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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킥 앤 러시'…'골프망국'으로 '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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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킥 앤 러시'…'골프망국'으로 '골인'"

[긴급기고] 기획예산처의 대중골프장 10곳 건설계획 유감

6일 기획예산처와 문화관광부는 앞으로 5년간 매년 2곳씩 총 10곳의 대중골프장을 건설해 개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인당 이용료가 3만 원 이하인 9홀 골프장 10곳을 지어 해외 원정골프 증가에 따른 외화 유출을 차단하고 국내 레저산업 발전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경제·환경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온 초록정치연대 우석훈 정책실장(경제학 박사)이 이번 기획예산처 등의 골프장 정책의 본질을 짚는 기고를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우 실장은 "모든 개혁이 지지부진하고 경제 정책이 길을 잃고 서민들이 길거리에 나앉는 상황에서도 골프장 건설을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이 정부의 처신에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이번 기획예산처의 골프장 정책도 결국 지방 토호들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편집자>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은 골프장밖에 없는가?**

참여정부의 정책 중에서 가장 화려하면서도 많은 변이를 가지고 또 가장 많은 '공격수'가 동원된 정책이 하나 있다. 바로 골프장 정책이다. 참여정부의 골프장 정책은 정말 화려하고 또 다양한 수법을 자랑한다.

2004년 1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골프장 검토가 시작된 이후 제일 먼저 공격수로 나섰던 부서는 우리나라 경제의 총지휘부인 재경경제부였다.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한 소위 '민생경제'에 집중한다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제일 열심히 갯수까지 300개라고 수치를 대면서 골프장 건설을 총지휘했다.

그 다음에 골프장 바턴을 이어 받은 곳은 국가 운영을 총괄하는 진두 지휘부에 해당하는 총리실이었다. 총리실에서는 무려 100여 개의 크고 작은 규정을 고쳐서 나라 경제를 살리고 '잔디 산업'을 일궈내 중국에 빼앗길 위기에 처한 골프 산업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야말로 박정희 시절에 수출 산업을 진두지휘하거나 석유 파동 때 상황실을 운영했던 것처럼 골프장을 짓기 위한 각종 대책들이 쏟아졌다.

전라남도를 세계 최대의 골프장 집중 지역으로 만들어보겠다는 J-프로젝트에서도, 또 '식량 자급'을 목적으로 매립 공사를 추진되고 있는 새만금에서도 세계 최대의 골프장 건립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한 술 더 떠 낙후된 지역경제를 살리겠다고 개인이 가지고 있는 대지에 대한 강제 '수용권'을 기업에게 부여하기까지 한 기업도시법 역시 결국은 골프장과 카지노 사업으로 귀결될 전망이다. 급기야 지난 연말에는 청와대까지 나서서 뒤엉킨 골프장 추진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교통정리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 난리 통에도 여주, 제주도와 같은 골프장 최대 밀집 지역 외에 부산과 서울에서까지 골프장 건설 붐이 조성되고 있다. 그리고 이젠 이 정부에서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기획예산처까지 골프장을 짓는 데에 세금을 기꺼이 털어내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이제 경제와 관련된 정부 기관 그리고 유관 기관 중에서 골프장을 지어야 한다고 이 난리 통에 끼어들지 않은 곳은 한국은행과 중소기업진흥청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 '참여정부'라고 불리고 싶어 하고 가끔은 좌파 정부로 터무니없는 오인을 받기도 하는 이 정부가 실제로 한 것은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지는 '양극화 심화'와 골프장을 짓기 편하게 법을 고치고 돈을 모아내는 것 외에는 그다지 없어 보인다. 도대체 골프장이 '무엇이길래' 수많은 민주주의의 지지자들이 가까스로 만들어낸 이 대통령과 정부가 온 힘을 기울여야 하는 정책이 되어버린 것일까?

