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후폭풍' 속으로…정몽준 '직격탄'

당·정·청 '전면 쇄신' 불가피…친이계 혼란 이어질 듯

6.2 지방선거는 무서운 '정권 심판론'을 실감케 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임기 초반 촛불정국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맛보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는 고스란히 국정과 함께 선거를 책임졌던 한나라당 주류인 친이계(친이명박계)의 일대 혼선으로 이어지게 될 전망이다.

선거 패배의 후폭풍은 당장 한나라당을 집어삼킬 태세다. 지방선거를 진두지회한 정몽준 대표는 입지가 상당히 흔들리게 됐다. 한나라당이 "서울과 경기도 두 곳만 이겨도 승리"라고 규정한 만큼 두곳의 승리를 확대해석해 지방선거 전체의 승리로 규정할 수 있으나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대권 주자'로 발돋움하려던 정 대표의 계획에는 차질이 생겼다.

정 대표는 특히 부메랑으로 돌아온 '북풍 몰이'의 선두에 선 점에서 패장의 책임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선거 전략을 총괄한 정두언 의원도 화살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정 의원은 노골적인 전교조 마녀사냥까지 이끌었다.

7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전 대표나 친박계 의원들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 따라서 당권 투쟁은 친이계의 내부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인물이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다. 지방선거 기간 동안에도 "이재오 위원장이 복귀를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그러나 전당대회의 화두가 당 쇄신으로 맞춰질 가능성이 높아 이 위원장의 복귀 문턱이 높아 질 수 있다.

'박근혜 책임론'도 일부 나온다. 그러나 '관망자'로써 부담은 안게 됐지만, 처음부터 "지방선거는 지도부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며 방어막을 친 박 전 대표가 이명박 정부의 패배 책임을 나눠 가질 가능성은 많지 않다.

오히려 선거 기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친이-친박 갈등이 표면화 될 수도 있다. 세종시 수정안은 좌초된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4대강 사업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박근혜계가 이 문제에 반대 입장으로 돌아설 경우 파열음은 더욱 커진다. 또한 동력이 떨어지기는 했으나 친이계가 개헌 카드를 제기할 경우 내분이 극대화될 수 있다.

결국 친이계의 혼란스러운 상황은 당정청의 쇄신 요구로 발현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정권 심판론'이 작용했다(핵심 당직자)"는 분석이 나오는고 있는 만큼, 청와대 쇄신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한 친이직계 의원은 한나라당의 패색이 짙어질 무렵 "여론조사를 못 믿는게 아니라 아예 하면 안된다. 이게 뭐냐. 3~4일 전부터 돌아다니면 분위기가 아주 이상하더라"며 "당이 어떻게 돌아갈지 지금으로선 전망도 못하겠다. 당장 청와대 정무수석부터 갈고, 대폭 개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각 등 정부 개편도 패키지다.

이같은 당청 갈등이 확산될 경우 지난 2년여 간 이명박 대통령 국정운영을 무리하게 뒷받침해 온 한나라당의 방향 선회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지방선거 참패를 통해 청와대의 주도력이 상처를 입은 것에 비례해 당의 원심력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친이계 핵심이 아닌 김무성 의원이 원내 사령탑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원내 전략도 적지 않은 변화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