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 의해 대법관에 지명된 이후 대법관으로서의 자질과 성향 미비 논란에 휩싸였던 해리엇 마이어스 백악관 법률담당 고문이 27일 대법관 후보 지명자 자격을 자진 철회하는 방식으로 반납했다.
***'여장부' 마이어스 '마지막 벽 넘기' 실패**
마이어스는 미국 텍사스 주에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로펌의 파트너가 되고 변호사회 회장을 지내는 등 남성 중심의 보수적 법조계 틀을 깨뜨려온 '여장부'로 주목을 받아왔지만, 대법관 후보로 지명된 지 24일만에 스스로 퇴진함으로써 '마지막 벽'을 넘어서는 데는 실패한 셈이 됐다.
부시 대통령은 마이어스의 지명자 자격 자진철회 결정을 수용하고 적절한 시기에 다른 후보자를 지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어스 지명자는 부시 대통령 앞으로 보낸 서한을 통해 상원의 인준 절차가 "백악관과 우리 직원들에게 짐이 될 것"이라며 자진철회 의사를 밝힌 것으로 백악관은 발표했다.
마이어스의 대법관 낙마는 미국 내 보수주의자들의 응집력을 과시한 것인 동시에 부시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기반이기도 한 보수주의자들의 반발까지 받을 정도로 지도력을 상실해 벌써부터 레임덕에 빠지고 있음을 보여준 사건으로 풀이되고 있다.
***28일 리크 게이트 수사 결과 발표 관심집중**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대한 대응, 이라크 반전여론 등과 관련해 이미 궁지에 몰려온 부시 대통령은 이날 마이어스의 대법관 낙마에 이어 임박한 리크 게이트 수사 결과 발표에서 또 다시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갈수록 사면초가 상태다.
리크 게이트는 전직 외교관이었던 조지프 윌슨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의 구실을 마련하기 위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정보를 왜곡, 과장했다고 비판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윌슨의 부인인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의 신원을 누군가가 언론에 고의로 누설(leak)해 보도되도록 한 사건이다.
미국 법무부는 이르면 28일 있을 예정인 리크 게이트 수사 결과 발표에서 부시 대통령의 심복인 칼 로브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기소한다는 결정을 밝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고, 딕 체니 부통령도 이 사건에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마이어스를 대법관 후보로 지명할 때 퍼스트 레이디인 로라 부시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 고위급 여성들의 조언을 많이 참고했던 것으로 알려졌고, 이에 대한 비판이 일어나자 대법원을 판사 출신만이 아닌 다양한 구성원으로 채우길 원했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미국내 보수주의자들의 반대에 낙마**
그러나 종신직으로서 미국의 가치관과 정치ㆍ사회ㆍ경제적 관행을 규정하는 중요한 자리인 연방 대법관에 왜 굳이 마이어스를 임명해야 하느냐고 따지고 드는 반대자들이 많았고, 부시 대통령은 결국 그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셈이다.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은 대법원을 확실한 보수파로 채워야 한다는 입장에서 마이어스의 세계관과 법적인 자질을 문제 삼았으며, 심지어는 "그에게 대통령과 연줄이 있다는 점 외에는 특별한 게 무엇이 있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몇 주일 동안 마이어스를 강력히 옹호해온 부시 대통령은 이날 마이어스의 지명자 자격 반납이 확정된 뒤 "백악관 내부문서를 제출하라는 상원측의 부당한 요구 때문에 마이어스가 물러서게 됐다"며 의회에 그 책임을 돌리는 태도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상원 법사위는 부시 대통령과 마이어스 고문이 백악관에서 나눈 대화록을 제출하라는 요구를 해왔으며, 부시 대통령은 이 요구를 받아 들기를 거부해왔다. 이와 관련해 부시 대통령은 이날 "상원의원들은 마이어스 지명자가 백악관 근무 기간에 취한 조언들과 관련된 백악관 내부문서를 얻을 때까지 만족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며 "이를 밝히는 것은 솔직한 조언을 받을 대통령의 능력을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마이어스 지명자의 결정이 헌법상 삼권분립의 원칙을 존중한 것이라며 그녀에 대한 깊은 존경을 확인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이어스 지명 이후 그동안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마이어스의 자격과 성향에 대한 불만과 비판이 들끓어 부시 대통령이 연일 해명과 옹호에 나서는 등 곤경을 겪어왔다. 마이어스 대법관은 특히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주지사였던 때에 개인변호사를 지낸 뒤 백악관에 입성한 부시의 측근 인물로 법관 경력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정실인사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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