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청계천에서 용이 '비상'할 수 있을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청계천에서 용이 '비상'할 수 있을까"

[청계천 바로보기 3] '이명박의 야심'과 '청계 인공하천'

140층짜리 초고층 빌딩의 설계자는 <스팅>의 폴 뉴먼이었고 이 건물의 화재 진압을 지휘하던 소방수는 <빠삐용>의 스티브 맥퀸이었다. 1974년 초고층 빌딩의 화재에 관한 영화인 <타워링>은 청계천에 대해서 생각할 때 맨 처음 떠오르는 영화이다. 도시의 거대 인공시설물은 생태계에 대한 부하를 흡수하는 역할이 아니라 발생시키는 역할을 하고, 세밀하게 관리(management)되어야 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서울의 청계천은 이러한 관점에서 도시 생태에는 140층짜리 초고층 빌딩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정확히 얘기하면 청계천 복원이 아니라 청계천 구간 인공하천 건설사업이 이 사업의 실체다.

"청계천은 거대한 '도시 조경 시설'일 뿐이다"

청계천에 대해 생태학이나 생태경제학에서 학문적으로 할 말은 거의 없다. 생태계와는 무관한 도시 조경시설이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의 생태학자인 이도원 교수는 최근 수년간의 전통생태학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서울에 대해서 딱 한 마디 한 적이 있다. 서울은 불의 기운이 강한 도시라는 것이다. 서울 사방에 있는 해태상은 불의 기운을 막기 위한 상징적 조형물이다. 바위와 암반이 많은 서울은 원래 물이 귀한 도시이다. 그래서 인위적으로라도 물을 흘리는 것은 근본적으로는 좋은 일이고, 정서적으로도 좋은 일이다.

복원된 청계천은 정확히 얘기하면 자양 취수장의 9만8000t과 도심 지하철의 지하수 2만t을 동아일보사 앞에서부터 흘려서 만든 도심 조경용 인공하천이다. 발원지에 해당하는 북한상 등 원류에 대한 복원은 비용 등의 문제로 사라진 터라 원래 청계천은 복원된 청계천 밑에 새로 깔린 하수관으로 흘러간다. 이 때문에 물의 눈으로 보면 청계천은 3층 구조를 가지고 있다. 원래 청계천, 한강과 지하수가 상류로 역류되는 물 공급관, 그리고 우리 눈에 보이는 인공하천의 3층 구조가 그것이다. 그래서 이 시설물은 세밀하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인공 구조물이고 쉽게 표현하면 '수도꼭지'를 잠그면 청계천의 물은 멈출 수밖에 없다.
청계천에 흐르는 물은 북한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 아니라 지하철역과 하류에서 끌어 올린 물을 사용케 된다. 사진은 지난 6월 1일 시험 통수식 장면. ⓒ프레시안

그래서 청계천은 양재천이나 중량천, 도림천 혹은 광주천과는 그 근본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경제적으로 큰 돈은 아니겠지만 전기모터가 계속해서 돌아야 하고, 끊임없이 한강과 지하수가 역류해서 사람들이 눈으로 볼 수 있는 인공하천으로 흘러야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강물을 흘려서 목표 수질인 2급수로 유지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새만금 재판의 본질 중 하나인 수질 문제의 목표수가 3급수였는데, 이 3급수 유지가 기술적으로 어려워서 정부가 1심 재판에서 졌는데, 인공천의 목표 수질을 2급수로 잡은 것은 상당히 야심찬 계획이다.

물론 이 모터들과 시설물을 정비하기 위해서 2년에 한 달 정도는 생활하수가 청계천에 흐르게 된다. 고도처리를 하더라도 거품이나 악취가 날 수 있다는 이유로 생활하수를 흐르지 않게 한 것은 아주 잘 한 일이다. 다만 이 정비 기간에 어쩔 수 없이 생활하수가 청계천을 흐를 때는 꼭 서울시가 시민들에게 친절히 공지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환경호르몬의 전구체(precursor)가 흐르는 청계천에서 물장구를 치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생각해 보라.

'이명박의 야심'과 청계천…서울시민이 떠안게 될 짐

상류에 대한 복원 계획이 사라지고 청계천이 갑자기 인공하천으로 바뀌게 된 데는 '이명박의 야심'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경제적인 이유라고 서울시는 답변을 하지만 그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어차피 지금 인공 청계천 시설물의 공사도 2008년이나 돼야 완공인데, 이명박 서울시장의 입장에서는 임기 중에, 더 정확히는 대선 운동 전에 청계천의 첫 행사가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냥 청계천의 눈이나 서울의 도시생태라는 관점에서만 보면 이명박 시장이 아예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게 확정되었다면 더 나았을 뻔했다. 최소한 10년의 권력이 보장된다면 아마 이명박 시장도 청계천 상류 지점부터 순차적으로 복원해서 비록 건천이지만 도시 생태의 정화와 순환 기능을 가지고 있는 '제대로 된' 원래의 청계천 복원을 했을 것 같다.

