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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가 바르면 찌던 살도 빠진다"

김철의 '몸살림 이야기'<20> 비만 1

***잘못 알려져 있는 비만의 원인**

몇 달 전에 몸살림운동 홈페이지 건강상담실 상담자에게서 질문이 하나 왔다. 요즘에는 흔히 볼 수 없는 질문이었다. 다들 살을 빼려고 야단법석인데, 한 남자가 거꾸로 살찌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키는 179cm나 되는데 몸무게가 49kg밖에 나가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일생 50kg이 넘은 적은 딱 한 번밖에 없었다고 했다. 평생소원이 살 한번 찌는 것이니, 제발 방법 좀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너무 비시비실하게 보여 결혼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평상시에 먹는 음식의 양은 남들보다 많은 편인데,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은 찌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상담실 운영자에게 시원한 답변은 없다고 얘기 전해 주라고 했다. 방법이 없으니, 그냥 그렇게 살 수밖에 없다는 실망스러운 답변밖에 없다고 했다. 그리고 원인을 잘 설명해 주라고 부탁을 했다. 이런 사람은 아무리 많이 먹어 아무리 많은 영양분을 흡수해도 몸에 축적을 하지 못하고 모두 밖으로 내버리고 만다. 원인은 흉추 하나가 안으로 말려들어가면서 신경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이 신경을 터 주어야 살이 붙는다. 이 신경을 터 주려면 당연히 말려들어간 흉추를 밖으로 빼내야 하는데, 이게 되지를 않는다. 옆으로 틀어지거나 위로 삐져나온 척추는 밖에서 눌러서 힘을 가하면 바로 제 자리를 잡지만, 안으로 말려들어간 척추는 빼낼 수가 없는 것이다. 펜치로 빼낼 수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로서도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아무리 많이 먹어 보아야 살이 찌지 않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그러나 역시 먹어야 할 만큼 먹지 못하면 살은 찌지 않는다. 옛날에는 먹을 것이 귀한지라 대개 사람들은 잘 먹지를 못해 삐쩍 말라 있었다. 어지간하면 "잘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는 소리까지 했겠는가. 그래서 옛날에는 그래도 배가 조금은 나와 있는 사람을 보고는 풍채가 좋다고 표현했다. 지금 북한 주민들 역시 식량이 모자라 대개가 말라 있을 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세대들의 경우에는 키가 크지를 않고 있다. 북한 군인의 키는 남한의 중학생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에 남한 사람들은 소외된 극빈층을 제외하면 너무 잘 먹어서 살이 피둥피둥하게 쪄 있다. 오히려 너무 찌다 보니 비만이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요즘에는 어른들만이 아니라 아이들까지 소아비만에 걸리고 있다. 비만으로 인해 당뇨병, 고혈압, 뇌졸중, 관상동맥질환 같은 합병증도 많이 온다고 한다(사실은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은 절대로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후에 자세하게 설명하겠다).

이제 비만은 살이 좀 많이 찐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병으로 규정되고 있다. 그래서 살을 빼는 것을 가지고 비만을 '치료'한다고 표현하고 있다. 온 사회가 비만과 전쟁을 하느라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을 정도이다. 특히 세계에서 거울을 가장 많이 본다고 하는 한국의 여자 분들은 특히 살찌는 것에 대해서 예민하다. 이 지구촌에서 한국 사람만큼 비만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족속도 드물 것이다.

그러나 소위 '비만 치료'에 성공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필자는 비만의 원인을 잘못 알고 있기 때문에 '치료'라는 말도 나오고, 원인을 잘 모르니 '치료'에도 성공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예컨대 비만의 원인을 유전으로 보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유전자에 이미 '비만 인자'가 들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문에는 누가 이번에 새로이 비만 유전자를 발견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병이 유전된다고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 병이 유전된다고 보는 것은 원인을 모르고, 그렇기 때문에 고치지 못하는 병이 너무 많은 것에 대해 변명을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유전인데 어떻게 고치겠는가. 유전이니까 평생 지병을 가지고 팔자소관이려니 하고 조심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마찬가지로 비만인 사람도 타고난 운명인 것으로 알고 살아가야 한다(병과 유전의 관계에 대해서도 추후에 한번 자세하게 다루어 보기로 하겠다).

