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8월 위기설이 날로 현실화되고 있다. (7월 18일자 '막을 길 없이 확산되는 룰라의 8월 위기설'과 8월 10일자 룰라 대통령의 외줄타기 참조)
***위기 직면한 룰라**
지난 주말 남미 언론계는 룰라 대통령이 중대 발표를 할 거라는 소식에 잔뜩 긴장을 하고 브라질리아발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린 룰라의 대국민 사과 성명은 현지 언론들은 물론 브라질 국민들의 기대에는 절반도 미치지 못한 수준 이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12일(현지시간) TV를 통해 브라질 전역에 방송된 룰라 대통령의 공식 사과 성명을 접한 현지 언론계는 룰라 대통령이 상 파울로 <폴랴>나 <에스타도>, 정론 시사주간지인 <베하>를 읽고 있는지조차도 의심스럽다고 혹평했다. 대다수의 브라질 언론들은 룰라 대통령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브라질의 각종 뇌물 수수 의혹에 직·간접으로 연관이 있다는 논조를 유지하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12일의 공개 사과 성명에서 노동당과 행정부의 배신을 운운하며 브라질 사상 최대의 뇌물 파동이 자신과는 전혀 상관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이를 두고 현지 언론들은 룰라 대통령이 권투 시합에서 두들겨 패야 할 상대(부패한 자신의 측근들)는 놔두고 심판(노동당과 언론들)만 공격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촌평을 하기도 했다.
결국 룰라 대통령은 이번 사과 성명을 통해 국민들에게 정치와 사회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뇌물 파동의 심각성을 자신은 아직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집권 여당인 노동당과 언론, 국민들의 반발만 유발했다는 게 중론이다.
브라질 현지의 일부 언론들은 룰라 대통령이 아직까지 자신에게 열광하는 일부 극빈 서민층만 의식하고 브라질 전체 국민들의 여론을 무시하고 있는 감이 없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브라질의 한 유력 언론사의 부에노스아이레스 특파원은 "지금의 브라질 상황은 지난 1992년 브라질 정치사에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을 받았던 카를루소 콜리요르 때 상황보다 더욱 정치가 혼란스러우며 브라질에서 월드컵 축구경기가 아닌 정치문제가 국민들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이변이 연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운동권출신 대통령 나올까'**
따라서 브라질 정치사상 최대의 뇌물 사태가 집권 여당과 행정부, 룰라 대통령의 책임론으로 이어지면서 의회의 탄핵 움직임과 함께 갖가지 소문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룰라의 인기가 추락하면서 여소야대 상황에서 지금까지 여당에 협조적이던 야당 세력들이 다시금 반룰라 기치를 들고 있는 것도 향후 브라질 정국의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룰라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정직성과 청렴성이 의심 받고 탄핵 문제가 정가의 이슈로 등장하자 조제 세하 현 상 파울로 시장이 차기 대권의 유망주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하 시장은 1942년생으로 브라질 정치계에서는 드물게 학생운동권 출신이다. 그는 군정 당시 브라질 대학생들을 이끌고 반정부 운동에 앞장서다 군 수사기관의 수배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전력을 가진 정치가다. 그 후 칠레로 망명지를 옮긴 세하는 칠레에 정착해 브라질 학생운동을 지원하다 민주화 후 브라질로 돌아와 사회민주당을 창당했다. 그는 연방 상원의원과 보사부장관을 거쳐 지난 2002년 룰라와 대권 다툼에서 패한 후 2005년 1월 브라질 최대의 도시인 상 파울로 시장에 당선됐다.
그의 시장 임기는 오는 2008년까지이지만 "상 파울로 시민들이 나에 대해 시장보다는 대통령으로서의 역량을 더 기대할 것"이라고 말해 시장 임기와는 별도로 차기 대권을 준비하고 있음을 재차 확인했다.
더욱이 최근 사회민주당은 자체적으로 전국 2000여 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차기 대권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세하 시장의 인기가 룰라 현 대통령을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분위기를 몰아가기도 했다.
세하 상 파울로 시장은 브라질의 엘리트 그룹과 중산층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그 역시 출생은 과일도매상을 하는 이탈리아계 이민자 후손의 서민이다. 그런 점에서 남미 최대국가인 브라질에서는 노동자 출신 대통령에 이어 학생운동권 출신 대통령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켜볼 일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