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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쇼크' 현실로? IEA "세계경제 '휘청'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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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쇼크' 현실로? IEA "세계경제 '휘청' 가능성"

정부 '환율 착시'에 빠져…중장기 대책도 사실상 '부재'

작년부터 지속된 고유가 상황이 심상치 않다. 수년 전부터 경고돼 온 '고유가 쇼크'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소극적인 대응에만 머물러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가파른 유가 상승에 세계 경제 '휘청' 가능성**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7일 "올해 유가가 배럴당 평균 50달러 선을 넘어서면 세계 경제 성장은 0.8% 포인트 감소할 것"이라며 고유가로 인한 세계 경제의 위축 가능성을 경고했다. 유가 급등→물가 상승→소비 감소→생산 감소→성장률 둔화의 악순환 조짐이 보인다는 것.

극제 유가(WTI 기준)는 8월 들어서만 10% 가량 상승하며 배럴 당 66달러 선을 뛰어넘어 70달러 선에 육박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도 연초 37달러 선보다 50% 포인트 가까이 오른 57달러 선에서 출렁이고 있다. 최근 며칠 조정 국면에 들어갔으나 상승세가 꺾일 분위기는 아니다.

이런 가파른 유가 상승으로 이미 선진국은 고유가 영향권에 들어갔다. 지난 16일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 물가는 3.2%(전년 동기 대비)로 6월에 비해 0.5% 포인트나 올라 당초 전문가들의 전망인 0.4% 포인트를 웃돌았다. 7월 영국의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로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미국 물가까지 들썩이기 시작한 것.

실질임금 상승률이 물가를 따라잡지 못하면 자연스레 소비는 위축되기 마련이다. 이런 미국의 소비 감소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의 대미 수출 감소로 이어진다. 특히 한국은 대미 직접수출 또는 중국을 통한 간접수출 등으로 미국 의존도가 특히 높아 미국발 '고유가 쇼크'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고유가 경제에 직격탄, 내수 회복에 '찬물'**

고유가는 또 그 자체로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는 2004년 기준 원유 수입량이 세계 4위로 유가 상승으로 인해 물가 상승, 생산 위축 등의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물가 상승은 소비를 위축시켜 내수 회복을 더욱 어렵게 한다. 더구나 유가 상승이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경우 수출 둔화 역시 피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7월 하반기 경제 전망치를 발표하면서 유가 급등으로 연간 경제 성장률이 0.8% 포인트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지금과 같은 고유가 추이가 지속되면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한번 조정해야 할 처지다. 이미 유가는 한국은행이 가정한 평균 51달러(중동산 두바이유 기준)를 훌쩍 넘어섰다.

***정부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 원화 강세에 '착시 현상'?**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여전히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17일 고유가 대책을 내놓았으나 정부와 공기업에 한해 '승용차 요일제'를 도입하는 방안 외에 구체적인 대응은 찾아보기 어렵다. 자칫 완만하게 살아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민간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중동산 두바이유가 연초 대비 50% 가까이 올랐는데도 '석유조기경보지수'가 8개월째 '주의 단계'에 고정돼 있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원화 강세 덕분에 국제 유가 급등만큼 국내 유가가 오르지 않아 정책 입안자들이 일종의 '환율 착시 현상'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석유조기경보지수'는 정상,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5단계로 구성된다. '경계 단계' 이후엔 조명시간 단축, 냉난방 온도 조정, 승용차 부제 의무 실시 등 강제 조치가 실시된다.

***중장기 대책 마련도 뒷전, '석유 시대 이후' 손놓고 기다리나**

그렇다고 정부가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일찌감치 산업구조를 에너지 절약형으로 바꿔 고유가 압력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여유가 있는 유럽, 일본과 대조적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태양광, 풍력 등 재생 가능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에너지 수요 관리 정책에 적극 나서는 등 고유가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이웃 일본 역시 태양광 등 재생 가능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유가 급등의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운수업계 등을 중심으로 휘발유ㆍ경유 차량을 하이브리드(휘발유-전기) 차량,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으로 바꾸는 등 장기적인 고유가 시대에 대비하는 기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의 유가 급등을 '오일 쇼크'로 과장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1980년 '오일 쇼크' 당시의 유가를 현재 물가 수준으로 환산하면 평균 배럴 당 82달러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당시와 비교했을 때 석유에 직접 의존하는 산업 구조가 바뀐 것도 '오일 쇼크' 때와 같은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문제는 최근의 유가 급등이 '석유 시대'의 종말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데 다수의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는 점이다. 석유 메이저를 포함한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번 유가 급등이 일시적이라기보다는 수요 증가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앞으로 도래할 '석유 시대 이후'에 더 늦기 전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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