유전이 아닌 비만이라고 할 때에는 대개의 설명 방식이 거의 동일하다. 간단하게 말하면 흡수한 에너지보다 소비한 에너지의 양이 적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1,500Cal를 흡수하는 사람이 1,400Cal만 사용하고 100Cal를 남기면 이것이 몸에 축적돼서 살로 간다는 것이다. 100Cal이면 지방 12.5g이 소비될 때 나오는 에너지인데, 1년 동안 매일 100Cal를 덜 소비하게 되면 4562.5g의 지방이 축적되게 된다. 지방은 지방으로만 뭉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다량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 몇 배의 무게만큼 살이 찌게 될 것이다. 많이 먹고(과식) 운동을 하지 않기(운동부족) 때문에 살이 찐다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설명 방식인 것이다.

이는 1리터에 10km를 가는 승용차에 10리터를 주유하면 100km를 간다는 설명의 방식과 동일한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숫자로 딱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굉장히 과학적인 설명인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이나 물리학의 기준에도 잘 들어맞는다. 대단히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굉장히 큰 허점이 있다. 인간은 자동차와 같은 기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위에서 예로 든 자동차라면 10리터밖에 기름이 없으면 100km밖에 가지 못한다. 그러나 사람은 이와 다르다. 평상시에 몸에 에너지를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에 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며칠 굶었다고 해서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이것이 부족하면 당뇨병에 걸리는 인슐린은 당(糖) 두 개를 묶어서 지방으로 만드는 데 촉매제 역할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방은 몸에 보관되었다가 필요할 때 쓰게 되는 것이다. 기계와 사람은 우선 이런 부분부터 차이가 있다.

또 위에서 예로 들은 평생소원이 살 한번 쪄 보았으면 하는 사람의 경우처럼 많이 먹어 에너지가 남아돈다고 해서 모두 살로 가는 것도 아니다. 몸에서 흡수했다가 몸에 쌓아 놓지 않고 밖으로 내보내기도 하는 것이다. 또 몸에 흡수한 것이나, 흡수한 것을 가지고 몸에서 다시 합성해서 만들어 낸 것 중 양이 너무 많아 이제는 불필요한 것은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데, 이런 기능이 떨어져서 살이 찌는 경우도 있다. 사람의 몸은 기계처럼 흡수한 에너지와 소비한 에너지의 차이로 설명될 수 없는 것이다.

사람을 생명체로 이해해야만 비로소 왜 비만이 생기고, 또 어떤 비만은 실제로 병이 되는 것인지 알 수가 있다. 또 모든 비만을 병으로 인식하고, 비만에서 벗어나는 것을 '치료'라고 이해하는 방식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비만이 병이니 수술을 해서라도 지방 덩어리를 긁어내는 우매함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몇 십 년 전만 해도 별로 보이지 않던 비만이 급작스럽게 많아지고 있는지 그 이유도 알 수 있게 된다.

생명체는 생명을 유지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는다. 이것을 생존본능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생명체가 자연수명이 다했는데도 생명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는 자연적인 수명이 다하면 이를 담담하게, 그리고 기꺼이 받아들인다. 자기가 가야 할 곳이 어딘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어리석은 인간만이 더 살아 보려고 발버둥을 칠 뿐이다. 어쨌든 생명체는 최고의 목표인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자기의 몸도 변형을 시킨다.

덫에 걸린 멧돼지는 발버둥을 쳐서 발목을 끊고라도 도망을 가려고 한다. 다행히 발목이 끊겨 도망칠 수 있게 된 멧돼지는 처음에는 크게 절룩이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그래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아픈 다리를 질질 끌면서도 도망을 친다. 그러나 1년만 지나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져 있다. 씩씩거리며 잘도 달린다. 예컨대 한쪽 앞발목이 잘려 나간 멧돼지는 그쪽 어깨가 밑으로 쳐지면서 다른 다리와 보조를 맞추게 됨으로써 잘도 뛰어다닐 수 있게 돼 있는 것이다. 뛰지 못하는 멧돼지는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지만, 뛰어 다니는 멧돼지는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생명체가 아닌 기계는 스스로를 변형시키지 못하지만, 생명체는 이렇게 스스로를 변형시킴으로서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돼 있는 것이다.

