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릴 예정인 첫 번째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미국이 참여하지 않는 것은 국내외 일부 언론들이 보도한 것처럼 미국 외교력의 이상징후나 동아시아의 미국 배제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라기보다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이 정상회의에 대해서는 아직 "관망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동아시아 정상회의 동향 "관망 중"**
미국 하와이 퍼시픽포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브래드 글로서만 연구실장은 11일 한겨레통일문화재단, 부산광역시, 부산광복6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아시아의 새 질서와 연대의 모색'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공동주최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글로서만 연구실장은 "12월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대해 미국은 그것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망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미국은 아직 그 목적과 성격이 명확하지 않은 동아시아 정상회의를 우려할 이유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불과 몇 주 뒤에 급히 아시아를 다시 방문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게다가 단순한 '옵서버'로 참석할 리는 만무하다"며 "이번 동아시아 정상회의와 관련해 미국의 참가를 논하는 것은 너무 늦은 얘기가 됐다"고 밝혔다.
동아시아 정상회의는 지난 2004년 11월에 열린 아세안+3국(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전격적으로 합의됨에 따라 오는 11월에 처음 열리게 된 것이다. 그동안 국제사회에서는 미국이 중국 쪽에서 이 정상회의를 지역패권 추구의 창구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이 정상회의에 참여할지 여부를 놓고 갖은 관측이 나왔다. 이는 곧 동아시아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과 중국이 이 지역 패권을 둘러싼 신경전을 계속하고 있음을 뜻한다.
***"아시아 지역주의에 대한 미국의 우려 감안해야"**
글로서만 연구실장은 "아시아 지역주의의 부상에 대한 미국의 우려 속에는 이 지역에서 중국의 역할에 대한 우려가 담겨 있다"며 "이런 관점에 비춰보면 동아시아 정상회의는 미국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동아시아를 규정해 중국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대한 미국의 우려는 동아시아 공동체의 부상에 대한 전망과 함께 이것이 '폐쇄된 지역공동체'로 나아갈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국제적 통합이 계속되고 있고, 특히 아시아는 지역생산품의 최종 수요자인 미국을 향해 문을 닫을 만한 여유가 없다는 점에서 동아시아의 폐쇄적 지역주의는 더 이상 심각한 우려사항이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그런가 하면 미국이 동아시아 공동체를 창출하려는 이 지역의 노력을 저지 또는 방해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은 미국이 할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이고 의미 없는 처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미국은 '동아시아 공동체'가 출현하는 과정에서 각국 정부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예의주시할 것이고 그런 행동을 각국과 미국 사이의 관계를 평가하는 잣대로 사용할 것"이라며 "아시아 국가들은 '지역을 창조'하는 과정이 개방적이고 투명할 것을 보장함으로써 동아시아 공동체의 발전이 미국의 이익을 침해할 것이라는 미국의 우려와 공포를 최소화하고 비켜가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변형윤 "동아시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다자적 안보틀 없어"**
부산 아펙 정상회의의 공식 문화행사로 마련돼 이날 이틀간의 일정으로 개막된 이 심포지엄에서는 글로서만 연구실장 외에 폴 브래켄 미국 예일대 정치학부 교수, 예즈청 중국 베이징대 외교학부 주임, 무토 이치요 일본 피플스플랜21 대표, 백영서 연세대 역사학과 교수, 배긍찬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박건영 카톨릭대 국제학부 교수를 비롯해 모두 40여 명의 국내외 학자 및 시민운동가 등이 발제자나 토론자로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고, 행사 첫 날인 이날에는 부산시민 등 300여 명이 방청했다.
주최측은 "북핵문제와 일본의 우경화, 미국과 중국의 긴장 심화 등 한반도 주변의 갈등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이번 심포지엄을 마련했다"면서 "동아시아의 평화와 공존을 위해 각국 정부와 시민사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라고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앞서 변형윤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은 주최측을 대표해 심포지엄 개회사를 하면서 "현재 동아시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다자적 안보틀이 없고 각 나라의 주장들만 있을 뿐이며, 최근 북한 핵 문제 및 북미수교 문제와 관련해 열리고 있는 6자회담이 그나마 다자 틀의 가능성을 평가받고 있는 정도"라며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행사 첫날인 이날 주제발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모든 게 잘 되면 2007년 '아세안 헌장' 채택 가능"**
◆ 동아시아 경제통합, ASEAN의 관점(데니스 휴 싱가포르 동남아시아연구소 연구원) =현재 진척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인도, 호주, 뉴질랜드가 올해 말 최초로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리게 될 동아시아 정상회담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ASEAN) 국가들보다 더 크고 영향력 있는 일본, 중국, 호주, 인도가 포함된다면 동아시아 정상회담의 운전석에 아세안이 계속 앉아있는 모습을 상상하기란 어려운 일일 지 모른다.
