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1일. 마침내 1937년 청계천이 처음 복개를 시작한 지 68년 만에 청계천에 다시 '맑은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잊혀진 하천 '청계천'을 다시 세상 속으로 불러온 이 복원사업은 규모와 의미, 그리고 파장에 있어서 최근 국내의 어떤 토목공사와도 비교를 허용치 않는 수준이다. 일찌감치 '생명의 가치'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청계천 복원을 꿈꾸며 어렵게 공론화를 시도해 온 이들의 노력도 인정할만 하다.
하지만 세상에 다시 등장한 청계천을 보는 우리의 눈길이 꼭 편안하고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꿈만 같던 일이 이명박 서울시장의 '과감한' 추진력 때문에 불과 2년 3개월 만에 현실화되었지만 칭찬만 하기에는 지적하고 넘어갈 게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이 청계천의 허물을 절실한 마음으로 고발한 3인의 목소리를 잔칫날 싣는 것도 이런 사정 탓이다.
청계천을 정말로 위한다면 허물을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앞뒤 안 가리는 칭찬보다 훨씬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프레시안>은 이명박 시장과 서울시가 이런 비판적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청계천 복원이 안고 있는 한계를 인정하고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해 가는 데에 가일층 노력해줄 것을 기대한다. <편집자>
***자연, 생명, 역사가 돌아오고 있다는데…**
2년 3개월간의 대공사 끝에 청계천의 물길이 다시 흐르게 됐다. 물길이 끊어진 지 무려 68년만이니 그 감회가 참으로 클 것이다. 복개물을 거두어내 하도를 열고, 거기에 한강에서 퍼온 것이지만 물이 흐르게 되면서 청계천은 생태 복원이란 놀라운 현상을 연출해 내고 있다.
물이 흐르면서부터 가장 먼저 돌아온 자연은 곤충과 물고기다. 물길이 되살아나면서 하중 및 수변 풀숲으로 벌, 나비, 잠자리 등 곤충이 날아들고 잉어, 미꾸라지, 메기, 피라미 등 물고기가 힘차게 물길을 거슬러 올라오고 있다. 홍수 때 떠내려 온 것이긴 하지만 1급수에 사는 버들치도 중하류 쪽에서 발견되고 있다. 곤충과 물고기가 돌아오면서는 이를 먹이로 하는 물총새, 청둥오리, 백로, 심지어 맹금류인 황조롱이 등 조류들이 물길을 따라 날아들어 도심에 자연이 돌아옴을 생생하게 증빙해주고 있다.
청계천에 물길이 열리면서 바람길도 되살아났다. 바람이 통하면서 청계천 주변의 온도가 3.6도나 낮아졌다. 바람이 돌아오면서 공기 중의 미세먼저 등 오염물질이 바람에 희석되어 대기질을 향상시켜 주고 있다. 좁아진 도로로 차량 운행이 줄어 도로변 상업 지역의 소음이 줄고, 또한 휘발성 유기화합 물질의 배출이 줄면서 암발생 확률마저 낮아지고 있다.
자연이 돌아오니, 시민들의 마음도 자연의 넉넉함을 닮아가고 있다. 흐른 물에 발을 담궈 보고, 물고기들이 노니는 모습에 매료되며, 산책길을 걸으며 사색을 즐기는 것만으로 도시에서 맛볼 수 없었던 자연에 대한 감수성을 회복하게 된다. 삭막한 도심에서 자연의 요소들을 체험하는 그 자체는 바로 도시인들의 몸과 마음속으로 자연의 기운이 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
생기가 돌아온 사람들이 찾아들면서 청계천 주변은 땅의 기운마저 되찾아 가고 있다. 땅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카페와 같은 고급업종이 공구상과 같은 기존 업종을 대체해가고 있으며 오른 땅값에 걸맞게 건물의 모습과 간판도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다. 특히 거주공간으로서 청계천 주변의 매력은 날로 더해하고 있다. 그간 거주하기를 꺼려했던 청계천 주변엔 고급의 주상복합건물들이 앞 다투어 들어서면서 강남을 능가하는 집값, 땅값 상승을 이끌고 있는 것은 이를 보여주고 있다. 청계천 복원으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도 상당하다. 서울시의 발표에 의하면 생산 유발 효과는 전국적으로 8332억 원, 서울시엔 4712억 원에 달하고, 고용 유발 효과는 전국과 서울에 각각 1만7629명과 1만739명에 이른다고 한다.