생물학 교과서는 대부분이 DNA가 어떻고 혈액의 성분은 어떻고 하면서 복잡한 화학의 공식으로 가득 차 있다. 근대 과학의 포로가 돼 있는 셈이다. 그러나 생명현상 중에서 화학의 공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정말로 생물학이 생명을 이해하는 학(學)이 되기 위해서는 생명현상을 다루어야 한다. 오직 살겠다는 일념으로 똘똘 무장하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먹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생명체이다. 생명을 기계와 같이 물리학이나 화학으로 이해하려고 해서는 아무 것도 알 수 없게 된다. 오히려 경험을 통해서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까지 찾는 것이 생명을 이해하는 데는 훨씬 더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해야 자연의 일부인 생명의 깊고 오묘한 이치를 알 수 있게 된다.

***비만에 관한 실험**

그러면 비만은 왜 오는 것인가? 참고로 필자가 해 본 실험을 하나 소개해 보기로 하겠다. 필자는 내 몸을 가지고 이러저러한 실험을 많이 해 보는데, 이는 머리로만 가지고 있는 지식은 확실한 지식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살이 찌고 빠지는 것에 대해서도 내 몸을 가지고 실험을 함으로써 확실한 지식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왜 살이 찌고 왜 빠지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막연하게 흡수하고 소비한 에너지의 차이로 비만을 설명하는 우를 범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키가 169cm이므로 내 나이에는 69kg 정도가 적당한 몸무게인데, 이런 정상적인 상태에서 마구 먹고 자세를 엉망으로 해 보았다. 필자는 원래 하루에 저녁 한 끼만 먹고 있는데, 여기에다 빵이나 과자 같은 간식도 많이 먹고 커피나 음료수도 마구 마셔 보았다. 그리고 앉는 자세도 구부정하게 하고, 걸을 때에도 꾸부정하게 하고 걸어 보았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3개월 만에 몸무게가 12kg이나 늘어났다. 이만하면 살찌는 실험은 성공했다고 보고, 다음에는 간식이나 음료수를 먹고 마시는 것을 자제했다. 그리고 원래대로 앉으나 서나 걸으나 허리를 세우고 가슴을 폈다. 그랬더니 3개월 만에 20kg이나 빠져 몸이 홀쭉해졌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필자를 보고는 너무 말라서 보기가 좋지 않다고 말해 왔다. 역시 나이를 좀 먹은 사람은 살이 통통하게 붙어 있어야 풍채가 좋아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런 얘기를 듣고 보니 그것도 그럴듯하게 여겨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더 먹어서 살을 찌웠다. 자세를 바로 하는 가운데 간식을 조금 먹은 것이다. 그랬더니 원래의 몸무게 69kg으로 되돌아왔다. 사람들은 지금 정도가 가장 보기가 좋다고 한다.

이렇게 살이라는 것은 자기 몸을 제대로 알고 있기만 하면, 자기 마음대로 찌울 수도 있고 뺄 수도 있는 것이다. 문제는 자기가 자기 몸을 모르고 있다는 데 있다. 모르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이다. 허리는 곧게 세워져 있는지, 가슴은 제대로 펴져 있는지, 고개는 바로 들고 있는지 도대체가 모르고 있다. 하긴 모른다고 해서 그 사람 탓만 할 수는 없다. 이런 것은 하등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풍조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많이 먹고 운동하지 않는 것이 절대로 살이 찌는 원인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도 일부는 원인이 될 수는 있다. 필자 역시 많이 먹었을 때 살이 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자세를 바로잡으면 찌던 살도 빠진다는 것이다. 바른 자세를 하면 많이 먹어도 적당한 몸매를 유지하고, 몸을 구부리면 적게 먹어도 살이 덕지덕지 붙는다. 다만 문제가 될 만한 비만은 먹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다음부터는 3회에 걸쳐 사람들이 소위 '비만'이라고 부르는 증상이 왜 생겨나는지 유형별로 분류를 해 보고, 그 원인을 알아보고 각 증상에 따라 해결 방법까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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