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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파산…평균수명 증가율 축소…유아사망률 증가…미국은 '한국의 모델'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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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개인파산…평균수명 증가율 축소…유아사망률 증가…미국은 '한국의 모델' 아니다

"미국 좇는 한국 앞날 걱정돼"-"영리병원 허용 시기상조"

"한국 정부가 지금 왜 영리법인 병원을 허용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미국 개인파산자의 절반이 높은 의료비를 감당 못해 파산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은 결코 한국이 좇아야 할 모델이 아니다."

정부가 최근 제주도에서 영리법인 병원을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된 법을 추진하면서 이를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리법인 병원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미국 하버드 대학 데이비드 힘멜스타인 교수가 11일 우리나라를 찾았다.

지난 1987년 '국민건강보험을 위한 의사들(PNHP)'를 창립한 후 20년 가까이 영리법인 병원의 질과 효율성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힘멜스타인 교수는 특히 올해 초 미국 파산자의 절반이 높은 의료비 때문에 파산했다는 연구를 발표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이 11일부터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개최하는 '아시아 보건 포럼 2005'의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힘멜스타인 교수는 미국 영리법인 병원의 문제점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영리법인 병원 허용…의료의 '질'과 '효율성' 모두 떨어뜨릴 것**

힘멜스타인 교수는 "영리법인 병원 허용, 민간의료보험 확대 등을 핵심으로 하는 한국 정부의 의료서비스 산업화는 이미 미국에서 구현돼 있다"며 "한국 정부는 미국의 현실에 좀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런 식의 의료 서비스 산업화는 미국에서 개인 파산, 평균수명 증가율 축소, 유아사망률 증가 등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힘멜스타인 교수는 우선 영리법인 병원 허용의 문제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영리법인 병원과 비영리법인 병원의 의료비를 비교해보면 영리법인 병원의 의료비가 무려 19%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것은 영리법인 병원이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남겨주기 위해 '돈이 되는' 심장병, 정형외과와 같은 특정 진료 영역에 집중하고 불필요한 고급 의료기술을 사용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의료의 질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며 "영리법인 병원과 비영리법인 병원의 사망률을 비교해보면 영리법인 병원이 비영리법인 병원보다 2% 높게 나타나는 것이 그 증거"라고 덧붙였다.

힘멜스타인 교수는 또 "의료의 효율성 면에서도 영리법인 병원이 비영리법인 병원보다 우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6227개 병원을 대상으로 행정관리 비용을 살펴보면 영리법인 병원은 전체의 34.0%, 비영리법인 병원은 24.5%, 공공병원은 22.9%로 영리법인 병원이 훨씬 더 비효율적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미국 개인 파산자의 절반은 의료비 감당 못한 탓…"국민건강보험 꼭 필요한 제도"**

힘멜스타인 교수는 '민간의료보험의 천국' 미국의 현실을 계속 고발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국민건강보험이 없는 유일한 곳이 미국"이라며 "국민의 62%, 의사의 60%가 국민건강보험 도입을 원하지만 병원업계, 제약업계와 이들과 연계된 정치인들이 이를 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힘멜스타인 교수는 "지난 2월 발표했듯이 1700명의 파산자를 인터뷰한 결과 50% 정도가 의료비 때문에 파산했다"며 "그 가운데 민간의료보험 가입자가 3분의 1이나 됐고 그나마 치료 중에 보험 자격을 박탈당한 사람도 상당수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정황을 염두에 두면 국민건강보험 부재가 초래할 결과가 무엇인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힘멜스타인 교수는 "의료비 지출은 절대량에서는 부자가 빈자보다 많지만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보면 빈자가 훨씬 높다"며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더 가난해지고 이 때문에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악순환을 깨는 길은 국민건강보험제도의 도입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영리법인 병원 허용 이해할 수 없어…미국보다 부작용 더 심할 것"**

힘멜스타인 교수는 마지막으로 "한국이 왜 지금 영리법인 병원을 허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한국은 미국보다 공공의료 서비스 기반이 취약한 데에다 자선병원, 지역병원 등 비영리법인 병원의 전통도 취약한 여건에서 영리법인 병원이 허용되면 그 충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힘멜스타인 교수는 또 "한국은 영리법인 병원이 허용되지 않은 지금도 수익성에 따라 특정 진료 과목에서는 의사가 부족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영리법인 병원이 전면적으로 허용되면 그 심각성은 미국보다 훨씬 더 심하면 심했지 덜 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영리법인 병원 허용은 한국 정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토론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런 힘멜스타인 교수의 지적에 대해서 조홍준 울산의대 교수도 공감을 표시하며 노무현 정부의 의료 서비스 산업화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은 고급 의료 서비스를 원하는 상류층이 연간 1조 원의 비용을 '원정 치료'에 쓴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미국 상무부가 밝힌 연간 외국인 의료 수입은 1조2000억 원에 불과하고 이중 한국인의 비중은 약 1000억 원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병원 원장이 사석에서 '미국에서 한국인이 쓰는 '원정 치료' 비용이 한 1조 원 정도 된다'고 말한 것을 노 대통령이 따라하는 것"이라고 노 대통령과 정부의 인식의 한계를 꼬집었다.

조홍준 교수는 "현 정부의 의료서비스 산업화 정책은 결국 대형병원, 보험회사, 제약회사에게 이익이 집중되고 환자, 의사가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의료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힘멜스타인 교수의 경고를 우리 정부는 깊이 경청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 보건포럼 2005' 13일까지 계속돼…전 세계 보건의료 문제 토론**

한편 힘멜스타인 교수와 조홍준 교수의 강연을 경청한 살람 이스마엘 '이라크 사회를 위한 의사들' 사무총장은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와 각종 국제협정을 통해 다른 나라들에게 의료서비스 산업화를 강요하고 에이즈(AIDS) 백신 같은 필수 의약품을 독점적으로 생산해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것을 부추기고 있다"며 "국민건강보험제도 확대와 같은 미국 국내 문제뿐 아니라 국제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의 보건의료인들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힘멜스타인 교수는 "미국인에 대한 엄청난 분노에도 불구하고 정중하게 의견을 제시해 준 점에 대해 감사한다"며 "이스마엘 총장의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앞으로 국내 문제뿐만 아니라 국제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답했다. 그는 또 "미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미국 때문에 고통 받는) 전 세계 민중에게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아시아 보건 포럼 2005'는 13일 오전까지 계속된다. <프레시안>은 미군의 이라크 팔루자 폭격 이후 현지의 참상을 전 세계에 고발한 살람 이스마엘 총장의 강연도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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