땅의 기운이 돌아오니 청계천을 중심으로 하는 서울의 600년 역사도 돌아오고 있다. 복개로 인해 지하에 묻혀 있던 옛 호안석축들이 빛을 보게 되었고, 사라졌던 광교가 원위치 가까이 복원되었으며 동대문 인근의 오간수문도 본래의 자리로 돌아 온다고 한다. 청계천과 관련된 무형문화들도 공연이나 축제 등의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재현됨으로써 시민들은 청계천을 통한 서울의 깊은 역사문화 맛을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청계천 복원은 잃어버린 도심의 생명력을 되살려 내고 있다. 이를 두고 언론들은 청계천의 '화려한 부활'이라 칭송하고 있다. 다양한 생물종의 회귀, 업종전환과 고급화, 자연의 일상적 체험, 역사 문화의 재현이란 일련의 변화는 도심의 생태 문화적 풍경도를 바꾸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청계천 복원이 가져온 이러한 변화가 왠지 불완전하거나 왜곡되어 있으며, 또한 합목적성이 결여된 채 뭔가의 목적을 위한 도구이자 소품으로 동원된 듯한 감이 들게 하는 것은 왜일까? 복원 청계천에 대한 찬양 일변도의 언론 보도를 접하면서, 그것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청계천 복원이 가지는 가식성, 즉 복원의 진정성 결핍에 대한 본능적인 감지 때문일까? 청계천의 화려한 부활에 시민 모두가 도취되는 것은, 복원의 희열에 대한 동화인가 아니면 복원에 의해 연출되는 스펙터클에 대한 집단 히스테리일까?
이는 그간 논란되어 왔던 청계천 복원의 진정성에 관한 문제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또한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함의한다.
***진정성이 결여된 복원의 모습**
복원된 청계천을 보면서 드는 첫 번째 의문은, 그것이 자연 하천인가 조경 시설인가, 아니면 공원 시설인가 하는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이명박 시장이 청계천 복원을 공약으로 내세울 때 그는 분명 생태와 역사 복원을 청계천 복원의 내용으로 제시했고, 또한 그러한 방향으로 복원 공사를 진행시켰지만, 기실 되살아난 청계천에는 자연 하천이라 하기에는 인공적인 시설과 장치가 너무 많다. 그렇다고 조경 시설과 공원 시설이라 하기엔 200년 빈도의 홍수를 처리할 수 있는 토목적 조건을 최대한 반영한 하천으로 꾸며져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생태적 기능이 올곧게 되살아 난 자연 하천이 아니라는 점이다. 청계천 10.8km 구간의 중간에서부터 하도를 열고 한강에서 양수한 물을 흘려 보내는 방식의 청계천 복원은 하천 유역권과의 생태적 상호 작용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명력이 없는 '죽은 하천'이거나 '무늬만 하천'이다. 하천의 모습을 취하고 있지만, 하도 밑에 차수막이 쳐져 있고, 홍수 때 물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직강 하천 형태로 조성되어 있으며, 홍수 때 통수 능력을 높이기 위해 하도를 지표면에서 7~15m에 조성하는 것 등은 모두 하천으로서 기능을 드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토목적 조건들이 자연 하천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생물종들의 안정적 서식을 가로막다는 점에서, 복원 청계천은 더욱 생명력을 잃은 하천임을 말해준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복원 청계천은 종전의 복개 청계천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복원 청계천에는 유지 용수 시설, 분수대, 조명시설, 산책로, 벽화 등 많은 인공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이런 시설을 갖춘 청계천을 혹자는 '길게 누운 분수대' 혹은 '긴 어항'으로 부르고 있다. 도시 생활에 지친 시민들이 찾아오는 휴식 공간으로, 외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관광명소로 서울시가 홍보하는 것으로 봐, 복원 청계천은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조경 시설이고 공원 시설의 하나임에 분명하다. 차이가 있다면, 5.8km 구간에 40cm 높이의 물을 계속 흘러냄으로써 자연의 이미지를 극적으로 연출해내는 점이다. 조경 시설이자 공원 시설로서 스펙터클이 복원 청계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인 것이다.
