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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풍은 갔다" vs "反MB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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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풍은 갔다" vs "反MB는 없다"

[현장] 수도권 승부처 인천…관록의 안상수 vs 패기의 송영길

인천은 수도권 광역단체 중 민주당의 기대가 높은 지역이다. 여론조사는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가 민주당 송영길 후보를 5%p(27일 <아시아경제>조사)~8.7%p(26일 <문화일보>조사) 차이로 앞서있다. 그러나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다.

의미있는 사례가 있다. 2008년 4.29 재보선에서 인천시 부평을 지역 시민들은 민주당 홍영표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흥미로운 것은 득표율이다. 여론조사 공표 기간 마지막 날인 4월 23일 나온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홍영표 후보는 26.3%, 한나라당 이재훈 후보는 25.0%를 기록했다. 당시 언론은 홍 후보와 이 후보의 '박빙'으로 판세를 점쳤다. 그러나 결과는 49.3% 대 39.9%. '반MB' 기치를 전면에 내걸었던 홍 후보가 10%p 가까운 차이로 압승을 한 것이다.

이번 인천시장 선거에서도 이같은 여론 추이가 다시 나타나게될지 주목된다. 지지율에서 뒤지고 있지만 송 후보 캠프 김종길 공보팀장은 "우리 자체 여론조사를 보면 3%p 정도 뒤지는 것으로 나온다. 해볼 만한 게임이다. 적극투표 층에서는 우리가 오히려 안상수 후보를 이기는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 캠프 이성권 대변인은 "현재 바닥 민심은 좋다. 우리 후보 지지율이 앞서고 있는 만큼 앞으로 '굳히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송 후보의 지역구인 계양구, 그리고 부평구, 남동구 등에서 우리가 뒤지는 것이 조금 걸리지만, 지금은 호전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10%p 뒤지는 곳도 있었지만, 최근 1% 정도까지 격차를 줄이는 등 많이 따라잡았다"고 자신했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인천은 박빙으로 갈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이틀, 표심의 방향은 어디로 향할까? '굳히기'에 들어가겠다는 안 후보와 달리, 송 후보는 공세적이다. 특히 천안함 침몰로 인한 '북풍'이 다소 누그러든 상황에서 송 후보는 'MB정부 심판' 구도 복원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숨어 있는 10%'가 송 후보의 'MB정부 심판' 구호에 얼마나 반응할지 주목된다.

▲ 30일 인천시장 선거 유세에 나선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도부 ⓒ뉴시스

안상수 '취약지구' 집중 공략...송영길 'MB정부심판론' 주력

안상수 후보 측이 '취약지구'로 꼽은 부평과 계양에서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30일 지원 사격에 나섰다. 안 후보도 부평구에 위치한 인천대공원, 송내 시장 등을 방문해 표심잡기에 나섰다. 이들은 유세 등을 통해 한나라당이 지금껏 단골로 거론해왔던 '전 정부 심판론'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정몽준 대표는 부평 시장에서 안상수 후보의 인천 아시안게임 유치를 홍보하면서 "노무현 정부가 2014년에 아시안게임을 유치하는 것을 방해한 것을 알고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상수 후보도 이날 인천대공원 유세에서 "노무현 정부가 특목고를 허가해주지 않아 인천에서 서울로 연간 300에서 500명이 전학을 간다"며 "앞으로 특목고를 4년간 30개 건립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는 개그맨 김한국 씨와 탤런트 선우재덕 씨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한국 씨는 유세 차량에 올라 "20대는 잘 모르겠지만, 예전에 제가 '쓰리랑부부' 코너를 할 때 마무리는 정말 잘했다"며 "안 시장이 마무리를 하도록 꼭 찍어 달라"고 했다. 유세 차량에는 안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가 함께 찍은 사진이 커다랗게 붙어 있었다. 지난 18대 총선 당시 '친박연대'의 '사진 선전전'을 연상시켰다. 은근한 '박근혜 마케팅'을 노리는 눈치다.