이명박 시장은 2006년 5월을 기점으로 서울을 떠날 것 같아 보인다. 그 뒤에는 다시 청계천에 대한 논란이 생겨날 것이다. 인공 시설물은 언젠가는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 조경 시설물은 도시에 끊임없이 환경부하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는 사실상 위험한 인공물이다.
청계천은 공구상가부터 시작해 위 아래 종로와 을지로를 끼고 평화시장 동대문 시장까지 이어지는 거대 시장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청계천 복원으로 인해 개발 압력을 받고 있고, 영세 상인들의 터전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프레시안

'불의 도시'인 서울이 안고 있는 도시 생태의 가장 큰 문제는 현재로서는 대기오염의 문제이지만, 수 년 내에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은 지하수 문제이다. 현행 지하수법은 지하수를 이용하는 것에만 규정을 하고, 지하대수층까지 파고들어 지하수맥에 생기는 교란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정비가 안 되어 있다. 어차피 서울에서 지하수를 마시는 사람은 산에서 약수를 먹는 고급스러운 수요밖에 없으므로 음용수 문제보다는 당장 지반 붕괴라는 안전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영등포 지역에서는 약간의 위험징후가 보인다.

현재로서는 서울의 지하수맥과 지하대수층에 대한 세밀한 연구가 되어 있지 않으므로 누구도 언제 어느 지역의 지반이 붕괴할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인공하천인 청계천의 물을 끌어오는 지하철 역사의 지하수 사용 문제는 장기적으로 청계천이 도시 생태에 부여하는 첫 번째 생태부하이고, 언젠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논란이 될 것이다. 어쨌든 이명박 시장이 서울을 떠나고 난 다음에도 상류 복원의 문제와 지하수 문제 등 도시 생태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을 것이다. '이명박의 야심' 덕택에 거대한 도시 조경 시설을 갖게 된 서울시민은 전혀 성격이 다른 문제로 두고두고 골치를 앓을 것이다.

"이명박 시장의 오페라 하우스의 정체"

'청계천 복원'이라는 초록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이명박 시장의 임기 전과 임기 후를 비교해 보면 도시생태라는 측면에서는 사실 생태부하의 총량은 훨씬 늘어있을 것이다. 청계천 인공하천 공사를 하는 동안에도 목동을 비롯해 시의 짜투리 땅은 계속해서 건설용 택지로 전환되었고 도시생태에서 4대 축 중의 하나에 해당하는 북한산의 중턱까지 뉴타운이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택지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보기에 좋아 보이는 것과 생태계의 시각은 전혀 다른 것이다.

사실상 생태계의 관점에서 이명박 시장의 재임 기간 중 서울은 죽음의 도시에 더욱 더 가까워지고 있다. 그래서 '친환경 개발'라는 용어는 일부 사용할 수 있지만 생태계라는 관점에서는 '반(反)생태적'인 '자연을 거스르는 자연'에 더욱 가깝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오페라 하우스의 경우는 가장 상징적이다. 서울에 필요한 문화가 오페라인가 아니면 구별로 혹은 동별로 어린이들이나 청소년 혹은 지역 문화인들이 같이 활용할 수 있는 작은 공연 장소를 많이 설립할 것인가라는 패러다임의 충돌이 오페라 하우스를 둘러싼 논의의 핵심이다.

그걸 굳이 서울의 대표적인 작은 '생태 독립지역'을 죽이면서까지 노들섬에 지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은 인공하천을 둘러싼 서울시의 시각의 일면을 보여준다. 이런 일련의 사업들은 자연에서 이미지를 빌려오기 위한 것이지, 생태계의 지혜를 빌려오기 위한 것은 아니다. 이명박 시장의 '용꿈'이 성공을 한다면 그는 '자연의 이미지'로 분칠해 덕을 본 최초의 정치인이 될 것이다.

"도시 빈민 눈물을 먹고 자라는 '이명박의 야심'

머시휴먼리서치를 비롯한 컨설팅 회사들은 세계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삶의 질 평가 같은 것을 하기 좋아한다. 누가 조사를 하든 상관없이 부동의 1위는 스위스의 취리히이고, 2위는 제네바이다. 서울은 90위인데, 이명박 시장이 재임한 이후에 순위가 약간 떨어졌다. 취리히와 서울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가난한 사람'에 대한 배려가 전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취리히도 로마 시대에 만들어진 도시이고 합스부르크 왕가가 유럽을 지배할 때 수탈자들의 중심 도시다. 스위스 내에서는 우파가 가장 강한 곳이고, 3년 전부터는 야당으로 진출한 스위스 극우파의 근거지가 바로 취리히다. 그렇다고 해서 이곳이 가난한 사람을 배려하는 도시로서의 전통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명박 시장의 서울은 공간 정책과 가난한 사람에 대한 배려, 도시생태에 대한 생각, 그리고 직접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취리히와 정반대 지점에 현재 서 있다.