반면 공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안정성, 편리성, 접근성, 관리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보통의 공공시설에 비해 몇 배의 어려움과 문제점을 안고 있다. 깊은 옹벽을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는 홍수 때 위험 시설이 될 수 있고, 하수관거에서 흘러나오는 악취나 유출은 쾌적성을 심각하게 제약하고 있으며, 홍수로 하도 전체가 오염수로 채워진 뒤 각종 시설을 원상회복시키는 데는 여러 어려움이 있고, 접근 및 이용 시설의 부족으로 인해 신체약자들의 이용 기회를 차별화하는 문제점 등은 하천의 토목적 속성을 바탕으로 꾸며진 공원 시설이 갖는 근본적인 한계다.
***많은 에너지와 관리비용 감수한 '인공 하천'**
복원 청계천의 정체성 규명이나 실질적인 관리에서 핵심 쟁점은 한강에서 하루 평균 12만t의 물을 양수해 흘러 보내는 유지용수 방법이다. 하천으로서 청계천이 스스로 확보한 물을 흘려 보내는 방식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또한 점진적으로 강구하는 복원 방법을 찾기보다, 한강에서 전기 모터로 끌어 올린 엄청난 양의 물을 흘려 보내면서 유럽의 어느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물이 찰랑이는 아름다운 하천의 모습을 연출해내는 방법의 선택은 하천의 생태적 복원 문제를 그만큼 가볍게 생각했거나 아니면 말로써만 고려했음을 의미한다.
청계천은 본래부터 건천이다. 물이 많이 흐르는 하천이 아니라는 뜻이고, 이는 청계천이 갖는 생태적 특징의 첫 번째에 해당한다. 이를 부인하고 한강에서 퍼온 물이 출렁이면서 흘러가는 것으로 생태 복원이라 부르면, 이는 기만이고 사기다. 그것이 기만과 사기로 인식되지 않는 것은 물에 의해 연출되는 스펙터클(환영)에 시민들이 모두 도취되어 있기 때문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시민들의 생태적 감수성과 도심생태성의 복원기회가 박탈당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요컨대 한강에서 양수한 것으로 유지용수를 활용하는 방법이 그에 따른 수많은 파생적 문제를 낳고 있는 점이고, 이는 곧 복원 청계천의 지속가능성을 가로막고 나아가 반(反)생태적인 것으로 규정하게 되는 것의 근본 원인이 된다. 12만 톤의 물을 24시간 내내 양수하여 흘러 보내기 위해선 엄청난 전기 및 기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에너지의 이러한 사용이 곧 지구 온난화의 출발점이 된다는 것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물 값도 끊임없는 논란꺼리가 되어, 경우에 따라 이 문제 하나만으로 한강원수를 끌어들여 물을 흘러 보내는 현재의 복원방식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난지도의 월드컵 공원에 인공적으로 설치된 난지천에서는 팔당에서 양수한 물을 흘러 보내는데, 그에 따른 비용 즉 물값이 월 수백만 원에 이른다. 비록 팔당 하류인 자양취수장에서 양수하는 것이지만, 한강물은 관리 비용이 들어간 물로서 특정 목적을 위한 사용은 그에 다른 비용 지불이 마땅히 이루어져야 하지만, 서울시는 공공성을 내세워 비용지불을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물값 문제는 청계천 복원 초기부터 내부에서 제기된 것이지만, 시장의 정치적 일정에 따라 추진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서울시 당국은 이러한 쟁점들을 모두 덮어 왔고, 문제가 터지자 막무가내로 물값 지불을 거부하고 있다.
