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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과 꿈, 그 소중한 시간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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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과 꿈, 그 소중한 시간의 비밀"

hari-hara의 '생물학 카페' <35> 잠과 꿈 이야기

아침, 저녁으로 벌써 날씨가 선선해졌는데 여러분들 모두 휴가는 다녀오셨나요? 저는 한창 덥던 이번 달 초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바닷바람을 시원하게 쐬면서 해변을 산책하고 나면 꿀맛 같은 잠이 솔솔 오는 게 역시 숙면에는 적당하게 체온을 낮추는 게 도움이 되더군요.

밤에 잠을 설치게 되면 꿈자리도 뒤숭숭한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악몽을 꾸는 경우도 있고요. 서양에서는 사람이 악몽을 꾸는 것은 몽마(夢魔), 즉 꿈의 악마들이 장난을 치기 때문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수컷인 인큐버스(incubus)와 암컷인 서큐버스(succubus)로 구성된 몽마들은 사람들에게 악몽을 꾸게 하여 기(氣)를 빼앗아 사람들을 쇠약하게 만드는 악마라고 믿어졌습니다.

아마도 악몽을 꾸게 되면 그 공포로 인해 다시 잠들기가 무서워지고, 이들은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점점 더 잠을 설치게 되어 결국은 매우 쇠약해지기 때문에 악몽을 악마의 못된 장난질이라고 생각했을 법도 합니다. 이런 생각이 현대의 '나이트메어' 시리즈에도 꿈을 무대로 잔인한 짓을 일삼는 괴물 '프레디'를 만들어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잠을 자면서 꿈을 꿉니다. '나는 꿈을 꾸지 않아'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우리가 꿈을 기억하지 못할 뿐 사람들은 저마다 침대에 누워 깊은 잠 속에서 꿈나라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렇다면 오늘은 잠과 꿈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해보기로 하지요.

***꿈을 측정하는 방법**

사람들은 경험적으로 잠을 자면서 꿈을 꾼다는 사실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요. 그러나 꿈을 왜 꾸는지, 꿈은 잠자는 시간 중 언제 꾸는지, 꿈을 꿀 때와 아닐 때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은 극히 최근의 일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뇌파를 측정하는 것이 가능해진 이후의 일이었습니다.

<그림 1>

뇌파(腦波, electroencephalogram)란 말 그대로 뇌에서 발생하는 전류의 움직임을 뜻하는 말입니다. 뇌 속에는 수없이 많은 신경세포들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서로 전기신호를 주고받고 있습니다. 뉴런은 옆의 그림처럼 생겼는데 수상돌기에서 받아들인 신호로 바꾸어 축색돌기를 통해 전달합니다. 이때 축색돌기는 마치 미세한 전선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런 전선이 뇌 속에 자리잡고 있으니 뇌에서는 전파와 비슷한 파동이 발산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뇌파입니다.

사람의 뇌에서 전파가 나오고 있다는 것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1924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한스 베르거입니다. 베르거 박사는 이 전파에 뇌전도 혹은 뇌파(electroencephalogram : EEG)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지요. 과학계에서는 새로운 발견을 한 경우 발견자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래서 가끔은 뇌파를 베르거 리듬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그림 2>

1950년대 들어서서 연구자들은 이 뇌파를 이용해서 사람이 잠을 잘 때 뇌가 어떤 상태로 존재하는지를 측정하기 시작한 것이 꿈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을 통해 뇌 전체를 스캔하여 뇌의 움직임을 좀 더 직접적으로 보는 방법도 개발되어 있습니다. 이렇듯 여러 가지 관찰 결과를 종합해 보면 우리의 수면은 두 가지 형태로 나뉠 수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잠 잘 때 당신은 무엇을 보나요**

잠은 크게 렘(REM, Rapid Eye Movement Sleep)수면과 비(非)렘수면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렘수면은 다시 뇌파의 형태에 따라 4단계로 나눠집니다. 렘수면의 영어 표현을 볼까요? 직역하면 '눈이 빠르게 움직이는 잠'이라는 뜻이네요. 그래서 우리말로 렘수면은 급속안구운동수면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너무 길어서 귀찮으니 그냥 렘수면이라고 하지요.

<그림 3>

렘수면은 영어에서 보이는 말 그대로 우리가 잠자는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눈을 감은 채로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시기와 그렇지 않은 시기가 반복해서 나타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잠이 들면 렘수면과 비렘수면은 약 90분의 주기를 가지고 반복해서 나타나며 하룻밤 새 4~5회의 수면주기가 반복되게 되지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수면 연구에서는 뇌파 분석이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합니다. 뇌파의 주파수는 1~50Hz, 진폭은 10~100mV 사이인데, 특성에 따라 알파(α), 베타(β), 세타(θ), 델타(δ) 등 네 가지로 나뉩니다. 이 중에서 주파수 10Hz, 진폭 50mV의 알파파를 기준으로 이보다 빠르면 베타파, 느린 것 중에서 주파수가 4~7Hz 사이면 세타파, 그보다 느리면 델타파라고 합니다.