청계 인공하천, 북한산 뉴타운, 노들섬 오페라 하우스는 모두 두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 시설물들은 생태계에 위협적이거나 반(反)생태적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그리고 (이것이 더 중요할 텐데) 도시의 '가난한 사람들', 즉 도시빈민에 대해서 대단히 적대적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청계 인공하천은 대표적인 도시빈민인 노점상과 이보다는 약간 경제적으로 상위에 있는 임대상에게 많은 경제적 고통을 주었다.
청계천 복원 사업과 함께 청계천을 중심으로 살아가던 노점상들이 생존 대책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서울시는 이들에게 동대문 운동장에 풍물시장을 열어줬지만, 효과적인 대책이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프레시안

북한산 뉴타운은 서울에서 가장 생태마을의 특징을 가지고 있던 '한양주택'을 비롯한 도시빈민들이 나름대로 자리를 잡고 살아가던 터전을 없애 '삶의 터전'을 잠시나마 찾았던 이들을 다시 도시빈민으로 전락시켰다. 물론 이곳에서 보상금으로 100억대 부자가 된 사람들도 일부 있겠지만, 임대로 살아가는 도시빈민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앞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노들섬 오페라 하우스 역시 마찬가지다. '시민 공연장' 혹은 지역문화센터 대신 들어가는 시설물이다. 크게 보면 가난한 사람들과 도시 생태를 희생시키고 만든 시설이다.

그래서 이런 시설이 늘어난다 해도 전체적으로 평가한 도시의 '삶의 질'은 절대 높아지지 않는다. 심지어 도시의 생태지수는 오히려 낮아질 수도 있다. 취리히가 삶의 질 1위가 된 것은 거대하고 아름다운 인공 조형시설 덕분이 아니라 대학의 입구와 도서관 입구마다 설치된 보육 지원 시설과 시가 지원하는 도시 빈민의 일자리 등 복지 프로그램 덕분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살기 좋아지면 부자들도 살기가 좋아진다. 또 지역이 튼튼해지면 도시가 살기 좋아진다. 그런 게 국민경제의 기본 시각이고 서민의 '상식'이다. 이명박 시장의 서울은 이와는 정반대 패러다임을 따른다. 건설을 하면 일자리가 생겨나고, 잡일이라도 생겨날 것이므로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이득이 간다는 게 '이명박의 서울'이 갖고 있는 패러다임이다.

서울에도 언젠가는 '삶의 질'과 공동체라는 관점에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일이 시작될 것이지만, 청계 인공 하천으로 상징되는 이명박 시장의 서울은 그러한 변화와는 전혀 반대의 대척점에 놓여 있다. 똑같은 우파 정치인들이 장악한 도시이지만 삶의 질 1위인 취리히와 서울의 차이점은 사실상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라는 점에서 궤적을 전혀 달리한다.

"청계천에서 용이 비상할 수 있을까"

이제 10월 1일부터 청계 인공하천이 서울의 도심을 흐르기 시작한다. 인공 시설물에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전관리다. 어차피 청계천의 수질은 한강물의 종속변수이므로 억지로 2급수의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 더 많은 지하수를 끌어오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게 된다. 수질 상황이 안 좋으면 시민들에게 알려주면 된다. 그런 날들은 조금 조심해서 물에 내려가지 않으면 된다.

수질의 상황을 잘 알려주고 이 인공하천을 잘 관리하기 위한 서울 시민과의 믿음의 틀은 이제부터 이명박 시장이 떠난 서울시의 숙제로 남게 될 것이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언젠가 청계천 수질과 환경호르몬 같은 안전성에 관한 이야기가 신문 사회면에 나오지 않는 것이다. '물의 조형물'이므로 <타워링>과 같이 화재의 위험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생활하수에 포함된 환경호르몬으로 불임을 호소하는 사람이라도 생겨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아마도 청계 인공하천과 도시생태의 조화 문제는 이명박 시장의 후임자들의 몫일 것이다. 만약 이명박 시장이 꿈을 이룬다면 두고두고 그를 괴롭힐 문제가 될지 모른다.
청계천 시험 통수식이 있던 지난 6월 1일 직접 물 속에 들어가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명박 시장. ⓒ프레시안

뉴타운, 오페라 하우스, 난지 골프장, 재개발 계획, 서울공항 이전, 시청 앞 광장 스케이트장 등 1년도 남지 않은 이명박 시장의 임기 기간에도 도시생태와 도시빈민의 관점에서 시민·사회단체와 이명박 시장 사이에 남아 있는 충돌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서울 시민의 절반은 집이 없고 또 그 정도 숫자의 시민들은 서울시나 건설회사 같은 '단단한 직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다. 앞으로 남은 임기 중 조금이라도 이 가난한 사람들을 배려하는 시정이 있기를 바라고 그로 인해서 언젠가는 서울이 삶의 질에서 50위권으로 들어가게 되는 날이 있기를 바란다. 이런 점을 명심하지 않는다면 청계천에서 '용'이 비상하기는커녕 두고두고 애물단지인 '이무기'만 시민을 괴롭히는 상황이 도래할지 모른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