청계천 유지용수에는 공공성이 있다는 서울시의 주장에는 일견 타당한 점이 없지 않지만, 이는 사실 견강부회의 주장이다. 복원 청계천은 인공분수대에서 물을 뿜어 물길을 만들어 흘러 보내는 인공시설이다. 여기에 사용되는 물은 복원 하천이란 도시계획 시설을 운영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으로, 생산 및 관리 비용을 들여 정부가 생산한 것이기 때문에, 사용에 따른 비용 지불은 불기피하다. 또한 유지용수의 다양한 대안들, 가령 상류지천의 복원을 통해 물을 확보하거나 주변 지역에 소규모 저류 시설들을 설치해 물을 확보하는 점진적이지만 생태적으로 유지용수를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었지만, 이명박 시장의 정치적 목표와 일정이란 틀 속에서 이 대안들은 모두 비현실적인 것을 간주되어 고려와 선택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그 대신 임기 이내에 가시적으로, 그리고 복원 스펙터클의 극적 효과를 거두고, 그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계산에 따라, 지금과 같이 많은 에너지와 관리 비용을 들어 한강물을 끌어다 흘러 보내는 방법이 손쉽게 채택된 것이다. 이러한 유지용수 방식의 선택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다른 생태적 방법을 선택했다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비용)은 이명박 시장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이고, 그런 만큼 물값은 마땅히 지불되어야 한다. 애매모호한 공공성 논리를 내세워 물을 공짜로 쓰려는 서울시 당국의 발상 자체가 이미 반(反)생태적인 것이다. 그러한 발상과 방법을 바탕으로 이뤄진 청계천 복원이 복원의 진정성을 결여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청계천 복원의 핵심인 하천 생태계 복원이 실제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고, 그 복원이 어느 정도 진정한 것인지를 확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한강에서 길어온 물이긴 하지만, 물이 흐르니 그 물을 터전으로 삼는 물고기와 새가 돌아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하천 생태계가 부활되었다고 하는 것은 어항에 고기를 담아 놓고 생태계가 복원되었다고 하는 것과 같은 주장이다.
물론 도시에서 인공 비오톱을 만들어 생태계 복원을 이끌어 낼 수 있지만, 생태계 회복은 구성 요소들 간의 유기적, 공생적, 순환적인 생태적 흐름이 갖춰질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이런 점에서 물길이 흐르면서 물고기와 새들이 돌아오겠지만, 사실 상류 쪽으로 물길이 막혀 있고 분수대와 같은 인공 시설물로 된 물 환경에만 적응할 수 있는 생물종만 우리의 눈에 띠게 된다. 청계천 상류 하천엔 1~2급수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종들이 발견되고 있지만, 물길이 막혀 있어, 하류의 생물종과는 생명적, 생태적 흐름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저수부 및 저수호안, 둔치 등에 식생환경이 조성되어 있지만, 치수적 안전성을 위해 초본류 등을 중심으로 식재되어 있어, 다양한 식생을 포함하지 못해 생태계의 풍부한 상호작용을 기대할 수 없다. 무엇보다, 한강에서 양수해 한강 원수나 중랑 하수처리장에서 장차 끌어다 쓸 고도 처리수의 경우는, 물이 흐르는 동안 오염물질이 투입되거나 정체돼 녹조 등 부영양화가 나타나며 홍수나 호우 때 오염수가 유입되면, 수질이 쉽게 주기적으로 악화돼 수생 생물종들의 안정적인 서식이 어렵게 된다. 그밖에 치수적 목적을 위해 하천을 직강 태로 꾸밈에 따라 동일한 유속과 유량의 지속으로 다양한 물환경이 창출되지 않아 생물종 다양성을 만들 수 없는 것도 문제다.
