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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가난한 난치병 환자에게도 '희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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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가난한 난치병 환자에게도 '희망'일까?"

[기고] 줄기세포, 특허, 그리고 의료의 산업화

24일 황우석 교수는 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몇 가지 의문에 대한 해명을 하며 국민에게 사과를 했다. 최근 며칠간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던 줄기세포 연구 논란은 황 교수의 해명을 계기로 정리되는 수순에 접어들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논란 중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부분, 즉 줄기세포 연구의 성과를 어떻게 공공적으로 소유하고 활용할 것인가 하는 과제를 점검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줄기세포 연구가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은 이유는 희귀 난치성 질환자 등 별 다른 치료법이 없었던 질환자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한국인 과학자가 개척해가고 있다는 점에 있다. 그렇기에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불과 며칠 만에 100명이 넘는 여성들이 난자 제공을 약속하고 나섰을 것이다. 이는 또한 희귀 난치성 질환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에 그렇게도 인색하던 정부가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수백억의 예산을 쏟아 부어도 부족하다고 여기는 이유이며, 국민들이 줄기세포 특허 등록을 위한 긴급 예산지원에도 말없이 동의한 배경이다.

10년, 20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가 가능해졌다고 가정해보자. 줄기세포 관련 특허는 한국 또는 한국인의 소유다. 그러면 그때 줄기세포 치료가 필요한 모든 사람이 아무런 사회적 차별 없이 이 치료법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할까? 난자기증재단의 이수영 대표가 인터뷰에서 언급했듯이 그때 그 기술(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이 너무 멀어서 손을 댈 수 없을 가능성은 없을까?

가난한 사람이건 부유한 사람이건, 한국인이건 외국인이건, 누구라도 줄기세포의 성과를 충분히 향유할 수 있을까? 가난한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 높은 가격을 책정한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이나, 실질적으로 조류독감 치료가 가장 많이 필요한 동남아 국가 국민들에게 공급되지 못하는 조류독감 증상 완화제 타미플루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을까?

***가난한 난치병 환자, 줄기세포 혜택 볼 수 있을까?**

답은 부정적이다. 우선 줄기세포 연구의 핵심에 있는 세 사람, 즉 황우석 교수, 노성일 원장,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 공동으로 속해 있는 위원회가 위 질문에 대한 부분적인 답변을 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바로 대통령 직속의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다.

지난 10월 첫 회의를 가진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는 의료서비스 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으며, 줄기세포 연구를 비롯한 생명공학 분야의 연구 성과를 산업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첨단 의료기술을 이용하여 병원이 아무 제한 없이 돈벌이에 나설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의 과제 중 하나이지, 황 교수가 그간 수차례 밝혀 왔던 숭고한 목표는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의 관심사가 아니다.

황우석 교수와 관련해 이번에 벌어진 논란의 과정에서 불거진 줄기세포 특허의 소유권을 둘러싼 '작은 소란'도 이 기술이 공공적으로 활용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실마리다.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는 특허법상 직무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서울대학교가 특허를 보유한다. 또한 정부는 특허 등록비가 부족하다는 황우석 교수에게 별도의 예산을 지원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황우석 교수는 서울대가 가지고 있는 특허지분의 40%를 미즈메디 노성일 원장에게 양도했다(노성일 원장은 이를 황우석 교수, 문신용 교수와 3분의 1씩 나누기로 이면계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성일 원장은 '주식회사 병원'의 도입을 주창하면서 의료기술을 이용한 돈 벌이에 앞장서 온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줄기세포가 가져다 줄, 또는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되는 막대한 부를 포기하고 줄기세포 기술의 공공적 소유와 활용에 기꺼이 동의할 수 있을까?

***줄기세포 연구 성과는 인류 공동의 것이 돼야**

그간 민주노동당은 줄기세포 연구에 있어 크게 세 가지 부분에서 문제를 제기해 왔다. 하나는 난자 이용에 대한 생명윤리의 문제, 다른 하나는 연구윤리(연구 절차의 투명성, 연구자의 정직성 등)의 문제, 마지막으로 줄기세포 특허의 공적 소유와 활용 문제였다. 어제 황우석 교수의 해명으로 일부나마 정리된 것은 이 세 가지 중 연구윤리의 문제다. 생명윤리 문제는 생명윤리법 제정 과정에서 한 차례 정리됐지만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그러나 줄기세포 특허의 공적 소유와 활용에 대한 논의는 아직 출발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이미 막대한 정부 예산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줄기세포 특허, 즉 줄기세포 기술 개발의 성과는 인류애적 관점에서, 그리고 국제연대의 관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인종과 국적에 상관없이, 사회 지도층이든 일반 시민이든, 부자든 가난하든 모든 인류가 공히 그 혜택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제안한다. 우선, 이미 확보된 줄기세포 연구 성과를 국제 공용특허로 하자. 그래서 앞으로 어떤 나라에서 어떤 줄기세포 성과가 나오더라도 이를 인류 공통의 것으로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자. 둘째, 줄기세포뿐만 아니라 희귀난치성 질환 연구를 위한 국제기금을 조성하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걸리는 이런 연구를 한 국가나 한 기업이 수행하면 과다한 보상에 대한 욕구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의료서비스의 산업화를 추구하는 맹목적 돈벌이 형 위원회는 이제 그만 접자. 의료서비스의 산업화는 병원에도,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이익을 주기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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