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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조 부동산 재앙', 강 건너 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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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조 부동산 재앙', 강 건너 불 아니다

[분석] 경실련의 '실제 땅값 5천조' 발표를 접하고

경실련이 6일 주목할만한 또 하나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실제 땅값이 5195조 원이나 된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이날 "전국 땅값 시가총액은 2000년 2672조, 2003년 4042조, 2005년 5195조로 2000년 이후 2523조 원이 상승한 것으로 추산되며, 참여정부 집권 이후에만 총 1153조가 상승하여 상승률이 29%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공시지가 기준으로는 참여정부 집권 이후 600조 밖에 상승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교부는 2005년도 공시지가가 시세를 91% 반영하고 있다고 발표했다"며 정부의 통계조작을 질타했다. 건설교통부는 올해 우리나라 땅값이 공시지가로 2176조2천억 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경실련 추정치와 무려 3000조 원이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앞서 2005년 현재 우리나라 아파트값 총액은 1천조6358억 원으로 집계됐다(<부동산뱅크> 조사).

따라서 우리나라 땅값과 아파트값을 합한 수치는 6천조 대로, 이는 미국을 통채로 사고도 남을 금액이다. 우리나라의 부동산거품이 얼마나 극심한 상황인가를 보여주는 웅변적 증거다.

***1천조 부동산재앙 공포**

정부는 "8.31 대책으로 부동산 추가상승을 막고 서서히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미국의 세계적 컨설팅기관인 맥킨지는 한 나라의 부동산 거품을 측정하는 하나의 잣대를 갖고 있다. 땅값이 그 나라 GDP(국내총생산)의 몇배인가를 따지는 방식이다. 맥킨지 관계자는 "1991년 일본, 1995년 홍콩에서 부동산 거품이 터졌을 때 공통점은 땅값이 GDP의 4배였다는 사실"이라며 "한국의 부동산 거품 정도는 이미 일본, 홍콩의 정도를 넘어선 지 오래"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GDP는 6800억 달러로 700조 원 정도가 되며, 올해는 이보다 약간 높아질 전망이다. 따라서 6000조 원/700조 원으로 얼추 계산해보면 우리나라 땅값은 GDP의 8배를 넘어 일본, 홍콩보다 부동산 거품이 배 이상 크다는 얘기가 된다. 땅값, 아파트값이 현재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한 일본, 홍콩을 10년 이상 장기 복합불황에 몰아넣었던 부동산재앙을 우리나라도 피하기란 힘들다는 것이다.

일본은 1991년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총 1천조 엔(우리돈 9천조 원)의 천문학적 손실을 입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우리의 경제규모가 일본의 10분의 1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일본 정도의 부동산 거품만 터져도 1천조 원 가까운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경실련 조사대로 일본보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거품이 더 극심한다면 그 피해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한은의 '그린스펀 비판'**

재정경제부나 건설교통부 등 정부는 부동산재앙의 도래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으나,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의 분위기는 다르다.

한은의 한 간부는 "경제에는 공짜 점심이 없다"는 말로 부동산 거품의 파열 위기를 시인했다. 최근 만난 또다른 한은 고위간부는 앨런 그린스펀 미 연준(Fed) 의장을 비판했다.

"그린스펀이 1990년대에는 통화정책을 제대로 폈으나 2000년대 들어서는 그렇지 못했다. 특히 2001년 9.11 사태가 터진 후 결정적 실수를 했다. 9.11 사태가 터지자 당황한 그린스펀은 금리를 잇따라 내렸다. 그래도 2% 밑으로는 내리지 않을 줄 알았다. 1%대로 내리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서 거품 양산이 불을 보듯 훤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리스펀은 1%대로 내려 버렸다. 당연히 각국 중앙은행도 그린스펀의 뒤를 따라야 했고, 국내에서도 '미국도 마이너스 금리를 택했는데 미국보다 경제상황이 안 좋은 한국은 뭐하냐'는 압력이 쇄도하면서 한은도 마이너스 금리를 택해야 했다. 그 결과는 한국의 가공스러운 부동산 거품이었고, 전세계적인 부동산-원자재-주식 거품이었다. 알 카에다는 쌍둥이 빌딩이 아니라 세계 자본주의의 최대 맹점을 정확히 친 셈이다."

이 간부는 지금이라도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거품이든 주식 거품이든 더 이상 거품을 만들어내지 않기 위해선 이번에 금리를 1%포인트 정도 확 올려야 한다. 그러나 그럴 경우 예상되는 상황 때문에 금융통화위원회가 그렇게는 하지 못할 것이다. 금리를 대폭 인상할 경우 가장 큰 희생자는 중하위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200조 원이 넘는 부동산 담보대출을 분석해 보면 가구당 2억 원 대출이 가장 많다. 금리를 1%포인트 올린다면 연간 이자부담이 200만 원 늘어나는 셈이다. 이렇게 하면 그만큼 소비가 쪼그라들면서 내수불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번 금리인상은 소폭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과연 거품을 잠재울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한은 또한 속수무책의 난감한 처지임을 엿볼 수 있는 말이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경실련의 이번 '땅값 5천조 원' 추정치 발표는 한국경제가 앞으로 부담해야 할 짐이 얼마나 무거운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광탄이다.

이미 미국 등 서방에서는 부동산 거품의 파열이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징후가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최근 월가 등 미국 금융시장에서 심상치 않은 동요 양상이 목격되고, 외국계가 국내 부동자금의 쏠림 현상으로 급등하고 있는 한국에서 한발을 빼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거품 파티'는 영원할 수 없는 법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통계조작 등을 통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만난 한 민간경제연구소 책임자는 "일각에는 내년 성장률을 7~8%까지 내다보는 시각이 있으나 황당할 따름"이라며 "부동산 거품으로 빈부 양극화를 회복불능의 상태로 만들어 내수경제 기반을 붕괴시킨 마당에 어떻게 이런 기대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성장은 잘 해야 4%대나 될까말까 하며, 만에 하나 거품마저 터진다면 상황은 예측불허"라고 덧붙였다.

"향후 정권은 경제가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한층 실감나게 다가오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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