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입장에서는 평화적 목적의 핵 이용 권리는 북이 마땅히 가져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미국과 생각이 다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제4차 6자회담이 휴회로 들어가게 된 핵심 쟁점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두고서 한미 간에 입장 차이가 있음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파장이 예상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부는 그동안 일관되게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거부해 왔다.
***정동영 통일 "북 평화적 핵 권리 가져야"**
정동영 장관은 11일 보도된 <미디어다음>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입장에서는 일반적 권리로서의 핵 이용, 즉 농업용, 의료용, 발전 등 평화적 목적의 핵 이용 권리는 북이 마땅히 가져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북의 평화적 이용 권리 주장에 대한 우리 측의 입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두 가지 경수로가 있다. 평화적 이용 목적의 경수로가 있고 신포 경수로가 있다"면서 "신포 경수로 대신 전기를 주겠다는 것이 우리 측의 중대 제안이며 신포 경수로는 미국이 기술을 주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경수로를 짓는 것은 일반적 권리로서의 북한의 권리"라며 "이것은 미국의 입장과 다른 것"이라고 말해 한미의 입장 간에 차이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미국은 북이 제네바 합의를 깨뜨렸고 핵무기도 만들었다고 하니 평화적 이용 권리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미국과 생각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밖에 "우리는 6자회담에 임하기 전에도 북이 NPT에 복귀하고 IAEA에 서명하고 사찰을 받으면 당연한 NPT 회원국으로서의 권리를 향유할 수 있다고 말해 왔다"고 덧붙였다.
***힐 차관보 "평화적 핵 이용 권리 주장은 잘못된 주제" **
정 장관의 이같은 입장은 미국과는 완전히 상반된 것이어서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최근에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은 (이란과) 다른 상황"이라며 "북한은 농축 프로그램에 대해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면서 북한의 민수용 핵 프로그램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미국측 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도 10일(현지시간) 본국에 돌아온 뒤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 주장은 "잘못된 주제"라면서 경수로 문제도 "테이블에 올라와 있지 않다"고 말해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평화적 원자로를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하기 위해 사용했다는 것이다.
***정부, 북-미 사이서 조율 난항**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권한 문제는 지난달 26일부터 열렸던 6자회담이 타결을 보지 못하고 휴회에 들어가도록 만든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였다.
중국이 제시한 4차 초안은 북한의 이같은 권리에 대해 '북한이 NPT(핵확산금지조약)에 복귀하면 가입국으로서의 의무와 권한을 함께 갖는다'는 문항으로 표현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북한은 이에 반발해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미국은 '다른 5개국은 다 받아들였다'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북미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우리는 막판 남-북-미 3자 회동을 성사시켜 '북한은 NPT 아래서 핵의 평화적 이용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는 중재안을 냈으나 이 경우에는 미국이 거부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핵의 평화적 이용 문구가 명시돼 어떤 권리가 허용되는지 분명해지는 데 대해 미국으로서는 강한 거부감을 보인 셈이다.
이와 관련 김홍재 통일부 공보관은 "정 장관은 핵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일반적 권리를 말한 것"이라며 "한미간 충돌이 있거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그는 "한미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고, 핵문제 해결이라는 목표를 향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평화적 핵 이용 권리에 대한 정부 입장은 북이 NPT에 복귀하고 IAEA 사찰을 받으면 NPT 회원국으로서의 권리를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협상이 진행중인 사항이라 관련국간 입장을 말하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입장이 미국 입장과 다르다'는 정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는 "미국과 입장이 다르다거나 같다고 딱 부러지게 말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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