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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참여정부는 개혁정부가 아니라 개발정부"

[화제의 신간] "대한민국은 개발5적이 이끄는 토건국가"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헌동 국책사업감시단장은 과거 박정희 정권시절 김지하 시인이 고발한 나라를 망치는 '오적'(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에 빗댄 '개발 오적'을 향해 강도높은 비판을 해 온 부동산 전문가다.

***"참여정부는 개혁정부가 아니라 개발정부"**

김 본부장이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다?>(궁리 간)라는 아주 도발적인 제목의 저서를 펴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의 선대인 미디어다음 기자와의 공저 형식으로 나왔으나 여기에는 20여 년간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며 이 나라의 건설 현장을 지켜보는 가운데 국가 경제에 미치는 '건설족(族)'의 해악을 절실하게 깨달아 온 저자의 고민과 분노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김 본부장이 지목한 '개발오적'은 재벌(건설업체와 이익단체), 경제관료, 보수언론, 정치인, 학자 등 다섯 부류다. 개발오적이라는 개념은 필연적으로 '토건국가 현상'과 연결된다. 개번 매코맥의 <일본, 허울뿐인 풍요>은 현대 일본을 분석하면서 '토건 국가'라는 개념을 썼는데, 토건업체. 지방 토호. 국회의원. 정부가 한 통속으로 묶여서 개발사업을 계속 벌이면서 돈을 벌고, 그런 식으로 굴러가는 사회 시스템을 가리킨다.

땅값 상승, 부동산투기에 대한 기대심리로 일반인들도 이것을 방관하거나 여기에 편승한다. 그러다가 90년 초 이후 거품이 붕괴되면서 15년째 장기복합불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게 일본 경제의 현실이다.

저자는 우리나라도 일본 못지 않은 토건국가적 성향이 강한 근거로 OECD 국가 중 국내 경제에서 건설과 부동산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25%로 가장 높다는 점과 콘크리트 구조물 덩어리인 아파트가 도시 주택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유례없는 나라라는 점을 꼽는다.

토건국가를 지탱하는 구조는 끊임없이 불필요한 토건사업, 심지어는 만들수록 해악만 끼치는 개발사업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새만금 사업이다. 새만금 사업은 추진 당시부터 경제성과 타당성이 의심됐다.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쌀시장 개방이 확정됨으로써 경제성과 타당성이 없음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결론이 난 사항이었다.

이런 토건사업들에 들인 예산은 단순히 낭비되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한정된 자원을 불필요한 곳에 과도하게 사용했기 때문에 정작 예산이 쓰여야 할 곳에 돈이 가지 못해 국가 전체의 성장잠재력과 복지 및 문화 인프라를 갉아 먹는다.

저자는 "불필요한 토건사업을 줄이고 건설 개혁을 실천해 막대한 예산 낭비를 막아 마련한 돈의 절반씩만 성장잠재력 확충과 복지 및 문화 인프라 구축에 쓴다면 대한민국은 10년 안에 확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성장과 분배'라는 현실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변형된 색깔 논쟁에 우리 사회가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토건국가라는 점은 청와대의 조직 구조를 보더라도 확연하다. 청와대 아래 10여 개 위원회 가운데 동북아시대위원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등 4~5개가 개발 문제와 관련된 위원회다. 15개 정책 로드맵 가운데 13개가 건설개발 정책이다.

저자는 "청와대가 무슨 개발회사이며 건설회사냐"라고 물으면서 "대통령과 청와대는 말로는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안 하겠다면서도 실제 내용은 모두 개발 정책으로 가득하다"고 꼬집는다.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이 2004년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정부가 벌이고 있는 각종 국책사업 규모는 1000조 원에 가깝다. 재경부 자료를 토대로 한 임 의원의 발표는 지자체가 벌이고 있는 사업이나 민자사업, 민간개발 사업 등이 제외된 것이어서 저자는 지금 전 국토에서 벌어지고 있는 건설사업 규모는 30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저자는 "결국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은 구조개혁이 아니라 개발정책이며, 참여정부는 개혁정부가 아니라 개발정부"라고 질타한다. 참여정부는 자신의 개발정책이 과거 개발연대의 그것과는 근본철학이 다르다고 주장할 것이지만 개발정책의 전달장치, 즉 정책수단은 과거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개발오적이 자원낭비와 거품 조성"**

그것은 바로 관료와 재벌이다. 저자는 "경기 회복 지연에 따른 조급증이 개발정책 의존도, 관료와 재벌 의존도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면서 "그래서 그 결과도 과거 개발연대와 크게 다르지 않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토건국가적 현상은 공공사업 영역뿐만 아니라 민간영역에도 엄청난 자원낭비와 거품을 만들고 있다. 이게 바로 2001년부터 일어난 부동산 투기 현상이다.

그동안 건설업체들은 대형국책사업이나 공공건설사업의 입찰에서 교묘한 방법을 동원해 배를 불려 왔다. 국내의 민자사업을 포함한 정부 차원의 국내 공공공사 발주 규모는 매년 약 70조 원 규모다. 이들은 예산 편성 때부터 예정가격을 30~40% 부풀린 다음 대형건설업자들 간의 담합을 통해 수십년 간 매년 15조~20조 원 이상의 불로소득을 챙기는 제도를 유지했다. 그것도 모자라 정부는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20~30%의 선금을 지급해 기업들이 이익금을 먼저 챙길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이같은 공공분야의 관행은 민간건설 부문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지난 5년간 아파트 분양가는 3배 가량, 전체 주택가격은 500조 원 이상 상승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에만 276조 원이 급등했다. 계획도 철학도 없이 이어져 온 건설 및 부동산 정책은 아파트를 짓기도 전에 팔 수 있게 하는 선분양제도 등 공급자에게 특혜를 주는 제도로 가득하다.

