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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똥을 나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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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도시에서 똥을 나르는 사람들"

'초록 대안' 농업<16> 도시 농업과 똥

저는 도시 농업을 모든 사람이 농부로서 사는 길이라 봅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地大本)이라 했습니다. 농사(농부)야말로 천하에 제일 큰 근본이라는 말인데, 그것이 단지 먹을거리를 생산하기 때문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생명의 근원인 흙을 살리고 녹색을 가꿔 지구의 사막화를 막는 파수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근본의 일을 단지 직업으로서 농업인만이 할 수 있겠습니까? 아니 생명의 근본인 흙을 떠나서 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옛날엔 임금도 개인 밭이 있었다고 합니다. 공부하는 선비도 공부만 하다 도깨비가 될까봐 자기만의 일터인 텃밭을 일궜다고 하고요.

***농사가 무엇이관대…도시에서 '똥'을 지고 이동하기**

도시 농업을 주말 농사와 일치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그것의 일부분이기는 할 겁니다. 그러나 도시 농업을 다만, 나와 내 가족에게 깨끗한 먹을거리를 먹이겠다는 일념으로만 한다면 이는 이기적인 소비자에 불과할 겁니다.

제가 운영하는 도시 텃밭은 마을 사람이 운영하는 주말농장이었습니다. 가까이 있다 보니 거기에서 주말 농사하는 사람들을 자세히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농장에는 항상 쓰레기가 즐비했습니다. 농사도 짓기는 하지만 주말마다 와서 고기 굽고 술 먹는 분위기가 지배적입니다.

그러다가 여름 장마가 지나면 밭은 잡초 밀림이 되어버립니다. 가을에 김장 농사하는 사람들은 고작해야 두세 사람만 남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그 조그만 땅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비닐을 까는 것은 기본이고 농약과 화학비료까지 줍니다. 물론 시장에서 파는 것보다야 적게 주겠지만, 좀더 노력을 해서 손으로 직접 벌레를 잡을 수도 있는데 말이죠.

솔직히 말하면 저희 농장에도 몰래 약주고 요소 비료 주는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회원의 부모님이 오셔서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그 회원은 바빠 나오지 못하고 유기농법으로 하는 농장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당신들 먹을거리가 당장 벌레에게 공격당하니 그 말이 떠오르기나 하겠습니까?

그러나 대부분의 회원들은 2, 3년 하면서 이제 농부의 자태들을 갖춰갑니다. 오히려 저는 프로보다 진정한 아마추어가 더 아름답다는 말을 회원들로부터 배웁니다. 프로야 밥 먹고 하는 일이 그것이니 좋든 싫든 해야 하지만 아마추어야 얼마든지 게으름을 피울 수 있음에도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 회원들은 주말이면 교인들이 교회 가듯이 농장에 옵니다. 한 주일의 스트레스를 밭에 와서 풀고 한 주일 살아갈 힘을 밭에서 얻어가는 것 같습니다. 어쩌다 바쁜 일로 빠지기라도 하면 평일에 퇴근 후 들렀다 갑니다. 그 회원들이 이제 밭에 오면 학생들이 가방 들고 등교하듯이 오줌을 들고 옵니다. 음식물 찌꺼기도 가져옵니다.

아직 숫자는 적지만 똥까지 받아오는 분도 있습니다. 아파트에서 말이죠. 저희 밭에 똥을 냄새 나지 않게 받는 뒷간이 있는데 그걸 아파트에다 적용을 한 것입니다. 그 중에는 자동차도 없는데 버스를 타고 똥을 가져오는 분도 있습니다. 5리 되는 거리를 그걸 들고 농장까지 걸어옵니다. 냄새가 새지 않게 단단히 밀봉을 해서 가져오지요.

***밥상 자급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거름 자급**

도시 농업을 저는 모든 사람이 농부의 삶을 살아가는 길이라 했습니다. 왜 농부의 삶을 살아야 할까요? 저는 그것이 근본적인 삶이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자립적인 삶이기 때문에 또 그렇습니다. 우리는 밥상 자급률 높이기를 큰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우선 김치와 김장 자급을 실천합니다. 올해는 저희 대부분의 회원들이 김장을 자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도 완전 100% 유기농법으로 키운 것으로 말이죠. 이제는 양념 자급까지 시도합니다. 작년에도 일부 회원들은 마늘 농사를 성공적으로 했습니다. 올해는 더 많은 회원들이 마늘을 심었습니다. 양념의 대표라 할 마늘과 양파는 겨울을 나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꽤나 어려운 농사입니다.

작년엔 벼농사도 시도했습니다. 3분의 1밖에 성공 못했지만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내년에는 다시 시도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우리 도시 농업 농장의 하나인 경기도 군포 농장에선 올해 벼농사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우렁이를 넣어 제초하는 우렁이 농법으로 했지요.

그러나 밥상 자급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거름 자급입니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은 제가 거름을 구해다 주었지요. 올해부터는 직접 거름을 만드는 회원들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오줌을 그냥 쓰는 것은 웃거름으로는 괜찮은데 밑거름으로 쓰려면 퇴비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하여튼 거름을 자급하지 않고 남의 것으로 돈 주고 사다가 농사를 지으면 반쪽짜리 자립이라 생각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참살이(웰빙)'의 근본적인 문제도 거기에 있습니다. 남의 거름이 얼마나 깨끗하게 만들어질지 장담도 못할 뿐더러 내가 싼 똥은 오염물질로 버리고 깨끗한 것만 먹겠다니 참으로 이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디 그것뿐입니까? 사다 먹는 참살이 식품이 내 입까지 들어오는데 얼마나 많은 석유를 낭비하고 매연을 뿜어댑니까?