***되살아난 물길과 바람길 효과도 한 순간에 그칠 수도…**
물길과 바람길이 되살아나 온도가 낮아지고 공기가 맑아지고 있지만, 이 또한 일시적인 효과로 그칠 가능성이 많다. 지금과 같이 땅값이 급등하고 고급의 업종들이 몰려들면 자연히 건물이 높아지고 활동 밀도가 증가해 교통량이 늘며, 그리고 주변 지역에 충분한 녹지대나 환경 친화적 건물들이 구축되지 않으면 복원에 따른 생태적 효과는 곧장 사라지게 된다.
주변 지역에 고급의 업종이 입지하고 고층 주상복합주거시설들이 건설되고 그에 따라 땅값,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것은 강북 집값, 땅값을 강남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이명박 시장의 공약이 실현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공간·환경의 상품화'가 가속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조건은 청계천 주변 지역에 대한 높은 개발 압력의 요인이 되어 계획적 관리가 강구되지 않으면 고밀도의 난개발이 쉽게 뒤따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높은 집값, 땅값, 즉 높은 지대를 부담할 수 없는 영세업종이나 주민들은 순수한 경제논리에 의해 그들의 삶의 터전으로부터 쫓겨나게 된다. 이의 집합적 결과로, 오랜 세월 동안 퇴적되어 조직된 청계천 주변의 산업 및 문화생태계는 점차 파괴되고 사라지게 된다.
청계천 복원을 통해 도시로 돌아온 자연의 요소, 가령, 물고기가 돌아오고 공기가 맑아지며 경관이 수려해지는 것들은 모두 복원 청계천과 그 주변 공간의 경제적 가치를 향상시키는 원료에 해당한다. 복원된 청계천의 화려한 경관 이면에 냉철한 경제논리가 작동함으로써 청계천 복원에 따른 효과와 가치가 차별적으로 배분되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가령 청계천에서 돌아온 자연을 즐기면서 시민들의 잃어버린 자연에 대한 감수성을 회복하는 기회가 주어지지만, 접근성이 약한 신체적 약자(예 장애인)나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제적 약자에겐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역사 복원은 더욱 문제다. 공사 과정에서 발견된 문화재는 시행자들의 무지로 훼손되었고, 최대한의 원형복원이 요구되었던 광통교는 원위치로부터 150m 떨어진 상류 쪽에 무늬로만 설치되어 있으며, 수표교는 원위치로 복원이란 약속만 받아 놓은 상태다. 모전교는 은행으로부터 설립 기부금이 접수되어 있고 원형 사진이 발견되어 복원이 가능했음에도, 일정에 쫓겨 설계 변경을 못함으로써 복원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청계천의 주요 다리는 철저한 고증을 거쳐 최대한 복원한다는 것이 서울의 복안이다. 그러나 '청계천엔 문화재가 없다, 있다 하더라도 돌덩어리에 불과하고, 발굴되더라도 공사를 강행해 훼손시켜버리며, 복원이라고 한다면서도 현재의 이용조건을 우선한 나머지 무늬로만 하거나 아예 배제해버리는' 서울시의 입장과 태도로 봐, 역사 문화 유산들이 장차 얼마만큼 제대로 복원될지는 지금으로선 모두 미지수거나 회의적이다.
