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향후 민주당을 이끌어 나갈 인물이 누가 되느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차기 총리로 가장 유력시되는 인물은 간 나오토(菅直人) 부총리 겸 재무상이다.
간 나오토, 가장 유력
간 부총리는 4일 열리는 민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기로 결정했으며 따라서 4일 방한 일정도 취소했다. 재무상인 그는 4~5일 부산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간 부총리는 1996년 하토야마 총리와 함께 민주당을 결성한 원년 멤버로, 개혁 성향의 시민단체 운동가 출신이다. 또 하토야마 총리, 오자와 간사장과 함께 지난해 8월 중의원 선거를 압승으로 이끈 핵심 인물로, 이른바 '고바토(小鳩, 오자와 이치로와 하토야마의 유키오의 머릿글자를 딴 것)' 정권에서 트로이카 구도를 형성해왔다.
▲ 간 나오토 부총리 ⓒ뉴시스 |
그러나 오히려 오자와 간사장에게서 거리가 멀수록 차기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하토야마 총리의 계보를 잇는 간 부총리가 총리에 오를 경우, 총리-간사장 동반 사퇴라는 초강력 카드의 의미가 옅어지기 때문이다. 총리와 간사장의 정치자금 문제로 훼손됐던 당의 이미지를 쇄신해 지지율을 반등시키려던 민주당의 전략상, 이는 모순일 수밖에 없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민주당 전체로 보면 7월 참의원 선거를 이기기 위해서는 오자와하고 가까운 사람이 대표가 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크다"고 말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도 "당내 역학으로 보면 간 부총리가 유력하지만, 선거를 위해서라면 제2의 인물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진창수 센터장은 "오자와는 일본인들에게 정치자금 문제, 막후정치라는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고 지적하며 "그에 대한 비판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오히려 반(反) 오자와를 외친 마에하라 세이지 같은 이들이 국민들에게 인기를 얻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선거의 귀재 오자와가 이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일단 깨끗히 뒤로 빠지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자파 규합을 방기, '선거용' 총리가 들어서는 걸 용인할 가능성도 높다. 당내 반대파를 내세워 야당을 이기는 일종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다.
'차기 총리' 묻는 여론조사 1위에 오른 마에하라 세이지
▲ 마에하라 세이지 국토교통상 ⓒ뉴시스 |
그는 올해 47세로 하토야마 내각에서 최연소 장관이며, 국교상으로 재직 중에 사회간접자본(SOC) 공사 계획을 대폭 축소하는 개혁적인 정책으로 '적을 너무 많이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받기도 했다. 그는 젊고 혁신적인 이미지와 함께 오자와 간사장을 거침없이 비판하기로도 유명해 지난 1일 발표된 <산케이신문>이 실시한 차기 총리감 설문에서 10.3%의 지지도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마에하라 국교상은 민주당 대표 경선에 나갈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현 시점에서는 완전히 백지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또 그동안 오자와 간사장의 사임을 요구해 온 것과 관련해 "자민당의 금권체제, 이권정치를 비판해 온 것이 민주당이다.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에하라 세이지 국교상은 외교정책에서 아시아 중심 외교를 내세웠던 하토야마 총리와는 달리 미일동맹을 중시하는 '정통파'에 가깝다. 또한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강경하고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과 함께 친한파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마에하라가 총리가 된다고 해도 한일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한일관계의 발전 방향이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기울기보다 한미일 3국 동맹을 중요시하는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진창수 센터장은 "일단 당면한 문제가 후텐마 기지 문제, 천안함 문제인 만큼 (외교정책은) 미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밖에 제3의 후보로 거론되는 오카다 가쓰야 외상에 대해서 진창수 센터장은 "이번 후텐마 문제에 외상인 그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총리가 되기) 좀 힘들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오카다 외상은 이 외에도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한편 이번 하토야마-오자와 동반 사퇴에 결정적으로 불을 당긴 것은 일본을 54년간 주물렀던 자민당과 보수 세력이 아니라 오히려 사민당의 연정 이탈이라는 분석이 눈길을 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현재의 일본 정계는 보수 대 혁신 구도라기보다 민주당 대 사민당을 비롯한 야당, 즉 반 민주당의 구도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하토야마와 오자와는 고개를 숙였지만 이것이 구 여당인 자민당의 세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 만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일본 참의원 선거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로 빠져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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