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10일 "현대아산과 북한은 오랜 우정을 나눈 친구, 친구 이상의 형제"라며 "형제가 우리 모습을 인정할 때까지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회장은 10일 사내 메일과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사랑하는 현대아산 가족 여러분께'라는 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우리 모습이 변했다고 친구가 다가오기를 거부"**
현 회장은 이어 "우리도 그동안의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고 현대아산 사원들에게 주문했다.
현 회장은 "얼마 전 남에게 알릴 수 없었던 몸 내부의 종기를 제거하는 커다란 수술을 받았다"며 "마취에서 깨어나 몸의 회복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의 오랜 친구는 우리의 모습이 변했다고 다가오기를 거부한다"고 자신의 심경을 털어놨다.
현 회장은 그러나 "현대아산과 북한은 친구 이상의 형제"라며 "천륜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인데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현 회장은 "지금부터 시작이라 생각한다"며 "비 온 뒤에 땅이 더욱 더 굳어지는 것처럼 우리의 대북사업도 더욱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 글은 현 회장이 최근 김윤규 부회장을 현대에서 축출하는 조처를 취한 데 대해 북한측이 불만을 제기하면서 남북경협 사업의 남측 상대방을 현대 대신 다른 기업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사랑하는 현대아산 가족 여러분께’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사랑하는 현대아산 가족여러분께
계절은 가을의 냄새를 담아 하늘로 날리고, 금강은 풍악의 모습으로 정취를 더해 갑니다.
정주영 명예회장님의 위대한 첫걸음으로 시작되어 남북경제협력의 산실이 된 우리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열정적인 노력으로 이끌어오고 있는 우리 현대아산 가족여러분의 노고에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얼마전 우리는 남에게 알릴 수 없었던 몸 내부의 종기를 제거하는 커다란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을 받지 않는다면 그것이 커져서 나중에는 팔다리를 잘라 내야하는 불구의 몸이 되어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마취에서 깨어나 몸의 회복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의 오랜 친구는 우리의 모습이 변했다고 다가오기를 거부합니다. 더욱더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하기위해서 어려운 결심을 한 것인데 우리의 옛 모습에 익숙한 친구는 거리를 두려고 합니다.
우리 현대아산과 북한은 오랜 우정을 나눈 친구입니다. 아니 그이상의 형제입니다. 형제는 천륜(天倫)입니다. 천륜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인데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습니까!
그 인연을 지키기 위해서 정몽헌 회장님께서 돌아가셨고, 한때 기업은 망하기 일보직전까지 갔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그들을 원망하지 않았고, 끝까지 의리를 지켰습니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모습도 바뀌고, 그 모습에 걸맞게 새로운 옷도 입어야 하고 새로운 신발도 신어야 합니다.
우리는 형제가 우리의 모습을 인정할 때까지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합니다.
그들이 우리를 어색케 한다고, 다가오기를 거부한다고 우리 역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더 진정어린 마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많은 투자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제 그 노력들이 눈에 보이는 결실로 하나둘씩 맺어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온 뒤에 땅이 더욱더 굳어지는 것처럼 우리의 대북사업도 더욱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현대아산 가족여러분, 이제 우리도 그동안의 구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조직개편을 통하여 빠르게 변화에 대처해야 하고, 투명하고 정직한 사업수행으로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야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힘냅시다. 그리고 한라에서 백두까지 우리의 자랑스러운 이름을 드높입시다. 민족의 통일 속에 우리 현대아산의 노력이 있었음을 멋지게 평가받는 그날까지 서로 격려하고 사랑합시다.
여러분의 가정에 언제나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05년 10월 10일, 현대그룹 회장 현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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