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 이후 남북이 강경 조치를 주고받으면서 폐쇄 직전까지 몰렸던 개성공단에 가느다란 '희망의 빛'이 보이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3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의 천안함 대응 조치 이후)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이 과거보다 조금 더 진지하고 열심히 일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대북 조치가 취해진 지 일주일 밖에 경과되지 않아서 크고 뚜렷한 경향성은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조그만 변화가 있었다"며 "북측 근로자들은 개성공단이 계속 되기를 원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지난 27일 인민군 총참모부의 '중대통고문'을 통해 개성공단 육로 통행을 보장하는 군사적 합의의 이행을 검토하겠다며 '최후통첩'을 했던 것과 다른 기류다. 공단 운영을 담당하는 당국과 근로자들이 파국을 원치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태도는 개성공단을 담당하는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관계자의 발언으로 보다 뚜렷이 드러났다. 총국의 한 관계자는 30일 오전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북측은 개성공업지구 건설을 위한 노력은 계속해 나간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남측이 개성공단 체류 인원 축소 운영 등 제한 조치를 발표했는데 이는 개성공단 폐쇄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면서 "향후 공단이 폐쇄될 경우 이것은 남측 책임"이라고 전제한 뒤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개성공단 내에 있는 모든 설비와 물자는 공단 내 세무서를 경유해야만 반출할 수 있다는 원칙을 전달했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이 원칙은 구체적으로 남측 기업 인원이 개성공단 내 설비·물자를 반출하려면 △노임 등 채무 문제가 있는 기업은 먼저 채무를 청산해야 하고 △임대설비의 경우 임대 관련 증빙서류의 확인을 거쳐야 하며, △수리설비의 경우도 고장 여부·수리기간·재반입 조건 등의 확인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기업재산으로 등록된 설비는 원칙적으로 반출을 불허하며, △설비나 원부자재 반출로 종업원을 휴직시키는 것은 불허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5가지 원칙은 '설비 반출 등은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메시지로 요약된다. 이에 대해 '북측이 설비를 인질로 삼으려 한다'는 해석도 나왔지만,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폐쇄를 어렵게 해보겠다는 총국의 의지를 드러냈다는 쪽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남측에서도 공단 폐쇄까지는 부담스럽다는 속내가 읽히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가 대북 전단 살포를 당분간 보류하고 확성기를 통한 대북 방송도 연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북 심리전 재개는 북한이 27일 중대통고문에서 개성공단 위협이라는 강수까지 두게 한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조치였다.
앞서 '북측 근로자들의 근로 태도가 좋아졌다'고 밝힌 통일부 당국자도 개성공단의 특수성과 관련해 "남북간 대표적인 경협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통일부 내에서도 개성공단의 의미와 중요성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남북 양측에서 개성공단의 위기가 해소됐음을 분명히 읽을 수 있는 공식 발언은 없었기 때문에 공단의 미래는 여전히 안개속에 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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