그래서 진정한 자급은 밥상이 아니라 거름에 있다는 것이죠. 똥을 거름으로 만드는 것은 흙을 살리는 지름길입니다. 농사를 짓다보면 흙을 살리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를 압니다. 저희 회원들도 처음엔 흙 속에서 감자가 나오고 고구마가 나오는 것에 그저 신기해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지요. 그런데 제가 작물을 살리는 농사보다 흙을 살리는 농사가 더 큰 기쁨을 준다고 했습니다.

작년 올해에 걸쳐 거의 죽은 땅이나 다름없는 밭을 회원들은 온 정성을 다해 살아 있는 옥토로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쁨을 누구보다 잘 알지요. 그런 땅을 바뀐 주인이 회수하겠다고 하여 모두들 가슴 아파하고 있습니다. 남의 땅에서 유기농업을 하는 한계를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진짜 '웰빙'은 직접 농사짓는 데 있다**

저는 농사를 지을수록 작물을 재배하는 게 아니라 약초를 재배하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완전히 유기농법으로 하여 작물이 스스로 갖고 있는 '생명성'을 한껏 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옛말에 김치가 불로초고 밥이 불사약이라 했습니다. 음식으로 못 고치면 약으로도 못 고친다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것보다 농사짓는 과정 그 자체가 약이라 생각하곤 합니다. 직장을 다니는 저희 아내는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밭에 옵니다. 밭에서 풀 매는 걸 제일 좋아합니다. 쪼그려 앉아 풀을 매며 맡는 흙냄새 풀냄새가 너무 좋다는 것이죠. 삼림욕이 따로 없습니다. 몸에 좋다는 음이온과 피톤치드가 다 그 속에 있는 셈입니다.

많이 먹어 병을 얻은 한 사람이 시골의 용하다는 의사를 찾아갔답니다. 그 의사는 약을 지어주지는 않고 집으로 돌아갈 때 그 먼 길을 걸어가면 당신 병은 싹 나을 것이라 하여 그리 했더니 거짓말처럼 몸이 좋아졌다는 얘깁니다. 뭔가를 먹어서 건강해지려는 것은 큰 착각이라는 말이겠지요.

흙을 살리는 과정 자체가 어떻게 보면 나를 살리는 길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흙을 살리려면 내 똥을 살려야 한다는 말을 더 하고 싶은 거지요. 똥을 물에다 버리면 똥도 죽고 자연도 죽습니다. 그러나 똥을 흙으로 버리면 똥은 귀한 자원으로 부활을 합니다.

며칠 전 똥으로 거름 만드는 걸 보고 싶다고 서울의 한 어린이 집에서 아이들이 놀러 왔습니다. 제 똥으로 만든 거름을 코에다 가까이 대고 냄새 맡게 했습니다. 아이들은 똥 냄새가 하나도 나지 않는 걸 그저 신기해하기만 했습니다. 아주 풋풋한 흙냄새만 풀풀 날 뿐이었습니다.

살아 있는 흙에는 좋은 미생물이 많습니다. 좋다는 것은 나쁜 세균을 죽이는 천연항생물질을 내뿜기 때문입니다. 그런 흙에는 병이나 해충이 별로 없습니다. 흙을 살리려면 좋은 거름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관건은 좋은 걸 먹고 싸서 잘 발효시키는 데 있습니다. 발효를 시키면 좋은 유산균과 효모균들이 많이 생깁니다. 이놈들이 얼마나 강력한지 우리나라에는 김치 때문에 사스라는 병이 들어오지 못했다 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흙을 살리고 내 몸을 살리고, 더불어 맛있는 먹을거리도 먹을 수 있는 농부의 삶을 왜 사람들은 외면을 하는지 나로서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듭니다. 흙을 살리는 농사는 지구의 사막화를 막는 길이라 했지요. 그러나 아무 농사나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저는 벼와 콩 농사가 그 중에 제일 으뜸이라고 봅니다. 벼와 콩이 지구를 지킨다는 것이죠. 벼가 자라는 논이 얼마나 많은 물을 담습니까? 그 물이 사막화를 막는 것이죠. 지하수를 보존하고 산림과 숲을 보존하는 힘이 거기에서 나오죠. 콩은 모자라는 단백질을 고기로 보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고기로 인한 숲의 파괴를 막아주지요.

그래서 벼와 콩에 반대편에 있는 게 밀과 목축입니다. 밀은 물을 가두지도 못할뿐더러 모자란 단백질을 고기로 채우는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밀과 목축을 하는 데에는 반드시 사막화를 촉진합니다. 지금은 밀과 목축만이 아니라 대량 생산 방식의 상업적인 관행농과 공장형 축산이 사막화를 촉진합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 나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지구를 위해서 우리의 후손을 위해서 농부의 삶을 살아야 겠습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지금의 일손을 놓아버리고 시골로 다 내려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지금 살고 있는 현장에서 농부의 삶을 사는 것으로 시작을 해야지요.

저는 그것이 도시 농업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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