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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대표단 현충원 참배...'짧은 묵념, 큰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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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北대표단 현충원 참배...'짧은 묵념, 큰 의미'

"결정하기 쉽지 않았다"..."광복 위해 투쟁한 분들께..."

8.15 남북 공동행사를 위해 14일 입국한 북측 대표단이 이날 오후 3시경 남북 분단 사상 처음으로 서울 동작동 국립 현충원을 참배했다. '3초간의 묵념을 포함한 5분 간의 짧은 방문'이었지만 민족 분단사에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8.15 북측 대표단 국립 현충원 5분여 참배 **

14일부터 17일까지 서울 등지에서 열리는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8.15 민족대축전'에 참석키 위해 이날 입국한 북측 대표단 32명이 국립 현충원을 참배했다. 북측 대표단이 남측 현충원을 참배하기는 한국전쟁으로 남북이 분단된 이후 처음이다.

숙소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오후 2시 40분 출발한 북측 대표단은 3시경 현충원에 도착해 현충탑 앞에 5열 종대로 도열해 '순국선열과 호국 영령께 묵념'이라는 구호에 따라 3초간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묵념했다. 국립현충원의 총 참배 시간은 5분 정도였다.

참배는 비교적 간단하게 진행됐다. 남측 의전 절차에서는 묵념 이외에 분향과 헌화 절차도 마련돼 있지만 북한에서는 이같은 절차가 보편적이지 않아 묵념만 하는 것으로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참배에 나선 북측 대표는 당국 14명, 민간 13명, 기자 5명. 당국에서는 단장인 김기남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위원장과 림동옥 조평통 부위원장, 최성익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민간에서는 북측준비위 위원장과 부위원장인 안경호 조평통 서기국장과 김정호 조선문학예술총동맹 중앙위원장, 성자립 김일성종합대학 총장 등이 함께 했다.

김기남 단장은 참배를 마치고 나오면서는 고경석 현충원장의 안내를 받아 시설과 규모에 대해 설명을 들은 뒤 밝은 표정으로 "이렇게 현충원을 방문하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민족의 화합을 위해 앞으로 많은 일들을 하자"는 인사말을 남겼다.

남측에서는 이봉조 통일부 차관 등이 동행해 안내를 맡았으며, 현충원에 도착한 뒤에는 고 현충원장 등 현충원 관계자들이 이들을 영접하고 의전을 진행했다.

국립 현충원은 1955년 7월 15일 국군묘지로 창설돼 전사자 또는 순직 군인 등의 영현을 안장했으나 65년도에 국립묘지로 승격돼 국가원수, 애국지사, 순국선열 등이 추가 안장됐다. 특히 현충탑은 한국전쟁 전사자의 위패와 무명용사의 유골이 봉안돼 있는 탑이다.

***김기남 "조국 광복 위해 투쟁하시고 생을 바친 분들께..."**

이에 앞서 김기남 북측 단장은 정오 12시쯤 숙소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남측 정부 대표단장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10여분간 환담 하는 자리에서 국립 현충원 참배 배경 등을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은 '새로운 미래로 가자는 충정과 결단으로 받아들이고 환영한다'는 정 장관 발언을 받아 "대표단이 광복절에 즈음해 방문하니 조국 광복을 위해 생을 바친 분이 있어 방문하겠다는 의견을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국 광복을 위해 투쟁하시고 돌아가신 분이 많다"며 "갑작스럽기는 하지만 그래서 제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측 대표단 내 자문위원으로 입국한 림동옥 조평통 부위원장도 남측 자문위원인 임동원 세종재단 이사장과의 환담에서 "현충원 결정은 어려운 것이었다"며 "정부 고위 당국자에게 자세한 배경 설명을 했다"고 말해 북측 내부에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을 강조했다.

림 부위원장은 "하지만 기본은 (이념을) 초월해야 한다"면서 "언젠가는 넘어야 할 관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낡은 대결 시대로는 더 이상 안되며 6.15 정신으로 잘 극복하자'는 임 이사장의 말에 "5년 전 우리가 이 문제로 얼마나 싸웠냐"면서 "6.15 시대에는 모든 것을 초월해야 하며 6.15가 없었으면 이것(현충원 참배)도 없다"고 덧붙였다.

최성익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부위원장도 환담 취재에 나선 기자들에게 "(현충원 참배는) 6.15 시대에 맞게 구태에서 벗어나 시대정신에 맞춰 화해 협력으로 나가겠다는 의지"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남북 분단사상 커다란 상징적인 사건...불행한 과거사 정리의 단초**

북측의 이같은 설명이 없더라도 이번 현충원 참배는 남북 분단 역사상 커다란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북측에서 볼 때 한국전쟁과 그 이후 50여년의 적대적 대치 상황에서 적군으로 마주했던 남측 순국선열들이 잠들고 있는, 따라서 민족분단의 비극이 농축돼 있는 현충원을 참배함으로써 불행한 과거사를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극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통상적으로 불행했던 과거의 정리는 과거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와 애도로부터 시작한다는 점에서 북한의 이번 결정은 '자기들에게 총부리를 겨눴던 괴뢰 남조선'과의 공존 의지는 물론 서로간의 상처를 치유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북측의 의사결정 과정을 아직은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는 없으나 북한 내부적으로도 조율하기가 쉽지 않았을 이번 조치를 통해 북측은 강력한 대남-대외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다시는 전쟁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신호를 통해 대남 유화 반응을 이끌어 내고 미국에게도 '대북 전쟁 위협을 중단하라'는 묵시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게다가 북한이 주장하는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시도 역시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남측에게도 이번 참배가 냉전의 잔재를 털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 그동안 미흡했던 군사 분야의 대화 진전에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보수단체 참배 반대 집회 **

하지만 북측 대표단이 현충원을 참배하기에 앞서 일부 보수단체들은 현충원 주변에서 반북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무한전진', '자유개척청년단' 등의 단체에 소속된 시위 참가자들은 오전부터 8.15 민족 대축전에 참가한 북측 대표단의 참배를 반대하며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이미 전날인 13일 '북한 대표단의 현충원 방문을 결사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해 이날 집회를 예고했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성스러워야 할 호국의 성지를 더럽히고 영면을 취하고 계신 호국 영령을 능욕하는 천인공로할 만행을 벌이려 하고 있다"면서 "저들은 향후 참배 형식으로 김일성의 주검이나 민족반역자들의 무덤 앞에 우리 당국자들의 머리를 조아리게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경찰은 현충원을 방문할 북측 대표단과의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이들 회원 20여명을 연행하고 기자회견용 도구 등을 압수했으나 특별한 조사는 하지 않고 현충원에서 떨어진 곳에 내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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