 의중이 강력히 반영되면서 김 당선자가 재선 도전 결심을 굳혔지만, 원래 그는 여의도 복귀를 희망했었다는 얘기가 많았다.
이는 김 당선자가 '대권'을 염두해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선거 유세를 통해 "4년 임기를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해온 김 당선자지만, 한국 정치의 특성상 그가 임기를 마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김 당선자가 51년생임을 감안하면 그에게 기회는 많지 않다. 2017년은 너무 늦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전면적 쇄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일한 승자' 김 당선자의 입지가 2012년에 갑자기 탄탄해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김 당선자가 이같은 '불안한 승리'의 함의를 파악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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