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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는 우리 기업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 돼야"

<기고> 수출입은행 "대우 특혜 아냐…최대성과 위해 노력 중"

지난 8월 22일 필리핀에서 연수 중이던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국장은 마닐라 인근에서 추진 중인 '사우스 레일' 사업에 우리나라가 원조를 주기로 하면서 불거진 여러 가지 문제점을 기고를 통해 지적해 왔다. 염 국장의 문제 제기에 대해 필리핀 원조의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수출입은행의 김학수 경협1실장이 의견을 보내왔다. 원조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기대하며 이 기고문을 싣는다. <프레시안>은 앞으로도 원조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예정이다. <편집자>

지난 8월 22일자 <프레시안>에 현재 필리핀에서 연수중인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국장이 기고한 '필리핀 주민의 저주의 대상이 된 한국원조'란 글을 읽고, 이 기사에서 지적된 '필리핀 마닐라 남부 통근철도 개보수 지원을 위한 EDCF 차관사업'의 실무를 맡고 있는 필자로서는 제기된 일부 문제점들이 원조의 목적과 저희 EDCF 차관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부분이 있어 지면을 통해 독자들의 이해를 구하고자 합니다.

우리나라의 유상원조인 EDCF 차관은 개도국의 산업발전 및 경제안정 지원과 함께 경제교류증진 등 대외경제협력을 촉진함과 아울러 우리나라 제품 및 기업의 개도국 시장 진출 기반 확보를 위해 장기 저리로 차관을 지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필리핀 남부 마닐라 통근철도 사업'도 필리핀의 교통체제 개선 및 생활수준 향상을 위한 차관지원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 철도산업의 필리핀 시장 진출 지원도 원조목적의 하나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아울러 여타 선진 원조국의 입장도 이러한 우리의 지원목적과 대동소이할 것입니다.

이 사업과 관련하여 일본이 철로변 불법거주민 이주문제 때문에 OECF 지원을 포기한 사업에 대해서 한국의 EDCF가 지원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일본은 현재 저희 EDCF가 지원할 예정으로 있는 사업과 유사한 사업에 대하여 1991년 3월 2000만 달러의 OECF 차관을 승인한 후 사업기간 동안 불법 거주민들의 사업방해로 사업이 장기간 지체되다가 결국 일부구간(Tayuman-Espana)에 대해서는 사업을 실시하지 못하고 잔여구간에 대하여 1998년 10월 사업을 완공하였습니다만 사업이 실시되지 못한 구간으로 인하여 철도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리핀 정부는 메트로 마닐라 지역의 교통난 해소와 인근지역 개발을 위해서는 남부 마닐라 통근철도 구간의 정상화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이 철도의 복구계획을 국가 최우선 사업으로 정한 뒤 2003년 6월 한ㆍ필리핀 정상회담시 공식적으로 우리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게 된 것입니다. 이 사업의 심사를 담당한 저희 수출입은행은 심사 당시에도 일본 OECF의 사업 실시에서 얻은 교훈을 토대로 철로변 불법 거주민들에 대한 이주문제 해결이 사업실시를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필리핀 정부에 누차 강조하고 현재까지 사업실시기관인 필리핀 국영철도청(PNR) 앞으로 문제 해결을 독려하여 왔습니다.

이 사업 추진을 위한 이주대책과 관련해 저희가 필리핀 정부를 통해 파악한 바로는 현재 사업시행기관인 필리핀국영철도청(PNR) 측이 마닐라 남부 Cabuyao 지역에 철거민을 위한 주거단지를 확보하고, 2만4000가구에 대한 보상비용 2200만 달러 상당의 재원 마련을 위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협의하고 있으며, 이주민에 대한 통근비 지원 등 이주대책을 주민들과 협의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주민과 협의하여 문제가 잘 해결되면 이 지원은 필리핀과 한국 간 경제협력의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지원사업에 필요한 물품 및 장비 등을 우리나라 제품을 사용케 하고 우리기업들이 수주토록 하는 구속성 차관 조건으로 EDCF를 지원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 드리겠습니다. 국민의 혈세를 통해 조성된 차관 재원을 기왕이면 우리나라 제품의 수출 및 우리 기업의 개도국 진출기반 구축에 활용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조건은 선진국들의 경우에도 자국 제품의 국제 경쟁력에 따라 필요시 운용하고 있는 원조 형태입니다.

또한 이 사업에 대해 EDCF 차관과 수출입은행의 수출신용과 혼합신용 방식으로 지원하게 된 사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는 EDCF 차관의 재원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당초 필리핀 정부가 요청한 사업자금 전액을 EDCF 차관으로 지원하지 못하고 나머지 자금, 즉 객차 수출 부분에 대해서는 수출입은행의 수출신용(현재금리 5% 내외)으로 지원되도록 함으로써 원조사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필리핀 정부 또한 이러한 혼합신용 방식을 적극 수용한 바 있습니다.

향후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서 재원이 증대된다면 차관 지원 규모를 확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만, 현재의 제한된 재원으로는 혼합신용 공여 등이 불가피하며, 이는 국제금융기관들과 주요 선진 원조국들도 많이 활용하고 있는 일반적인 원조공여 기법입니다.

한편 본건 사업이 OECD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지적과 관련하여서는 개도국 차관 지원 사업의 경우 국제협약상 지원조건이 OECD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에는 지원이 불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필리핀 남부마닐라 통근철도사업'도 사업 승인 전에 OECD 앞으로 사전통보를 했고 여타 회원국들로부터 지원에 대한 이견이 없었으므로 OECD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또한 EDCF가 특정기업에 특권을 주는 수단으로 변질되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EDCF 차관이 개도국의 발전뿐만 아니라 우리 제품의 수출 및 기업의 진출 기반 구축 지원이라는 차원에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DCF 사업의 경우 원칙적으로 공정한 경쟁입찰 과정을 통해 참여 기업이 선정된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특정 기업이 아니라 우리나라 해외진출기업 전반에 혜택이 돌아간다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들은 국민의 혈세로 조성되는 재원으로 개도국의 경제개발사업을 지원하는 EDCF 차관 사업을 정부의 위탁을 받아 담당하면서 한정된 재원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내기 위하여 혼신의 노력으로 일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아울러 저희 EDCF 차관사업에 대하여 사회정의의 감시자인 NGO 단체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계속적인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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