***300억 원 던져줄 테니, 골프장 지으라고?**

기획예산처는 골프장에서 받은 약간의 부담금 300억 원을 들여서 '이익의 사회적 환수' 차원에서 대중 골프장 10곳을 짓겠다고 한다. 담배에서 걷는 세금으로 다시 '더 서민적 담배'를 만들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재 담배에서 걷는 세금은 일반회계로 사용하거나 교육, 보건 등 공익적 용처에 사용하고 있다. 상당수 흡연자들이 약간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큰 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그 사용 목적이 공공성에 합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골프장은 어떤가? 우리나라 교과서에도 '녹색사막'이라고 골프장의 생태적 폐해에 대해서 지적하고 있듯이 골프장이 사회에 주는 문제점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지하수 사용과 오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다. 골프장 부담금은 바로 이러한 생태적 폐해에 대한 관리와 생태계 복원 비용에 사용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기획예산처에는 이런 교과서에도 나오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필요 이상의 골프장을 지방자치단체마다 짓고 싶어 하는 것은 골프장 운영에 따른 세수 확대 때문이다. 적절한 균형을 찾기 위해서는 골프장을 건설하는 대신 국립공원을 유지하거나 생태보전지역을 보유하고 있는 지자체에 대해서 이미 생태계를 훼손한 골프장에서 발생하는 세금의 일부를 '생태교부금 형태'로 지원하는 것이 적절한 시장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옳은 일이다.

더구나 기획예산처의 발상대로라면 매년 기금 300억 원을 땅을 골프장 용도로 자진해서 내놓는 지자체 2곳을 선정해 나눠주겠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각 지자체가 보유하고 있는 국유림과 보전 지역을 어떻겠든 지목을 변경해 내놓으려 할 것이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토호들의 땅을 지자체의 땅과 묶어서 보상금 나눠먹기와 같은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정책은 300억 원을 던져놓고 각 지자체보고 골프장을 지으라고 강요하는 모양새니 분권이라는 민주주의 이행 절차를 순전히 골프장을 만드는 악랄한 수법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단언컨대 이것은 민주주의도 아니고 경제 살리기와도 관계없다. 세수가 부족한 지자체의 어려운 형편을 악용해 지방 토호들 배를 불리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 골프장 부담금은 새로운 골프장을 매개로 지방 토호들 뱃속으로 그대로 들어갈 것이다.

***참여정부의 '킥 앤 러시', 그 결말은?**

영국 축구의 고전 전략인 '킥 앤 러시'를 참여정부는 '분권'이라는 이름으로 즐겨 사용한다. 중앙정부가 전체 돈을 모아서 던져주고 먼저 와서 받아먹는 지자체에게 우선권을 주는 이 웃기는 메커니즘을 참여정부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라고 부른다.

이 정부는 유독 '킥 앤 러시'를 선호한다. 기업도시, 혁신도시, 클러스터 도시 등 하여간 휙 던져놓고 제일 빨리 달리는 오언이나 루니 같은 발 빠른 초특급 스트라이커가 받아서 어떻게든 골을 넣어보라는 식의 정책이다. 지역 정책으로는 역사에 남을 정도의 '조삼모사'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지방정부에 행자부가 주던 교부금을 산업자원부가 모아서 '균형발전특별회계'라고 이름을 바꿔서 휙 던지는 게 이 정부의 지역 정책의 본질이다.

이번 기획예산처의 발상도 마찬가지다. 주로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가 잘 써먹던 '휙 던지는' 킥 앤 러시 전략을 골프장 건설 정책에 접목시켰다. '자, 300억 가니까, 제일 빠른 두 곳에서 잘 받아봐, 그리고 해마다 러시는 두 번씩, 5년간 계속된다.'

역사는 이 참여정부를 경제와 발전 대신에 골프장을 선택한 정부라고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암만해도 이 정부는 밥 먹고 골프 칠 생각과 골프장 지을 생각밖에 안 하는 정부 같아 보인다. 서울의 난지도 골프장을 공원으로 전환할 것인가 그냥 소수가 골프를 치도록 할 것인가 한참 격론 중인 이 시점에 또 골프장을 정부 세금으로 짓자고 하니 놀라울 뿐이다.

차라리 그 돈을 소년소녀 가장 3000명에게 연간 1000만 원씩 그냥 주는 게 나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5년간 1만5000명 정도는 확실하게 행복해질 것이다. 소년소녀 가장들이 1000만 원씩 받게 된다고 해도 불만 있을 사람은 아마 국민 중에는 없을 것이다. 케인즈도 건설을 지나치게 하는 대신에 분배 왜곡이 발생하지 않는 방식을 사용하라고 조언한 바가 있다.

모든 개혁이 지지부진하고, 모든 경제 정책이 길을 잃고 헤매고, 서민들이 길거리에 나앉는 이 순간에도 골프장만큼은 정말 확실하게 건설하는 정부다. 대단한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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