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라토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중국의 '환율조작'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라는 미국 정부의 요구에 대해 "환율조작의 증거가 없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국제금융계에 미묘한 파문이 일고 있다.
***전통적인 미국-IMF 관계에 비추어 이례적**
라토 총재의 이런 태도는 전통적으로 협조적이었던 미국 정부와 IMF의 관계에 비추어 이례적인 것이다. 또한 IMF에 대해 미국이 최대 주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칫 라토 총재가 '괘씸죄'에 걸려 미국 정부로부터 인사상의 보복을 당할 위험을 자초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한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이 최근 "미국은 재정적자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지적한 지 불과 며칠 만에 불거진 라토 총재의 발언 파문은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가 세계경제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미국의 대내외 경제정책을 너무 '일방주의적'으로 밀어붙이는 데에서 유발된 마찰로 풀이되기도 한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달 28~29일 연속 보도한 바에 따르면 라토 총재는 중국이 환율을 조작해 IMF 협정을 위반했다는 미국 정부의 주장에 대해 "그렇다는 증거를 알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라토 총재는 "중국 당국은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환율을 큰 등락 없이 유지하는 정책의 목적이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고 말해, 달러당 8위안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서 환율을 관리하고 있는 중국의 환율정책을 옹호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번 라토 총재의 발언은 중국의 환율에 대한 감독 강화를 요구한 티모시 애덤스 미국 재무차관의 지난주 발언에 대한 답변이기도 하다. 애덤스 차관은 지난 23일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IMF가 "불공정한 경쟁적 이익을 얻기 위해 환율을 조작하는 나라들"을 지명함으로써 압력을 가할 수 있는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세계경제 불균형, 미국의 책임이 더 크다"**
라토 총재는 미국 정부가 가해 온 이런 압박에 맞서며,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세계경제의 불균형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보다는 미국의 책임이 더 크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가 이끄는 IMF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7000억 달러로 예상되는 등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미국의 무역적자가 세계경제 불균형의 핵심이며, 그 해결을 위해 미국 정부는 지난해 4125억 달러에 이어 올해도 3300억 달러로 예상되는 막대한 재정적자를 우선적으로 줄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라토 총재의 생각이 옳건 그르건 간에 이번에 미국 정부와 마찰을 빚음에 따라 그는 IMF 총재로 취임한 이래 처음으로 큰 시련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