***'서울을 서울답게 할 기회' 박탈한 이명박 시장**
지금까지의 검토에서 드러났듯이, 이명박 시장이 '생태, 역사 복원'이란 화려한 슬로건을 내걸고, 국민적, 심지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추진한 청계천 복원은 많은 부분에서 무늬로만 되어 있거나 미완으로 끝나 있다. 아무리 좋게 봐도 청계천 복원은 당초 약속했던 생태 역사 복원을 담보하는 진정한 복원과는 거리가 멀다. 혹자는 도심의 인공 환경 내에서 자연의 원형적 복원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것이 복원이냐 아니냐의 논쟁은 그저 말 따먹기에 불과하고, 복원을 통해 도심에 결여된 자연의 어떠한 요소를 되살려내 도시적 삶을 풍부하게 하느냐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 동의한다면 청계천 복원은 인공 자연시설을 설치해 도시에 미약한 자연 생태적 요소들을 되살려 내는, 즉 이른바 '도심 재생'으로 성격 규정할 수 있다. 물론 청계천 복원이 엄밀한 의미의 도심 재생인가 하는 물음을 제기하면, 이 또한 끊임없는 논란을 낳을 수 있다. 요컨대 서울의 도심 생태계나 토지 이용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청계천 복원이 다양한 국면과 논란거리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명박 시장의 정치적 입장, 생태와 역사에 대한 몰이해, 관료들의 비민주적 정책운영 등으로 인해 이를 사전에 충분히 논의하면서 긴 호흡으로 사안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시민에게 부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명박 시장 특유의 독선적 리더십과 불도저식 밀어붙이기에 의해 생태, 역사 복원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와 조건들에 대한 논의나 검토의 기회, 특히 시민들의 참여 기회가 박탈되어 버렸던 것이다. 청계천 복원 등의 시정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이명박 시장의 사고와 태도는 생태계가 갖는 미덕인 공생성, 상호 의존성, 순환성, 진화성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는데, 그를 신개발주의자로 부르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청계천 복원의 진정성 결여는 그에 따른 비용을 발생시키게 된다. 잘못된 복원으로 후임 시장들이 부담해야 할 관리 비용(예를 들어 물값)은 일차적 비용일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비용은, 진정한 청계천 복원을 통해, 즉 서울에 사라진 자연의 생명을 되돌려내고, 묻힌 역사를 되찾아 도시의 정체성을 회복함으로써 시민들이 쾌적하면서도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도시 실험의 기회, 즉 서울을 진정 서울답게 만들 수 있는 기회의 박탈에 따른 비용이 가장 클 것이다. 그 비용은 청계천 복원이 권력에 강한 야망을 가진 한 지도자에 의해 과도히 정치적인 방식으로 추진되는 데에 따른 비용, 즉 복원의 정치화에 따라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일지 모른다.
***복원의 정치화와 그 이면**
2005년 10월 1일 준공식을 앞두고 도하 각종 언론매체들은 청계천 복원을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다. '청계천의 화려한 부활', '청계천의 기적', '서울 르네상스', '희망의 물길이 열린다', '물은 콸콸, 돈은 펑펑', '환경·상권 모두 살린 부활의 물줄기', '600년 역사의 복원', '잿빛 서울에 푸른 감동', '새로 태어나는 환경터전', '47년 만에 새 생명수… 시민 삶 업그레이드' 등은 청계천 관련 최근 신문기사들의 제목들이다.
흥미로운 것은 복원 청계천에 대한 찬양의 마지막 방점이 복원공사를 성공시킨 이명박 시장의 정치적 결단력과 치적을 추켜세우는 데로 찍히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시장, 공로 햇살', '이명박 시장, 용비어천가', '청계천을 건너 대권'으로', '일관성 있는 이명박, 그에게 우리의 미래가 있다' 등의 기사제목들은 독재시절 권력자를 칭송하는 듯한 감이 드는 것은 지나친 상상만이 아닐 것이다. 이에 화답하듯 이명박 시장은 청계천에 대한 국민적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기회를 포착해 <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라는 회고록을 발 빠르게 출간해 대권을 향한 그의 전의를 가다듬고 있다. 이는, '여우와 같은 불도저, 컴퓨터 달린 불도저'라고 불리는 그의 이미지에 걸맞은 약삭빠른 정치적 행보인 셈이다.
청계천의 화려한 변신을 기뻐하고 이를 권력자의 치적으로 칭송하는 세태는 새로운 것 같지만 사실 청계천 역사를 통해 늘 있었던 바다. 1411년 태종은 장정 5만 명을 동원해 자연하천인 청계천을 인공하천(開川)으로 바꾸고 그 여세를 몰아 종로통에 육의전까지 건립하면서 새로 잡은 왕권을 확립하고자 했다. 1760년 영조는 장정 12만 명을 풀어 그의 독려 하에 청계천 준설이란 위업을 이룩하자 신하들은 이를 칭송하는 준천사(濬川詞)를 바쳤고, 스스로는 후손들에게 왕치(王治)의 본보기가 되고자 했다.
