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4일 앨런 그린스펀(79)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후임에 벤 버난케(51)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그린스펀 의장과 버난케가 참석한 가운데 내년 1월말로 임기가 끝나는 그린스펀 의장의 후임에 버난케를 지명한다고 밝혔다.
***"보다 예측가능한 통화정책 운용" 전망**
연준 관찰자들은 버난케 지명자는 그린스펀과 달리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버난케의 소신은 그동안 '애매모호한 말을 해놓고 시장으로 하여금 자신의 진정한 의도를 추측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해온 그린스펀과 대조되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앞으로 연준의 통화 및 금리 정책이 보다 예측가능한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차기 연준 의장에 버난케가 지명됨에 따라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런 전망은 버난케가 연준 이사로 재직할 당시에 미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은 용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던 점을 토대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은 시기에는 그린스펀보다 버난케가 더 강력한 금리인상 의지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랫동안 미국경제를 이끌어온 그린스펀 의장의 업적을 치하하고 버난케 지명자가 그의 뒤를 이어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상원에 조속한 인준을 촉구했다.
***버난케 "그린스펀의 정책과의 연속성" 강조**
버난케 지명자는 부시 대통령의 지명 발표가 있은 뒤 "상원의 인준을 받게 되면 그린스펀 시대에 수립된 정책 및 정책전략들과 연속성을 유지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둘 것"이라며 "연준의 동료들과 협력해 미국경제의 지속적인 번영과 안정이 보장되도록 지원하기 위해 주어진 권한 안에서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버난케 지명자는 지난 6월 백악관에 들어오기 전까지 연준 이사를 지낸 사람인데다 물가 등 일부 문제를 제외하고는 그린스펀 의장과 정책적 견해를 대부분 같이 해왔다는 점에서 그린스펀의 뒤를 이어 미국경제를 큰 동요 없이 이끌어갈 적임자로 거론돼 왔다.
버난케 지명자는 하버드대와 MIT에서 공부한 뒤 프린스턴대학 교수를 지내다 부시 대통령에 의해 2002년 8월 연준 이사로 임명됐다.
***뉴욕증시, 주가상승으로 긍정적 반응**
그가 그린스펀의 후임자로 지명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증시에서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는 등 긍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하지만 버난케 지명자는 그린스펀 의장과 달리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물가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어, 이런 방향에서 정책의 변화를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부시 대통령은 버난케를 차기 연준 의장에 지명하면서 그린스펀 의장이 증시 폭락과 아시아 및 중남미 금융위기, 두 차례의 경기침체, 9.11사태 등 굴곡 속에서도 18년 동안 미국경제를 훌륭하게 이끌어왔다고 치하했다. 이에 그린스펀 의장은 부시 대통령이 "탁월한 지명을 했다"며 "버난케 지명자는 학식이 뛰어난데다 경제에 대한 통찰력을 갖추고 있다"고 화답했다.
버난케 지명자는 상원 인준을 받아야 하지만 지난 6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에 오를 때 이미 인준절차를 거친 바 있어 돌발변수가 없는 한 큰 문제 없이 인준을 받게 될 것으로 미국언론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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