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11개인 서울시 고교 입시 학군수를 줄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큰 파장이 예상된다.
***김진표 "부동산 문제 해결 위해 광역 학군제 실시" vs 시교육청 "현재 검토 안 해"**
서울시교육청은 24일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23일 국회 예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서울의 학군 조정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현재까지 학군의 광역화에 대해 검토한 바 없지만 학생ㆍ학부모의 관심이 지대한 중요한 정책이므로 전문연구기관의 정책 연구 및 광범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23일 기자들과 만나 "현재 서울시 11개 학군은 1998년 정해진 이후 한번도 변경이 없어 시대 상황에 맞게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외부 연구기관에 연구 용역을 의뢰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서 2006학년도부터 '선 복수 지원, 후 추첨 배정' 방식인 서울 도심의 공동 학군제를 2006학년도부터 시청 반경 4㎞에서 5㎞로 넓히기로 했다. 이 경우 현재 29개 고교에 적용되고 있는 공동 학군제가 37개 고교로 확대된다.
***"강남-강북 학군 섞으면 강남 집값 잡을 수 있을 것"**
이번에 논란이 된 광역 학군제는 현재 11개 지역으로 이뤄진 학군을 4~7개 지역으로 줄여 학군의 지역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만약 광역 학군제가 되면 현재 비강남권에 살고 있는 학생도 강남권 고교에 입학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안은 서울 강남의 집값 폭등을 잡는 방법의 하나로 검토됐다. 명문대학 진학률이 높은 '강남 8학군' 고교에 들어가기 위한 전입이 이어져 집값이 오르기 때문에 학군을 바꾸면 이 같은 현상이 해소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굳이 자녀를 강남 우수고교에 보내기 위해 강남에 거주하거나 이사할 필요가 없게 만든다는 것.
실제로 정치권과 정부 일각에서는 △강남ㆍ서초구와 관악ㆍ동작구를 합치는 것처럼 인근 학군을 묶는 안 △강북과 강남을 크게 반으로 나눠 학군을 4개로 대폭 줄이는 안, △강남ㆍ서초구와 성동ㆍ광진구를 합치는 것처럼 한강을 사이로 가까이 있는 강북과 강남의 지역을 합치는 안 △강남권을 서울 도심처럼 공동 학군제로 지정하는 안 등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 무시한 비교육적 발상"…"'강남 프리미엄'만 높여줄 것"**
하지만 이런 광역 학군제는 '근거리 배정' 원칙을 정면으로 흔드는 것이어서 '비교육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광역 학군제가 실시되면 상당수의 학생들이 집에서 거리가 먼 고교로 갈 수도 있는 강남 주민의 경우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우선 광역 학군제는 그동안 고교 평준화 지역의 학군 편성의 원칙이었던 '학생은 거주지에서 가까운 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근거리 배정 원칙을 흔드는 것이다. 일부 학부모 단체가 김진표 교육부총리의 발언이 나온 직후 당장 "교육이라는 큰 가치를 실현하는 문제를 부동산 대책과 연계하는 것은 교육부총리로서 부적절한 언사"라고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광역 학군제가 자칫 고교 평준화를 흔드는 시발점이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대학 입시 중심의 중등 교육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ㆍ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대폭 보장하는 광역 학군제나 강남권 공동 학군제가 실시되면 강남 지역 고교로 학생들의 지원이 쇄도할 게 뻔하다. 이 경우 비강남 지역 거주자의 상대적 박탈감과 불만이 더욱 고조돼 자립형 사립고나 특목고에 대한 수요만 더욱더 늘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것은 결국 고교 평준화에 대한 회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강남 주민들의 집단 반발도 광역 학군제 도입을 위해 넘어야 할 벽이다. 광역 학군제가 되면 강남 거주 학생이 추천에 밀려 집에서 가까운 학교를 놔두고 다른 구에 있는 먼 학교로 배정받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김진표 교육부총리 발언 후 서울시교육청이 공식적으로 "광역 학군제를 현재 검토한 바 없다"고 해명한 것도 이런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진표 교육부총리나 정치권이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강남 교육은 학교가 아니라 학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게 현실이고 강남에 거주하려는 것도 고교가 우수해서라기보다는 좋은 학원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
결국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광역 학군제를 거론하는 것은 오히려 '강남 프리미엄'만 높여주는 부정적 효과만 낳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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