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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 교육'은 전두환 파시즘 유산…'착한 노예'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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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 교육'은 전두환 파시즘 유산…'착한 노예' 양산"

윤리교육계 격렬한 반발…"전교조 눈길 끌려는 천박한 주장"

"학생들의 도덕감을 계발하기는커녕, 인간의 타고난 천부적 도덕성을 왜곡하며, 참된 도덕을 모욕하고 웃음거리로 만드는 현재의 도덕 교육은 하루빨리 폐지돼야 한다. 한국의 도덕 교육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사람들이 아무리 자기의 뿌리와 정체를 숨기려 애쓴다 해도 그들은 자기의 얕은 학문적 수준과 불순한 욕망을 숨기지 못한다.

그들이 지향하는 도덕은 자조·근면·협동의 새마을 도덕이요, 그들이 꿈꾸는 공동체는 잘 먹고 잘 사는 새마을 공동체다. 이런 사이비 도덕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의 정신을 지키려면 우리는 이제 지금과 같은 도덕 교육은 더 이상 안 된다고 말해야 한다."

해방 후 반공 교육의 일환으로 시작돼 오늘날까지 유지되고 있는 도덕 교육은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8년간 '학벌 사회' 폐지에 혼신의 노력을 다해 온 김상봉 전남대 교수(철학)가 도덕 교육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댔다.

***"도덕 교육은 전두환 정권의 유산…'착한 노예' 기르는 것일 뿐"**

서울대 총장을 지낸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연초에 도덕성 시비로 자리에서 물러난 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의 '도덕 불감증'은 심각한 수준이다. 해방 후 60년 넘게 도덕을 배워 왔고 '국민의 도덕 교육을 책임지는' 국민윤리교육과가 국립대에 설치돼 있는,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나라에서 왜 현실은 늘 이 모양인가?

김상봉 교수는 최근 펴낸 <도덕 교육의 파시즘>(길, 2005)에서 그 이유를 도덕 교육의 내용에서 찾는다. 우리가 지금까지 배워 온 '도덕'은 긍지 높은 자유인과 자율적인 주체를 길러내는 교육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권력에 복종하는 '착한 노예'를 기르는 교육이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렇게 도덕 교육이 '노예 도덕'에 머물게 된 원인을 지금의 도덕 교육을 정식화한 1980년대 전두환 정권에서 찾는다. 전두환 정권은 1981년 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전국 각 대학에 국민윤리교육과를 신설했다. 그리고 이 신설학과에 도덕 교사 양성, 교과과정 연구개발, 도덕 교과서 집필 등 도덕교과 운영에 관한 모든 권한을 독점적으로 부여했다.

"현재 한국의 도덕 교육은 전두환 정권의 유산이다. 도덕 교육의 모든 구조적인 문제는 이 과거가 전혀 정산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는 데 있다. (…) 전두환 정권은 끝났어도 그들이 뿌려놓은 씨앗들은 마치 잡초가 옥토를 불모의 땅으로 만들듯이 이 땅의 도덕 교육을 황폐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 전두환 정권의 안보를 위해 참된 도덕 교육을 도덕과 상관없는 국민윤리 교육에 팔아넘긴 사람들 역시 자기의 본색을 숨기지 못한다."

***"개인보다 집단과 국가만 강조…권력의 불의에는 굴종하도록 가르쳐"**

그렇다면 도대체 도덕 교육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가?

중학교 도덕 교과서는 타인과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을 도덕적으로 훌륭한 사람이라 가르치고 있다. 김 교수의 지적을 들어보자. "타인을 위한 자기희생이 아무리 숭고한 것이라 하더라도 언제나 자기를 잊고 타인만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은 자유인이 아닌 노예를 위한 도덕이요, 언제나 개인의 이익보다 국가의 이익이 더 중요하다고 가르치는 것은 파시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실제로 이렇게 노예로 길러진 사람들은 정작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살기는커녕 '연대'를 하는 것도 버거워 한다. 자기를 긍정할 기회를 갖지 못한 노예는 단지 권력에 복종하는 데 익숙할 뿐이지 자발적으로 타인과 공동체에 손을 내밀지 못한다.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라고 배워 온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작 이웃을 배려할 줄 모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도덕 교육은 또 타인의 불의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김 교수는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우리가 사회를 진정으로 도덕적인 사회, 건강한 사회로 만들기 원한다면 타인과 공동체를 위한 양보와 희생을 가르치는 것만큼 타인이나 국가가 자기에게 가하는 불의에 대해 용기 있게 저항하는 것을 자유로운 인간의 마땅한 의무로서 가르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한국의 도덕 교과서는 희생과 봉사의 도덕을 가르친다면서 학생들을 양순하지만 비겁하고 비굴한 노예들로 기를 뿐, 자기를 지키고 불의에 저항하는 용기 있고 당당한 자유인으로 기르는 데는 아무런 관심도 기울이지 않는다."

