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라운드에 이어 2001년부터 시작된 세계무역기구(WTO)의 다자간 무역협상인 도하라운드(도하개발아젠다 협상)가 애초의 타결시한이었던 지난해 연말을 이미 넘긴 데 이어 2차 타결시한으로 설정돼 있는 올해 연말까지도 타결되지 못할 것이 거의 확실해졌다.
세계무역기구의 파스칼 라미 사무총장은 다음달 13~18일 홍콩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를 앞두고 26일 그동안 회원국들 사이에 전개돼온 논의의 결과를 종합한 42페이지 분량의 '각료회의 합의문 초안'을 각 회원국 정부에 전달하고 자체 웝사이트(www.imf.org)에도 공개했지만, 도하라운드의 세부원칙(모댈리티)을 합의하는 시한을 못 박지는 못하고 빈 칸으로 놔두었다.
***라미 "2006년 협상일정 정해 달라"**
이는 라미 사무총장이 이번 홍콩 각료회의에서 도하라운드가 타결될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사실상 포기하고, 대신 세계무역기구 회원국들에게 이번 홍콩 회의에서 내년 이후의 협상 일정을 정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라미 사무총장이 이날 회원국 정부들에게 전달한 합의문 초안에는 "우리는 도하라운드의 작업 프로그램을 완결한다는 결의와 더불어 2006년에는 도하(카타르의 수도)에서 출범시킨 협상을 타결한다는 결의를 새롭게 한다"는 구절이 들어있다.
이와 관련해 유럽연합(EU)의 피터 만델손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홍콩 각료회의에 대한 기대의 수준이 낮아졌다"며 "이는 중요한 결정들이 내년 초에 내려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 타결도 쉽지 않을 듯**
만델손의 이런 발언은 도하라운드의 타결시한을 올해 연말에서 내년 상반기 정도로 늦출 수밖에 없게 됐다는 뜻이지만, 도하라운드의 쟁점사항들에 대한 세계무역기구 회원국들 사이에 아직도 커다란 이견이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 중 협상타결이 이뤄질 가능성도 의문시된다.
라미 사무총장은 "이번 합의문 초안은 1차 초안"이라면서 홍콩 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세계무역기구 회원국들과 이견해소의 노력을 더 기울여 진전이 있으면 합의문 초안을 수정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불과 보름여 남은 기간에 중요 쟁점들에 대한 세계무역기구 회원국들 사이의 이견이 좁혀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의견은 세계무역기구 안팎에서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도하라운드가 이처럼 교착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선진국들과 개발도상국들 사이에 시장개방에 관한 입장이 현저하게 타이가 나는데다 선진국들 사이에서도 각자 처한 입장에 따라 자국의 이익을 지키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업부문 개방의 폭과 일정을 둘러싸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농산물 수출국과 수입국 간에 입장대립이 첨예한 가운데 선진국과 농산물 수출국들이 자국에 불리한 양보는 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 도하라운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옥스팜 "선진국들이 WTO 이용해 발전을 오히려 저해"**
국제 구호단체인 옥스팜(Oxfam)의 에이미 배리 대변인은 "라미 사무총장이 각국 정부에 전달한 합의문 초안을 보면 도하라운드 협상에서 선진국들이 얼마나 그들만의 아젠다를 밀어붙이려 하는지를 알 수 있다"며 "선진국들은 세계무역기구를 이용해 세계의 진정한 발전을 계속 방해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지난주말 영연방 국가들의 정상회담에서 "지금은 세계무역기구라는 국제기구 전체에 결정적인 시기"라면서 "홍콩 회의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할 경우에는 모든 협상이 결렬돼 선진국이나 후진국이나 모두 다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윤장배 농림부 농업통상정책관은 "주요국들 사이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아 홍콩 각료회의에서 세부원칙이 타결되기는 불가능하다"며 "정부는 앞으로 협의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G10(농산물수입국 그룹), G33(개발도상국 그룹) 등 우리나라와 입장이 비슷한 국가들과 공조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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