이번 동아시아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이슈 중 하나는 '아세안 헌장'의 제정 문제다. 모든 것이 잘 돌아간다면 동아시아는 2007년 정상회의 때는 지역헌장을 갖게 될 것이다. 지역통합에 관한 한 이 헌장은 절호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아세안 헌장이 영향력을 가지려면 그 내용이 강력하고 혁신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아세안이 항상 좋은 취지를 가지고는 있지만 그것을 실현하는 데서는 아직도 부족함이 있음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아세안 헌장이 나오기까지 앞으로 적어도 2년은 걸릴 것이다. 이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회피하고 헌장의 효력을 약화시키는 작용이 이루어지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만약 이런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아세안으로서는 불행하게도 또 한 번의 기회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동아시아 지역협력에 대한 미국의 긍정적 인식 유도해야"**
◆ 동아시아 지역협력과 동아시아 정상회의(배긍찬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동아시아 정상회의는 참여국이 인도, 호주, 뉴질랜드로까지 확대되면서 명실상부하지 않게 됐다. 따라서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East Asia Summit)'라는 이름을 '확대 아세안+3 정상회의(Post-ASEAN+3 Summit)'으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동아시아 정상회의는 원래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을 위한 것인데, 현재 논의되고 있는 동아시아 정상회의는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과는 사실상 무관한 것이다.
향후 동아시아 국가들의 외교과제 중 하나는 아세안+3을 중심으로 하는 동아시아 지역협력에 대해 미국의 긍정적 인식을 유도해나가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지역협력이 결코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아시아의 안정과 번영을 추구하는 미국의 중장기적 이해관계에 부합할 수 있다는 점을 효과적으로 설득해 나가야 한다. ASEAN+3 협력체제는 역사 및 영토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동북아의 한중일 3국 간 긴장관계를 완화시켜주고 잠재적 분쟁을 방지해주는 유용한 틀을 제공하고 있다.
***"6자회담 이후의 합의준수 메커니즘 창출해야"**
◆ APEC과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대한 미국의 시각(브래드 글로서만 하와이 퍼시픽포럼 CSIS 연구실장) =아시아 금융위기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신뢰성에 큰 상처를 주었다. APEC이 금융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던 APEC이 2001년 9.11 테러의 여파로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받았다. 부시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이 지역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APEC을 활용했다. 미국은 또 세계적으로 무역자유화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APEC을 이용해왔다. 미국에게 APEC은 가치 있는 기구다.
아시아에서 또 다른 중요한 다자주의적 노력으로 북핵 6자회담을 들 수 있다. 지난 번 4차 6자회담에서 나온 공동성명은 중요한 진전이다. 일부에서는 6자회담이 상시적인 안보포럼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그러나 이 협상의 이슈 범위는 안보를 상당부분 넘어 확대돼 있다. 이 협상에서 안전보장과 군비 문제에 더해 궁극적으로는 외교관계 수립, 에너지 문제, 경제적 지원과 개발, 인권 문제까지도 궁극적으로는 다뤄져야 한다. 다만 어떤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그 이행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합의사항의 준수 여부를 살피기 위한 새로운 메커니즘이 창출돼야 한다.
지금 아시아에서 새로운 지역적 질서가 출현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지역의 역동성과 경제적 풍요, 그리고 미국의 오랜 이해관계를 고려하면 미국이 그 모든 과정에 계속 개입할 것으로 확신된다.
***"한국의 '지역안보 균형자' 역할은 가치 있는 개념"**
◆ 동북아시아의 균형전략(폴 브래켄 예일대학 정치학부 교수) ='한국이 지역안보의 균형자로서 행동한다'는 것이 아시아 안보를 위한 새로운 개념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동아시아 안보에 대한 향후 전략적 대화를 위한 보다 확대된 틀이 필요하다. 아울러 전쟁을 일으킬 전통적인 명분은 사라졌다고 하지만, 다양한 종류의 군사적 대결로 발전할 수 있는 일종의 정치적 라이벌 관계가 이 지역에서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는 이런 경향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방법이 전면적으로 모색돼야 한다.
독일식의 라팔로 전략(Rapallo strategy, 1차대전 전승국인 주변열강들의 호의를 얻지 못하던 독일이 그들 몰래 1922년에 소련과 라팔로조약을 맺었던 것을 지칭)은 강대국 간의 라이벌 관계와 의심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기회주의에 기반을 둔 약소국의 이중거래적 외교전략이다. 한국으로선 이보다 더 위험한 외교정책이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전략을 한국이 취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한국은 오히려 반 라팔로 전략으로 가야 한다. 이는 주변열강들의 의심이나 두려움을 이용하지 않고, 그들의 신뢰와 신용을 강화하는 외교전략이다.
