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프리랜서 제도 등 정부가 의료 서비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내놓은 방안이 병원을 더욱 돈벌이로 몰고 갈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의사 프리랜서 제도', 대학병원 의사들 돈벌이로 내몰 것**
16개 시민ㆍ사회단체로 구성된 의료연대회의는 4일 "정부가 의료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내놓은 의사 프리랜서 제도, 병원의 종별 구분 축소 방안 등은 병원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나아가 영리 병원 허용을 위한 사전 조치의 혐의가 짙다"고 비판했다.
특히 의사들이 소속 병원은 물론 다른 병원에서도 비전속으로 진료가 가능하도록 한 의사 프리랜서 제도는 이득보다 폐해가 큰 제도라고 지적됐다. 의료연대회의는 "이 제도는 대학병원의 의료진이 외부 병원에서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며 "이렇게 되면 의료진의 소속이 불분명하게 돼 책임 있는 진료가 이뤄지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영리 병원이 허용될 경우에는 너도나도 돈벌이를 위해 외부 영리 병원에서 진료를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3일 건강세상네트워크의 김창보 사무국장도 CBS 라디어 '뉴스매거진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의사 프리랜서 제도는 결국 대학병원 의사들의 수입 확대로만 이어질 것"이라며 "이 제도가 도입되면 진료뿐만 아니라 연구ㆍ교육의 책임이 있는 유명 의사들이 돈벌이를 위해 외부 병원 진료에만 치중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것은 보건복지부의 인식과 크게 달라 갈등이 예상된다. 복지부는 지난 2일 "이 제도를 통해 중소병원의 의사 구인난을 해소할 수 있고, 서울의 유명 의사가 지방 의료기관에서 진료할 수 있어 지방 환자의 의료 서비스 접근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종합병원 필수과목 설치 의무 폐지…돈벌이 되는 과목만 설치될 것"**
의료기관의 종별 구분을 축소하는 방안도 도마에 올랐다. 복지부가 병상 수를 기준으로 의원, 병원, 종합병원, 대학병원 등 4단계로 나뉜 종별 구분을 3단계(의원, 병원, 종합 전문병원)로 조정하면서 종합병원의 필수과목 설치 의무를 폐지할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의료연대회의는 "종합병원의 필수과목 설치 의무를 폐지하는 것은 의료기관이 기본적으로 수행해야 할 공공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100병상 이상의 의료기관이 기본적인 필수과목을 설치하지 않고도 병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면 병원들은 돈벌이가 되는 과목만 설치하려 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료연대회의는 "이 제도가 병원협회의 주요 민원 사항이었다는 데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병원 간 의료정보 공유…정보인권 침해 우려"**
한편 병원 간 의료 정보를 공유하는 사업(e-Health) 역시 큰 우려를 낳았다. 이 사업은 병원에서 각종 의무 기록을 전자 무선 형식으로 생산․보관해 병원 사이에 환자 진료 정보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
의료연대회의는 "의료정보는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병원 내에서조차 정보화는 제한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그 접근은 의료진조차 철저히 제한돼야 하고 그 활용 역시 매번 환자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개인 질병 정보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의료 정보화가 과도하게 진행된 게 현실"이라며 "여기에 더해 아무런 법적 보호장치도 없이 병원 간 의료 정보를 공유하겠다는 것은 심각한 인권 침해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마지막으로 의료연대회의는 "의료기관에 대한 자본 참여 활성화를 하반기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는 정부의 접근 방식은 필연적으로 보건의료가 돈벌이의 장이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이것은 의료비 폭등과 의료 불평등 심화로 이어져 현재 심각한 사회 양극화 현상을 더욱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정부의 의료 서비스 개선 방안 기조를 다시 한번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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