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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만이 말을 할 수 있는 이유

hari-hara의 '생물학 카페' <41> 말 이야기

얼마 전에 조카 돌잔치가 있어서 거기에 다녀왔습니다. 처음 보았을 때는 너무나 작아서 저 작은 몸이 자라나 커다란 어른이 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본 아기는 여전히 작고 귀여웠지만, 그래도 1년 전과는 몰라보게 다를 만큼 자라 있더군요. 이제 아기는 걸음마와 함께 막 말을 배우려고 합니다. 아직은 '엄마, 아빠' 밖에는 말을 할 줄 모르지만, 자라나는 속도와 함께 점점 수다스러워지겠지요.

인간이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입니다. 지구상의 수많은 동물들 가운데 음성신호를 통해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인간밖에 없거든요. 앵무새나 구관조 같은 몇몇 새들이 간단한 단어를 따라하기는 하지만, 이들이 진정으로 단어의 뜻을 알아서 적절한 시기에 사용할 수 있다고는 믿기 어렵거든요. 게다가 말할 수 있는 단어의 숫자도 몇 개 안 되구요.

앵무새가 어설프게나마 사람의 말을 따라하는 것은 이들의 음성기관 구조가 사람과 상당히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네델란드 라이덴대 가브리엘 벡커스 교수팀은 앵무새는 상당히 두꺼운 혀를 가지고 있으며, 사람처럼 혀의 모양과 위치를 바꿔가며 다양한 소리를 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혀의 모양과 위치를 바꿀 줄 알기 때문에 앵무새는 사람뿐 아니라 다른 동물들의 소리도 흉내 낼 수 있답니다. 예를 들어 앵무새와 잘 짖는 강아지를 함께 키우면 앵무새는 강아지의 짖는 소리를 흉내 내게 되는 것이죠.

인간의 아기도 처음 태어났을 때에는 말을 하지 못합니다. 태어난 지 1년쯤 지나야 겨우 '엄마, 아빠, 맘마' 등 간단한 말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아기가 일상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단어 50개를 다 익히는 데는 태어난 이후 17개월 정도가 걸립니다. 그런데 이렇게 느린 언어학습 능력은 아기가 만 두 돌이 되는 무렵 갑자기 막힌 둑이 터진 듯 급격하게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가 되면 아기들은 하루 평균 4개꼴로 새로운 단어들을 익히게 됩니다. 이 속도라면 한 달이면 120개 이상의 단어들을 익히게 되며, 이 단어들은 여간해서 잊지 않고 사용합니다. 아기는 하룻밤 자고 나면 새로운 단어를 사용하게 되는데, 어른들은 이를 '말문이 터졌다'라고 이야기하지요. 지금 영어단어를 이렇게 외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겠죠? 또한 이 시기의 아기들은 그동안 한 가지 단어만을 사용해 말하던 것에서 더 나아가 단어를 결합해 사용할 줄 알게 됩니다. 예전에는 배가 고프면 '맘마'라고만 얘기했던 것에서 '나 배고파' 혹은 '우유 주세요'라고 말할 줄 알게 된다는 거죠.

사람들은 흔히 갓난아기가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을 아직 지능이 덜 발달되어 어휘를 습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살 무렵이 되어야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지능이 발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러나 이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물론 두 살이 되어야 아기의 뇌가 언어를 학습할 수 있을 만큼 지능이 발달하는 것은 맞지만, 대부분의 아기는 돌이 되기 전에는 '말과 비슷한 소리'조차도 못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앵무새의 경우처럼 뜻을 이해하거나 단어를 조합할 수는 없어도 왜 단순히 엄마, 아빠가 자주 말하는 단어들을 흉내내지 못하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갓난아기는 원래 말을 할 수 없는 신체적 구조를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목을 만져보세요. 사람의 목에는 크게 두 개의 관이 지나갑니다. 하나는 공기가 통하는 길이라는 뜻을 가진 기도(氣道)입니다. 코와 입으로 연결되는 기도는 반대쪽은 폐와 연결되어 있어 숨 쉴 때 공기가 지나가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두 번째 관은 식도(食道)입니다. 음식물이 지나가는 길이라는 이름처럼 위장과 연결되어 있어 우리가 입에서 씹어 삼킨 음식이 지나가는 길입니다.