한국이 동북아시아의 안정화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주변국들의 반대를 촉발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이 지역안보의 균형자 역할을 한다는 것은 모색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개념이다. 물론 미국과 일본, 그리고 다른 나라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할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 벗어나는 한국의 새로운 외교적 시도 주목"**
◆ 미일동맹과 동북 아시아의 안보(칸 히데키 세이난조가쿠인대학 교수) =최근 미일 안보관계는 좋은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반면, 한미 안보관계는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 이래 점진적으로, 그리고 꾸준하게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미일관계가 개선되는 데는 일본이 동아시아의 주요 안보문제에 있어서 미국의 입장에 보다 밀착해온 것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워싱턴의 정책입안자들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은 특히 북핵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입장에서 떨어져 나가 북한과 중국의 입장에 접근해왔다. 한미 안보관계 악화의 요인으로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엇갈린 인식, 북한에 대한 정책 조율의 어려움, 주한미군의 감축,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 한국 젊은 세대의 반미감정 고조 등이 거론된다. 마이클 아머코스트 전 미국 국무차관의 표현을 빌리면, 워싱턴의 정책 결정자들이 보기에 한국의 새로운 외교적 시도는 "방화범과 소방관 사이에서 중립을 선언하는 것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새로운 외교적 시도가 일본 외교에게 던지는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일본은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처럼 한국의 중재역할을 불신하면서도 6자회담에서 한국과 협력해 한일관계를 강화하는 쪽으로 노력할 것이다. 동아시아의 협력을 얘기할 때 역사 문제가 어려운 쟁점이 된다. 한일 간에도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양쪽에서 동시에 화해하고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중국은 역사 문제를 외교 카드로 이용하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
***"'동북아 세력균형론'은 중국의 '화평굴기'에 맞서는 서방의 전략"**
◆ 중국의 화평굴기(和平崛起, Peaceful Rise)와 동북아 협력(예즈청 중국 베이징대학 외교학부 주임) =중국의 화평굴기가 실현되려면, 즉 중국이 평화롭게 강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으려면 평화로운 국제환경이 필요하다.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 3월 업무보고에서 중국의 화평굴기에 대해 "세계평화의 유리한 시기를 이용해 스스로의 발전을 실현하는 것이며, 자신의 발전을 이용해 세계평화를 더 잘 수호하고 촉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세력균형'은 결코 가장 좋은 선택방안이 아니다. 서방의 균형관념을 적용하는 것은 중국의 흥기(興起)가 동아시아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력균형이 아닌 '협력'이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는 데 더 나은 방안이다. 세력균형은 미국이 중국의 화평굴기에 맞서는 전략일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한반도의 현 상태를 깨기를 원하지 않는다. 중국의 흥기는 주로 경제적인 것이다. 북핵 6자회담의 진행과정 속에서 동북아시아의 안보협력을 촉진할 요소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중, 러, 한, 일 4개국은 북핵 문제에서 비교적 많은 공동의 이익을 가지고 있다.
4개국은 모두 북한의 이웃 국가다. 평화로운 해결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북핵 문제에서 긴장국면이 형성되거나 심지어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4개국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이 초래되거나 중대한 재난이 일어날 수 있다. 4개국은 마땅히 공식적, 비공식적인 협상 시스템을 통해 북핵 문제에 대한 입장을 조정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공통의 태도를 취할 수도 있다. 이것이 동북아시아 안보협력의 첫 걸음이 돼야 한다.
***"중국과 미국이 제2의 냉전에 돌입하지 않도록 한국이 역할해야"**
◆ 중국과 미국의 전략적 경쟁 및 한국의 전략적 결정(박건영 카톨릭대학 국제학부 교수) =부시 행정부는 중국을 미국의 전 지구적 주도권에 대해 임박한 최대 위협으로 지목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중국을 겨냥한 전략적 행동을 바로 지금 취해야 한다는 결정을 이미 내린 게 분명하다. 이는 미국이 미일 동맹을 강화한 것,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부추긴 것, 인도에 핵 기술을 제공하기로 한 것 등에서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미국의 정책들은 중국을 압박하거나 포위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런데 이는 단지 시작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중국은 자국의 국방력 증강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러시아와 사상 처음으로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한 것, 일부 옛 소련 구성국들 및 인도, 몽골 등을 '상하이협력기구'에 가입시키고자 노력하는 것, 대만 분리주의에 대항하기 위한 '반분열법'을 제정한 것 등이 바로 그런 사례다.
중미 관계는 전략적 협력관계라기보다는 전략적 경쟁관계다. 서로에 대한 태도나 전망이 크게 변하지 않는 한 중미 관계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현 상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두 거대 국가가 제2의 냉전에 돌입하지 않도록 서로 간의 이견을 좁혀 나가도록 하는 것이 전 세계의 중대한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오랜 동맹국이자 중국의 새 우방국이 된 한국이 이런 중미 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북한 핵 폐기를 둘러싼 6자회담은 동북아시아에서 보다 포괄적인 안보공동체를 발전시키는 데 유용한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한미일 3국의 '실질적 동맹(virtual alliance)'의 창설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동맹은 이 지역을 둘러싸고 대륙 강대국들과 해양 강대국들 간에 냉전시기의 경쟁관계와 비슷한 관계를 만들어내어 다자간 안보협력 구도를 해칠 것이다. 실질적 동맹 구상은 실행 불가능할 뿐 아니라 시대착오적이며, 여러 가지 면에서 위험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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