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소속 의원인 지식경제부 최경환 장관이 자신의 지역구 선거 여론조사에 불만을 품고 언론사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주호영 특임 장관의 선거 개입 파문에 이어 현직 장관이 또 다시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휘말린 것이다.
최 장관의 지역구인 경북 경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최병국 후보는 28일 "최 장관이 자신이 지원하고 있는 한나라당 후보가 무소속 최병국 후보에게 여론조사에서 밀리자, <영남일보> 사장에게 전화해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신문에 싣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녹취록을 공개했다.
최 후보 측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중국 출장 중이던 최경환 장관이 24일 오후 <영남일보>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신문사 여론조사 내용을) 수용할 수 없다. 다른 여론조사는 (한나라당 후보가) 앞서거나 박빙인데 어떻게 그 신문만 9% 뒤질 수 있나. 우리가 돈을 댈 테니 다른 조사기관을 선정해 새로 조사해 달라"고 말한 내용이 담겨 있다.
결국 이 언론사는 최 장관의 전화를 받은 다음날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고, 하루 뒤에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최 후보 측은 "공직자인 최 장관이 특정후보를 위해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엄연한 위법 행위라고 판단해 조만간 최 장관을 선거중립의무 위반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경환 장관 측은 일단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고 발언 자체의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최 장관과 직접 통화를 했다는 김세호 경상북도 선대위 대변인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전체 발언 취지가 왜곡됐다. '압박'을 넣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최 장관은 '제 3의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공평하게 보도가 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 발언을 <영남일보> 사장이 최 캠프 관계자에게 전하는 과정에서 녹취가 됐고, 최 장관의 발언 취지가 과장돼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최 후보 캠프 사람이 <영남일보> 사장을 만나 얘기를 듣는 과정에서 미리 녹음기를 준비하는 등 다분히 의도성이 있는 흠집내기"라며 "현재 최병국 후보 캠프에는 영남일보 부장 출신 조 모씨가 핵심 참모 역할을 하고 있어 <영남일보> 여론조사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역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직 장관이 선거와 관련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은 일은 처음이 아니다. 주호영 특임장관은 자신의 지역구 구청장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지지발언을 했다가 선거법 위반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주 장관은 이와 관련해 선관위로부터 '공직선거법 준수 요청'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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