이 두 관은 모두 입으로 통해 있고 목 안쪽에서 갈라집니다. 기도로는 공기만이, 식도로는 음식물만이 들어가는 게 좋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음식을 씹다가 꿀꺽 삼키는 순간은 근육의 움직임에 의해 기도 입구가 막혀서 폐로 음식이 들어가는 것을 막습니다. 그러나 가끔 음식을 먹으면서 웃거나 큰소리로 떠들면 기도의 닫힘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번쯤 이런 경험 해보셨죠? 이것이 바로 '사레' 들리는 것이죠.

기도에 음식물이 들어가면 자칫 폐로 넘어가 염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몸은 강한 재채기와 기침을 통해 기도로 넘어간 음식물을 뱉어내려고 합니다. 따라서 사레가 들렸을 때는 재채기가 나와 음식물이 다 튀어나오게 되는데, 기도는 코와도 연결되어 있어서 코로 밥풀이 튀어나오는 민망한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레는 우리 몸의 자연스런 보호 체계입니다. 단 몇 분만 숨을 쉬지 못해도 인간은 사망하기 때문에, 공기가 통하는 기도를 깨끗하게 비워놓는 것은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몇 년 전에 유명한 성우가 연예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 떡 먹기 게임을 하다가 기도가 막혀 질식해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빨리 먹으려고 크게 씹은 떡 조각이 기도에 들어갔는데, 이 조각이 재채기로 밀어내기에는 너무 컸기에 질식을 일으킨 것이죠. 따라서 음식을 먹을 때 너무 크게 떠들거나 제대로 씹지 않고 삼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랍니다.

그럼, 반대로 식도에 공기가 많이 들어가면 어떻게 되냐구요? 주로 질긴 음식을 먹어 많이 씹거나 식사 중 말을 많이 하면 역시 식도로 공기가 많이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도 이것은 별 문제는 없습니다. 식사를 마친 뒤 트림으로 나오게 될 테니까요. 역시 어려운 자리에서 밥을 먹게 된다면, 트림이 나오지 않도록 식사 중에는 잠시 조용히 하는 것이 좋겠지요?

자, 다시 아기의 말 배우기로 돌아가 봅시다. 기도의 윗부분을 후두(喉頭), 그보다 더 위쪽, 즉 입과 연결되는 부위를 인두라고 합니다. 후두에는 성대가 있어 목소리를 낼 수 있지요. 따라서 감기에 걸려 후두에 염증이 생기면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게 된답니다. 아기는 태어날 때 인두가 짧아 후두가 혀와 거의 같은 높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서 인두가 길어지고 상대적으로 후두와 설골(혀 아래쪽에 있는 뼈)이 혀에 비해서 상당히 아래쪽으로 내려오게 됩니다. 이렇게 후두가 아래쪽으로 내려오게 되면 이 부위의 길이가 길어지고, 좀 더 다양한 음을 낼 수 있는 성대가 자리잡게 되는 것이죠.

아기는 인두가 짧아 후두와 설골이 위에 위치하기 때문에 구강 구조상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아기가 처음에는 의미없는 소리를 내다가 옹알이를 하고, 나아가 불분명한 말을 하게 되는 것은 후두와 설골의 위치가 자라면서 조금씩 아래로 내려와 그 내려온 정도만큼 낼 수 있는 소리가 많아지기 때문이지요.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동물들은 갓난아기처럼 후두와 설골이 혀와 거의 같은 높이에 있고, 성인이 되어도 내려가는 현상을 보이지 않습니다. 인간과 유전자의 98%가 같다고 하는 침팬지조차 말이죠. 그러니 동물들은 지능에 상관없이 인간처럼 음성을 통해 '말'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답니다. 그럼 말을 하지 못하는 동물들은 서로 의사소통조차 할 수 없을까요? 그 답은 다음 시간에 이야기하기로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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