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 스님 도대체 어디 계십니까?"
지율 스님이 한 달째 지인들과 소식을 끊고 있다. 유일하게 연락이 되는 동생도 정확하게 어디에 기거하는지 알지 못 한다. 지율 스님의 건강 상태도 매우 좋지 않다. 일각에서는 다시 곡기를 끊은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율 스님 한 달째 연락 끊겨…<초록의 공명>에서 '절망감' 토로**
지율 스님은 최근 천성산 갈등이 극심하던 2004년부터 100일 단식을 끝낸 지난 2월까지 썼던 글 등을 모아 <초록의 공명>(삼인, 2005)이라는 책을 펴냈다.
지율 스님은 지난 10월에 쓴 이 책의 '맺는 글'에서 "이제 천성산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으며 내 건강도 악화되고 있다"며 "나는 염려하는 이들에게 내 아픔은 천성산의 아픔이며 이 땅의 아픔이라고 이야기 하겠다"고 밝혀 '곡기를 끊은 게 아니냐'는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율 스님은 이 글에서 지난 2월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에 대한 3개월에 걸친 환경영향 조사가 합의된 뒤 9개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털어놓았다. 특히 그는 자신에 대한 악의적인 보도를 일삼는 일부 보수 언론과 천성산 구간에 대한 환경영향 조사를 공동으로 하기로 합의한 뒤에도 일방적으로 자신을 매도하는 내용의 책자 4000여 부를 배포한 한국철도시설공단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지율 스님은 지난 8월 말 "정부, 한국철도시설공단, 언론의 자신과 천성산 문제에 대한 일방적인 매도와 왜곡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공동 조사단에 끼는 것이 무의미하다"며 공동 조사단에서 탈퇴한 뒤 언론과의 접촉을 끊어 왔다.
***조사 진행 중인데 청와대, 철도시설공단은 "영향 없다" 결론**
한편 최근에는 지율 스님의 '절망감'을 더욱더 심화시키는 일도 있었다.
지난 23일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지율 스님이 최근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는 지율 스님 쪽에서 선정한 조사위원들도 그 동안 지율 스님이 주장해 온 내용에 회의적이기 때문"이라며 "다음 달 1일부터 공사가 재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국철도시설공단 영남 지역 본부의 한 관계자도 "공사가 환경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오는 30일 공사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내용은 24일 <조선일보> 등을 통해 크게 보도됐지만 결과적으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조선일보>는 26일 사고를 통해 "공사가 환경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공사를 재개한다는 보도는 잘못됐다"며 "공동 조사를 착수할 때의 합의에 의해 공사가 재개되는 것"이라고 정정했다. 당초 공동 조사를 합의할 때 조사가 진행되는 3개월간(9~11월 말) 발파 공사를 중단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청와대와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의 언급은 아직 조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결론부터 내린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재철 녹색연합 생태환경국장은 "아직 조사 기간도 끝나지 않았고 보고서의 뼈대도 논의된 바가 없는 데 영향이 없다는 결론을 청와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언론에 유포한 것은 합의에 기반을 두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그 간의 과정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재철 국장은 "이런 분위기에서는 더 이상 공동 조사단에 참여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며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되는 시점에 지율 스님과 연락이 되지 않아 답답하다"고 밝혔다.
서 국장은 "<조선일보>는 단순히 기사 정정 수준이 아니라 '경부고속철도 터널 공사가 천성산에 영향이 없다'는 당초의 오보와 비슷한 수준으로 정정 보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음을 비웠고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지율 스님은 8월 30일 공동 조사단을 탈퇴할 당시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천성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해나가겠다"며 "이미 마음을 비웠고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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