사람이 깨어 있을 때는 베타파가 주로 관측됩니다. 그러다가 눈을 감고 편안해지면 알파파가 증가하기 시작하고 잠, 정확히 말하자면 비렘수면에 빠져들게 되지요. 비렘수면의 단계가 지나갈수록 더 깊게 잠이 들면 뇌 역시 고요해지며 델타파를 방출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비렘수면이 끝나고 렘수면에 접어들기 시작하면, 뇌파는 마치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베타파를 방출하면서 눈동자가 마치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보기라도 하는 양 눈꺼풀 아래에서 이리 저리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렘수면이 시작된 것이죠.

지금까지의 관측에 의하면 꿈은 주로 렘수면 단계에서 꾸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는 연구를 위해 자신의 잠을 포기한 자원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죠. 자원자들은 머리에 전극을 붙인 채 잠이 듭니다. 그럼 연구자들은 뇌파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가 비렘수면의 1,2,3,4단계와 렘수면의 뇌파가 측정될 때 자원자들을 깨워서 방금 전에 무슨 꿈을 꾸었는지 말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랬더니 렘수면 시기에 깨운 자원자들의 80~90% 이상이 자신의 꾼 꿈의 내용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반면, 비렘수면 시기에 깨운 자원자들은 꿈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와 렘수면 시기에 꿈을 꿀 확률이 비렘수면 시기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렘수면 시기에 나타나는 급속한 안구운동은 꿈을 꾸는 것을 우리 눈이 실제로 무언가를 '본다'라고 인식하여 나타나는 결과가 아닐까, 라는 의심이 살짝 듭니다.

그래도 여전히 문제는 남습니다. 우리는 도대체 '왜 꿈을 꾸는 걸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이지요. 아직까지 이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가장 강력하게 의심되는 설은 뇌가 기억을 분류해서 저장하는 중간에 일어나는 이미지의 모음이라는 것이죠. 우리는 깨어 있는 동안 시각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감각기관을 통해 많은 정보들을 받아들이고 또한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합니다. 그러나 뇌의 용량에는 한계가 있어서 이들이 모두 저장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뇌는 낮 동안은 꾸역꾸역 정보를 받아들였다가 잠을 자는 동안에 이들을 분류하여 저장하거나 삭제하거나 보류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죠. 마치 영화를 찍을 때 모든 장면을 다 찍은 후에 나중에 편집실에서 필름을 하나하나 보면서 필요한 장면만을 이어붙이는 것처럼 말이에요. 꿈은 이 과정에서 잘려져 나온 토막 필름들이 잠깐씩 보이는 것이 아닐까, 라고 의심되는 것이죠.

우리는 대개 90분의 수면주기를 약 5회 겪게 되면 충분히 잠을 잤다고 인식하고 잠에서 깨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수면주기의 마지막은 렘수면이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났을 때 꿈을 기억할 확률이 높지요. 그러나 현대인들에게 하루에 8시간의 잠은 사치일지도 모릅니다. 늘 야근에 시달리는 직장인, 사당오락(四當五落,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뜻의 신조어)을 절대명제인 양 신봉하는 수험생, 가사와 육아에 매여 자신의 잠을 희생할 수밖에 없는 주부 등 사람들은 잠이 부족한 생활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충분한 수면 주기를 겪고 나면 우리 몸은 저절로 잠에서 깰 준비를 하게 되고 자명종이나 모닝콜이 없이도 자연스레 잠에서 깰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면 부족은 충분한 수면 주기를 즐길 수 없게 하고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는 수면 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사람들을 잠에서 깨웁니다. 그러니 잠에서 깨어나도 꿈이 기억나지 않고 몸도 개운치 않은 경우가 많지요.

언젠가부터 우리는 잠을 '남는 시간에 자는 것'으로 인식하고 다른 일들을 하기 위해 잠자는 시간을 줄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잠은 생명체에게 매우 중요한 생명활동의 한 부분이며 잠을 제대로 자는 것은 우리 몸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라는 사실을 가끔은 기억해 주세요.

(이은희 전문위원의 'hari-hara의 생물학 까페' 연재를 재개합니다. 이은희 전문위원은 <하리하라의 생물학 까페>(궁리, 2002), <과학 읽어주는 여자>(명진출판사, 2003)의 저자로 앞으로 본격적으로 과학학을 공부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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