1968년 박정희 대통령은 당시로선 대역사인 청계천 복개 공사를 준공하는 자리에서 근대도시로의 서울의 재탄생이란 의미를 부여한 뒤, 복개사업 자체를 그의 영도 하에 이룩된 조국 근대화의 한 위업으로 치켜세웠다 2005년 이명박 시장은 복개도로를 없애고 한강에서 퍼온 물을 흘러 보내는 조경하천으로 청계천을 개조한 것을 '자연과 역사의 되살림'이라고 상징조작하면서 이를 홍보하는 데 저인이 없고, 이에 화답하듯 시민과 언론들은 그의 탁월한 능력과 혜안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수도 서울 도심부를 동서로 흐르는 청계천이란 자연은 그 주변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늘 부딪히면서 사람에 의해 끊임없는 다스림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 다스림이 주기적으로 극치에 이른 때는 권력자들이 직접 나서서 그의 의지대로 청계천을 대대적으로 개조하는 때였다. 청계천 다스림의 한 극단으로서 '청계천의 개조'는 통치자들의 치적 쌓기의 한 방편이었고, 새로운 권력을 획득하고 행사하는 것의 한 방식이었다. 청계천 역사는 이렇듯 단순한 하천의 역사가 아니라,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 인간에 의한 인간의 지배를 추구하는 권력의 역사다.
이명박 시장의 청계천 프로젝트는 이러한 청계천 역사의 반복이자 연장선이다. 청계천이란 자연에 대한 지배(즉, 인공하천으로 개조)는 권력을 향한 강한 의지의 반영이고, 복원 청계천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관심과 지지는 '자연의 개조'에 투영되어 있는 이 시장의 저러한 권력에 대한 순응을 의미한다. 나아가 그 순응은 그를 선호도가 높은 대권 주자로 받아들이는, 즉 그의 권력적 지배에 대한 국민들의 자발적 동의를 기약하게 된다.
***'진정한 생태적·역사주체적 복원 기회의 박탈'이 우리의 비극**
이렇듯,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 있는 '복원 청계천'에는 자연에 대한 지배뿐만 아니라 인간에 의한 인간의 지배라는 권력 작동 방식이 담겨 있어, 생태와 역사를 향한 복원의 본래적 의미나 본성은 크게 왜곡되어 있거나 조작되어 있다. 생태와 역사 복원을 전제로 청계천을 되살려냈지만 복원된 청계천에는 생태성과 역사성이 무늬로만 투영되어 있고,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시민들의 눈을 현란하게 하는 스펙터클일 뿐이다. 스펙터클한 공간으로서의 청계천의 복원은 권력자들이 환상적인 공간의 구성을 통해 권력의지를 표현하는 흔한 방법이다. 그러한 공간적 재현물에 시민들이 자발적인 존경과 찬사를 표하는 것은 바로 권력 의지가 관철되는 모습 그 자체다.
정치적 기획으로서 이루어진 복원 청계천에서 진정한 생태성과 역사성을 찾는다는 것은 그래서 처음부터 불가능했던 것이다. 만약 있었다면, 이는 단지 상징조작된 것에 불과하다. 이는 곧 청계천 복원의 근본적 한계이자 비극의 출발이다. 여기서 비극이라 함은 청계천이 갖는 생태성과 역사성의 올바른 복원을 통해 인간의 탐욕과 무분별한 개발로 사라진 자연의 생명과 단절된 역사의 흐름을 되살려 황폐화된 도시적 삶에 생명의 기운은 물론 주체적 삶의 가능성을 회복해 낼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 것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생태적이고 역사 주체적인 삶으로 옮겨갈 수 있는 도시적 실험의 기회를 박탈당한 것은 정치적으로 조작된 청계천 복원이 초래한 비극이자 우리가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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