아파트값 폭등으로 국민들은 아우성을 쳐도 공급자인 건설업체들의 폭리를 보장해주는 제도는 바뀔 줄 모른다. 정부와 공기업은 서민들의 농지와 택지를 값싸게 사들이거나 강제로 수용해 조성된 택지를 건설업자와 개발업자에게 값싸게 매각한다.

이들 건설업자들은 싼값에 사들인 택지에 '허수아비 감리'를 세워 놓고 거품이 잔뜩 낀 분양가로 판매하면서도 20~30년 후에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하는 부실 주택을 만들기도 전에 소비자에게 판다.

***업계 대변자들로 채워진 규제개혁기획단**

저자는 "이같은 토건국가를 유지하면서 공공부문에서 연간 15~20조 원의 혈세를 낭비하고, 민간부문에서 거품이 잔뜩 긴 아파트로 수백조 원의 부담을 국민에게 지우는 기득권 구조를 우리는 '개발오적'이라고 부른다"면서 "이들이 만드는 5각 구도에서 윤활유와 접착제 역할을 하는 것이 불투명한 건설산업 구조에서 특혜와 거품으로 얻는 돈으로 형성되는 로비자금"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10여 년간 각종 부패사건의 절반 이상이 바로 건설사업과 연관돼 있었다는 점이 경실련의 자료분석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국내 건설산업이 바로 부패와 예산낭비의 핵심고리임이 밝혀진 것이다. 이 강고한 개발 5각 구조가 바로 일반 국민들의 뜻과는 무관하게 또는 정반대로 기득권 구조를 유지해주는 틀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기획단의 구성을 보면 우리 정부 관료들이 얼마나 재벌과 건설업계의 '포로'가 돼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규제해격기획단은 공무원과 민간인 동수로 구성돼 있으나 민간인은 10대 그룹 실무자와 전경련,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등 3개 경제단체 및 관련협회 부설연구소 등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람들만으로 가득하다.

시민이나 소비자 입장에서 공익을 대변해줄 사람이나 시민을 위한 의견을 낼 사람은 거의 없다. 경제전문가인 민주당 김종인 의원은 "정부와 기업영역에서 일정한 선이 있어야 하는데 현 정부의 정책생산구조는 아예 이 경계선을 없앤 채 민간기업 실무자와 연구진에 이를 맡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저자는 "민간에게 직접 정책 생산을 맡길 바에야 공무원들이 왜 필요한가"라면서 "민간기업의 지나친 이해를 제어하고 공익적 목적에 부합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공공정책'인데, 이같은 정책은 '사설정책'에 다름 아니다"고 질타한다.

저자는 관료들이 건설업계와의 커넥션 구조를 짐작케 하는 것으로 고위관리들의 퇴직 후 행로를 지목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2004년 말까지 건교부 출신 관료들의 퇴직 후 전직 현황을 조사해본 결과 상당수가 각종 건설사업자 단체의 간부나 관련 공기업의 임원 등으로 이동했다.

저자는 "쉽게 말해서 현직 관료들은 '미래의 건설업자 단체나 산하 공기업 고위인사'인 것"이라고 꼬집는다.

관료들은 민간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연봉을 '부동산 재테크'를 통해 보충하려는 경제적 유인에 노출돼 있기도 하다.

건교부와 함께 건설 및 부동산 관련 정책의 핵심 부처인 경제부처 1급 이상 고위 관료들의 88% 가량이 서울 강남과 분당 신도시 등 '부동산 부촌'에 살고 있다는 것을 보면 이들이 집값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집행하기 어려울 것임을 의심하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부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교수나 연구소의 연구원들도 '커넥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토목.건축.조경.도시계획.조경학과 등을 중심으로 한 이공계 교수나 학자들은 건교부 등 각 부처나 지자체에서 위촉하는 사업계획, 사업인허가,설계심사 등 건설 관련 중앙 및 각종 지방 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직간접적으로 건설 관련 용역이나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다보니 이들이 정부나 관련 업계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는 구조가 형성된다.

정부관료들은 또 이같은 학자들을 '민간 전문가'라는 명목으로 참여시켜 정책실패를 이들에게 미루는 경우가 허다하다. '위원회를 열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 분야의 권위자인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 이런 정책을 실시했다'는 식이다. 반면 민간위원들은 공무원에게 자문료를 받고 자문만 해줬을 뿐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고 비켜나간다.

물론 정치권과 언론도 건설업계의 로비와 뇌물, 광고 제공 등으로 건설업체들과의 커넥션 구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제대로 된 부동산 대책은 이미 나와 있는데…"**

저자는 올바른 주택.토지정책은 이미 나와 있다고 말한다. 관료들도 알면서도 하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다. 주택공영개발과 후분양제로 값싸고 질좋은 주택 공급과 함께 보유세 강화 등 투기적 수요 억제 정책, 그리고 개발부담금제 등 강력한 개발이익 환수장치 등을 하루 빨리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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