그 대신 우리 도덕 교육이 강조하는 것은 국가주의, 국수주의, 법과 규칙에 대한 절대적인 강조이다. 이를테면 <중학교 도덕 2>는 국가와 관련된 기술에서 "사람들 사이의 협력을 보장하기 위하여 비협력자를 가려내어 제재하는 일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이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상봉 교수는 "'비협력자를 가려내어 제재한다'는 표현은 히틀러 시대에나 어울릴 법한 섬뜩한 국가주의요 전체주의"라고 지적한다.

이렇게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국가를 강조하면서도 도덕 교과서는 정작 국가가 국민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같은 교과서는 빈민을 구제하는 일에 정부가 나서기보다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불우이웃을 돕고 자선 행위를 하는 것이 더 낫다"고 기술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들 위에 군림하면서도 정작 꼭 필요한 경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은 방기해도 된다는 식의 주장이 도덕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교육 현장에서 주입되고 있는 것이다.

김상봉 교수는 이런 도덕 교육의 파탄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 현재의 도덕 교육을 폐지하는 수준의 혁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오랫동안 우리 교육의 방향을 좌우해 왔던 교육 권력의 주체는 유감스럽게도 식민통치와 독재 권력의 하수인들이었다. 도덕 교과서의 파시즘 역시 그런 불행한 역사의 그림자인 것이다. 모든 압제에 당당히 저항할 준비가 되어 있는 용감하고 긍지 높은 자유인이 아니라 권력에 언제라도 굴종할 준비가 돼 있는 고분고분한 노예를 길러내는 것이야말로 오랫동안 이 땅의 숨겨진 교육이념이었던 바, 도덕 과목의 국정 교과서는 다른 어떤 과목 교과서보다 충실하게 이 과제를 수행해 왔던 것이다. 그러므로 도덕 교과서의 파시즘을 타파하는 것은 우리의 교육을 파시즘적 노예 도덕에서 구해내어 진정한 자유인을 위한 교육이 되게 하기 위해 가장 절박하게 요구되는 교육개혁의 과제일 것이다."

***서울대 박효종 교수 "전교조 교사와 일반 독자에게 영합하려는 천박한 주장"**

이런 김상봉 교수의 주장은 학계와 교육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당장 김 교수에 의해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된 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의 일원인 박효종 교수는 12일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했다.

박효종 교수는 "우리가 공동체의 구성원인 이상 그 특정한 공동체를 가꾸고 일구어나갈 도덕적 의무와 정치적 책무가 있고 또 조상으로부터 받은 그것을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며 "(그렇게 만들어진) 법과 질서의 개념을 단순히 억압이라고 생각하거나 법과 질서에 복종하는 태도를 전체주의적 태도라고 낙인찍는다면 도덕적 결벽증이거나 정치적 감수성의 결여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박 교수는 "진보주의자들은 흔히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체제나 사상을 파시즘이라고 매도하는데, 김 교수도 이런 지적 유행을 따라가고 있어 유감"이라며 "그런 이름으로 전교조 도덕 교사나 일반 독자에게 다가가고자 했다면 지성의 천박함일지언정 진정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더 나아가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진리를 추구하며 치열한 삶을 살아 온 지성과 교육자들을 독설로 매도하는 것은 자신도 마시고 있는 샘에 침을 뱉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며 "이 책이 독설과 소피즘(궤변)으로 주목을 받을 순 있겠지만 이는 저자가 그토록 싫어하는 자본주의 논리에 입각한 인기영합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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