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후 처음으로 비정규직이 감소했다던 노동부의 발표가 이틀만에 엉터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대환 "비정규직 감소는 통계오류, 사실은 증가했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27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8월 현재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548만3000명(전체 임금근로자의 36.6%)으로 지난해 539만4000명(37%)에 비해 9만 명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다시 검증을 한 결과 오류가 발견돼 바로잡으면서 비정규직 근로자와 국민 여러분께 주무장관으로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잘못된 통계를 발표한 경위를 소상히 파악해 관련자에게는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면서 "차후에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해서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김 장관은 전날 <프레시안>을 비롯해 일부 매체에서 비정규직 통계를 낸 방식과 그 해석에 대해 정부가 '현실 호도'를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점을 의식한듯 "이번 통계작업의 오류는 통계처리 기술상의 부주의에서 발생한 것으로 비정규직 규모를 축소하거나 왜곡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25일 통계청이 조사한 올해 8월 현재를 기준으로 한 '2005년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를 토대로 올해 비정규직 근로자의 수가 502만9000명(전체 임금근로자의 33.6%)으로 지난해의 539만4000명(37.0%)에 비해 37만 명(3.7%포인트)이 감소했다고 발표했었다.
노동부는 "조사개시 이래 비정규직 근로자 규모가 최초로 감소세로 반전한 것은 기업이 인력운용에 있어서 더 이상 비정규직 채용으로는 이윤극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는 엉터리 해석까지 내놨었다.
게다가 발표된 내용과 해석에 대해 <프레시안>에서 '비현실성'을 지적하며 의문을 제기하자 노동부의 담당 부서 관계자는 "노동부의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해석하는 쪽의 자유"라는 무책임한 답변을 하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그 발표내용과 해석이 불과 이틀만에 '잘못'이요 '실수'였다는 사실을 노동부 스스로가 알아차리고 인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이 감소했다던 노동부 발표의 문제점은 단순한 통계오류로 치부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비정규직 근로자 수의 통계 변화를 기업의 채용관행의 변화에 따른 노동 고용시장의 개선으로 해석하고자 했던 노동부 관리들의 비현실적이고 억지스러운 태도가 처음부터 이번 사태의 배경에 깔려있었다고 봐야 한다.
***"10.26 선거용 통계 왜곡 아닌가"**
이 때문에 노동계 일각에서는 노동부가 정규직으로 분류하고 있는 '사실상의 비정규직'인 '취약근로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부가 '비정규직 감소'라는 엉뚱한 통계를 10.26 선거 직전에 발표한 점에 대해서도 정치적 의도에 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즉각 논평을 내고 "우리는 이번 통계분석 오류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 소동은 어떻게든 비정규직 규모를 축소해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감추어 보려는 정부의 '불순한' 의도가 낳은 것"이라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문제 많은 비정규법안을 강행하는 데 보다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민주노총은 "공신력을 담보해야 할 노동부의 유례 없는 통계오류는 매우 중대한 사건"이라면서 "노동부장관은 해명 등으로 이 사태를 대충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동계에서는 노동부가 통계의 오류를 인정하기 전부터 "현실을 호도하는 발표"라는 비판을 했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소장은 26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정규직으로 분류하고 있는 '취약근로자'는 정부가 규정하는 비정규직보다 더 열악한 경우가 적지 않은 고용형태"라면서 "도대체 이들을 정규직으로 분류해 놓고는 비정규직이 감소했다는 통계를 내놓은 저의가 뭐냐"고 반박했다.
정부가 '취약근로자'로 분류하고 있는 정규직은 352만5000명(23.5%)에 달한다. 노동부는 "노동계가 비정규직 범위에 포함하는 '취약근로자'는 고용형태상 정규직이지만 임시 일용직의 근로자를 뜻한다"고 규정하면서 "노동계는 동일한 조사결과에 대해 다른 기준을 적용해 비정규직 규모를 산출하는데, 그 분류기준에 따라 계산한 비정규직은 855만 명(57.1%)"이라고 밝혔다.
'취약근로자'를 포함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수는 2003년 8월 784만 명(55.4%)에서 2004년 8월 816만 명(55.9%)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855만 명으로 또다시 크게 증가했다.
노동부는 통계청 자료로 간단하게 구할 수 있는 '사실상의 비정규직' 규모의 변화추이는 애써 통계에서 빼놓은 것이다.
김유선 소장은 "비정규직 감소는 오히려 기업들이 이윤극대화를 위해 보다 임금이 싼 정규직 고용형태의 임시 일용직인 취약근로자로 전환시켰기 때문"이라면서 노동부의 '왜곡된 해석'을 반박했다.
나아가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이 정규직에 비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현실도 정부의 통계 방식에서는 가리워져 있다.
노동부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수준은 월평균 117만 원으로 정규직 181만 원의 64.8%로 집계돼 2004년 65%보다 다소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김 소장은 "취약근로자를 정규직에 포함시켜 정규직 평균임금 수준을 떨어뜨려 놓았기 때문에 비정규직 임금 수준이 64.8%라도 되는 것이지, 취약근로자를 비정규직에 포함시켜 정규직과 임금 대비를 하면 50%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이 정부의 공식 통계를 이런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 수준은 정규직의 51.9%로 나타났다.
이러니 노동부의 비정규직 통계부실 파문과 발표시점까지 고려할 때 노동계에서 '선거용 통계왜곡'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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