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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의 남미 맹주 '자리 굳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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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의 남미 맹주 '자리 굳히기'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 <77>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 브라질을 방문하여 다시금 반미의 목청을 한껏 높이며 남미 좌파정권의 맹주임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지난 10일~12일 사흘 일정으로 남미 3개국을 방문한 차베스 대통령은 아르헨티나에서만 14개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협정서에 서명하고 '남미의 CNN'을 지향하는 텔레수르에 이어 라디오수르를 세울 계획도 내비쳤다.

이번 차베스의 남미 3개국 방문은 미국에만 의존하고 있는 자국의 석유판매망을 확대하려는 계산도 깔고 있다. 현재 하루 150만 배럴 정도의 원유를 미국에 팔고 있는 베네수엘라로서는 미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고려해 차제에 원유시장을 다변화 해보자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차베스는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양국에 판매하는 석유가의 75% 이상을 현지에 재투자할 것이며 이 또한 현금 결제 방식이 아닌 물물교환 형식의 거래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차베스는 이어 중남미 20여 개국에 비슷한 방식의 석유판매망을 확보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11일 차베스를 맞는 카사 로사다(아르헨티나 대통령궁)에는 양국의 국무위원들과 유조선 건설 현장의 기술자들까지 모여 차베스의 대 아르헨티나 경제협력 협정에 환호했다.

키르츠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거액(5억 달러 상당)의 아르헨티나 국채를 구입해준 것과 국제 무대에서 영국과의 포클랜드섬 영유권 문제에 관해 아르헨티나 정부 입장을 지지해 준 것 등에 대해서도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어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마이크를 차베스에게 넘기면서 "1분 동안만 연설하라"고 농담해 좌중을 폭소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마이크를 받아 든 차베스는 미국을 향해 특유의 독설을 퍼부으며 40분 동안이나 부시 행정부를 공격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거액을 들여 아르헨티나 국채를 매입한 것에 대해 "아르헨티나 국채가 미국 재무성 발행국채보다 몇천 배 더 안전하다고 믿기 때문"이라며 "향후 더 많은 액수의 아르헨티나 국채를 구입할 생각"이라고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날 차베스는 아르헨티나 정부와 석유판매 협정 외에도 대형 유조선 2척을 아르헨티나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합의서에 서명했으며 추가구매 의향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 간의 경제협정 중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발전소 건설과 에너지 관련 실험실 건설계획이다. 이를 위해 아르헨티나 국영에너지위원회가 참여하거나 아르헨티나가 가지고 있는 각종 에너지관련 기술을 베네수엘라에 이전한다는 것이다.

차베스는 연설 말미에 최근 개국한 텔레수르에 대해 언급하며 아르헨티나의 국영TV 채널7이 텔레수르의 자문기구가 된 것에 대해 사의를 표하면서 "텔레수르의 수신지역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혀 텔레수르가 당초 계획처럼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지 않음을 내비쳤다.

또한 "많은 남미 대중들이 참여하고 남미 통합도 앞당기기 위해서는 라디오 방송이 이상적이라는 지적이 있다"며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볼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에 이어 브라질에 도착한 차베스는 사면초가에 빠진 룰라 대통령을 위해 미국이 아닌 브라질 내 우파들을 맹비난했다.

중남미 좌파정권의 맹주 역할을 했던 피델 카스트로와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건강 문제와 자국 내 부정부패 문제로 곤경에 처해 있는 사이에 풍부한 오일 달러를 앞세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원유 공급과 경제 협력이라는 보따리를 펴 보이며 남미 맹주를 자처하고 있는 형국이다. 남미 통합을 위한 최근의 그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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