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당국은 15일 광복 60년 만에 처음으로 광복절 기념식을 공동으로 진행했다.
***남북 백범기념관서 공동 광복절 기념행사…"항구적인 평화 체제 구축하자"**
8.15 민족 대축전에 참가하고 있는 남북 당국 대표단은 이날 오후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광복 60주년 남북 당국 대표단 공동행사'를 갖고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겼다. 남북이 공동으로 광복절을 기념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남측 대표단 단장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기념사에서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한 단계 높은 남북 관계로 올라서야 한다"면서 "한반도의 대결과 정전 상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하자"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어 "한 가지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면서 "지난 5년의 화해 협력의 역사 속에서 우리는 북이 남을 무력으로 공격하거나 괴롭힐 의사가 없으며 남 또한 북을 적대하거나 공격할 의사가 없음을 공동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금강산과 개성공단, 도로와 철길을 이은 것은 북의 공격 의사가 없다는 것을, 전면적인 대북협력 의지를 갖고 실천한 것은 남의 대북 평화공존 의사를 각각 웅변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남측 자문위원으로 축사에 나선 임동원 세종재단 이사장도 "6.15 선언은 남북관계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진군나팔이었다"며 앞으로 해야 할 일로 군사적 대결상태를 해소하고 핵문제를 포함한 군비통제의 실현, 교류협력 활성화와 민족공동 이익 번영 도모 등을 꼽았다.
임 이사장은 이어 "남과 북이 자유롭게 오가면서 서로 돕고 사는 '사실상의 통일 상황'을 실현해야 한다"면서 "통일을 미래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청춘도 생명도 바친 선열들께 경의, 북남 장벽 눈 녹듯 허물어지고 얼음장 깨져"**
북측 당국 대표단 단장으로 기념사에 나선 김기남 조평통 부위원장은 우선 "나라의 광복과 민족의 재생을 위해 청춘도 생명도 아낌없이 바쳐 싸운 항일 애국선열들에게 삼가 숭고한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 장관 면담과 현대아산 관계자 접견 등을 거론하며 "(이는) 통일과 번영을 위해 함께 나가려는 의지와 신뢰의 표시"라며 "이런 의지와 신뢰에 기초해 잃어버린 지난 1년간의 시간을 되찾고 북남 관계를 협력과 단합의 관계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기념사 전에 즉석 발언을 통해 "여러분과 함께 북남간 장벽이 눈 녹듯 허물어지고 얼음장이 깨지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면서 "북남관계 개선과 통일을 위한 날을 앞당겨 나가자"고 강조했다.
축사에 나선 북측 대표단 자문위원인 최성익 북측 적십자회 중앙위 부위원장은 "상호간 실질적인 화해와 신뢰의 확고한 토대를 구축해 나가기 위해 귀측의 국립 현충원에 대한 참관도 진행했다"면서 "이는 북남관계발전을 제동해 온 체제대결, 이념대결의 구태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우리 민족끼리' 이념에 토대해 풀어나가려는 확고한 입장 표시"라고 강조했다.
최 부위원장은 이어 "북과 남은 6.15 5돌을 계기로 모처럼 마련된 좋은 분위기를 다시는 흐리지 말아야 하며 '우리 민족끼리' 이념의 궤도에서 탈선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면서 "과거 쌍방 당국이 걸어 온 길은 서로 달랐지만 6.15 시대와 더불어 시작된 민족 공조의 한 길로 변함없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북측 대표단 온 걸 아시면 선친 매우 기뻐하실 것"**
한편 이날 공동행사가 열린 백범 기념관에서는 김구 선생의 아들인 김신 백범기념사업회장과 김구 선생의 손자인 김양, 김휘 씨가 남북의 대표단을 영접했으며 축사가 끝난 뒤에는 신용하 백범학술원장이 남북 대표단의 전시관 안내를 맡았다.
아울러 남북 대표단은 이날이 김구 선생의 음력 생일인 점을 들어 더욱 크게 의미를 되새겼다. 우선 정 장관은 방명록에 "마음의 분단이 허물어져야 영토의 분단이 끝난다는 백범 선생님의 말씀을 다시 새긴다"고 썼고, 김 부위원장은 "백범 김구 선생의 애국업적은 민족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적었다.
김신 회장은 이에 "오늘이 광복 60주년 되는 역사적인 날이고 선친의 129주년 생신"이라며 "북측에서 대표단이 온 걸 아시면 선친이 매우 기뻐하실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는 또 "막혔던 물꼬가 뚫리고 민족의 앞날에 새로운 역사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김 부위원장에 <백범 일지> 한 권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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