민주당 송영길 후보도 '텃밭' 부평 공략에 나섰다. 송 후보 지원 유세에 참여한 인사들은 다양했다. 장애인 단체, 4대강 반대 모임, 중소기업 관련 단체, 종교계, 대학생 단체, GM대우 노조 등이 참석했다. 심지어 일본 자민당 현직 참의원인 야마모토 이치다 씨가 나와 "송영길은 훌륭한 내 친구고 그가 잘 되길 바란다"고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송 후보는 이 자리에서 "4대강 사업, 등 세금을 낭비하며 독주하는 이명박 대통령을 심판해야 한다. 권력자에 패배하는 국민이 아니라 승리하는 국민, 인천 시민들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나온다'는 헌법 1조가 인천에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이명박 대통령을 정면 겨냥했다. '반MB' 구도에 불을 지피겠다는 것이다. 송 후보는 "오는 6월 2일을 안상수 시장 휴가 가는 날로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유세를 마친 송 후보는 지하철을 타고 다음 유세장으로 이동하면서 승객들과 악수를 하는 등 시민들과 대면 접촉에도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다.

"'MB심판론' 훼손 못 시켰다" VS "'MB심판 무용론' 이미 결론 났다"

정몽준 대표 등 당 지도부의 '북풍' 관련 언급 회수는 눈에 띠게 줄었다. 이미 표심에 반영될 만큼 반영됐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한나라당이 부추겼던 '노무현 VS 이명박' 구도는, 민주당이 이를 경계하고 나서면서 큰 효과는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 인사들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반MB 구도'는 어떨까? 양 캠프는 일단 엇갈린 평가를 내렸다.

송영길 캠프 김종길 공보팀장은 "이번 6.2 지방선거는 기본적으로 이명박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라며 "MB정권 심판이라는 기본 프레임은 북풍이니 전쟁위협이니 하는 여당의 안보장사에도 결코 바뀔 수 없는 구도"라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송 후보는 처음부터 이번 선거를 'MB심판'이라는 구도로 보고 유권자들을 파고들었다. 그래서 '북풍'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인천에서 '북풍', '노풍'이라는 외생변수가 MB정권 심판이라는 기본 프레임을 훼손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데 성공한 것"이라고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안상수 후보 측은 "MB정부 심판론이 힘을 잃었던 것은 이미 결론이 난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상권 캠프 대변인은 "민주당이 애초에 꺼낸 MB정부 심판론이 안 먹혀서, 초점을 '전쟁론' 등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는 등 지금까지 갈팡질팡 해 왔는데, 다시 꺼낸다고 그게 통하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지난 2년 반 동안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집회 때문에 일을 못한 것이 무려 1년 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그동안 금융 위기 극복을 잘 했고, 경제 지표가 잘 나왔다"며 "시민들은 성공한 이 대통령과 함께 하는 안 후보의 인천시정 마무리를 바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영길은 정치꾼이라 싫다" VS "무조건 자기식인 MB정부가 싫다"

인천대공원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송영길은 운동권이고 정치꾼 아니냐"며 "나는 무조건 1번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다 망친 경제를 이명박 대통령이 살린 것 아니냐. 북한이 천안함을 침몰시킨 것도 다 김대중 정부가 북한에 퍼주기를 해서 그런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를 방해하는 민주당을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영길 후보 유세 현장을 유심히 지켜보던 20대 커플은 "이번에 꼭 투표하러 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송영길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히며 "이명박 정부가 싫다. 무조건 자기식대로만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50%라고 하던데, 솔직히 천안함 침몰이 북한 때문이라고 하는 '엄중한 시국'에서 지지율 80%, 90%가 안나오는 게 이상한 것 아닌가"라는 분석을 곁들이기도 했다.

주안역에서 만난 20대 여성은 "안상수 시장은 아는데, 저 쪽(야당) 이름이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선거날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투표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안상수 시장이 잘못한 것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주안역에서 부평까지 가는 택시 안에서 40대 기사는 "이번 선거는 관심 없다. 시끄럽기만 하고…일을 해야 해서 투표할 시간도 없다"면서도 "분위기가 송영길 쪽으로 가는 것 아니냐. '바꾸자'는 말이 많이 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상수 후보와 송영길 후보는 국회의원 선거를 포함해 이번 선거에서 3번째로 맞붙게 되는 '맞수'다. 현재까지 스코어는 1대 1이다. "인천 시민들은 안상수 시정에 대해 피곤해 한다"는 송영길 후보와 "이명박 정부와 함께 인천 시정을 마무리하겠다"는 안상수 후보의 대결에서 누가 '3판 2승'의 타이틀을 잡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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