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의 '규제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있는 데도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문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
***복지부, 법적 구속력도 없는 생명윤리 자문위원회 자체 구성**
1일 보건복지부와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소장 박세필 박사)는 "연구소가 복지부에 신청한 '바이오 장기기술 개발사업'에 대해 생명윤리법 상 자문위원회의 최종 연구승인 결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이 올해부터 발효된 이래 복지부가 개별적인 배아 연구 과제에 대해 연구 승인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는 냉동 배아를 이용해 '인간 배아 줄기세포주'를 만들고 특정 세포로 분화시켜 파킨슨씨병, 척수 질환, 치매 동물 모델 등을 대상으로 치료 가능성을 실험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생명윤리법에는 이번 연구를 승인했다는 자문위원회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7월 4일 구성된 자문위원회는 과학계 4인, 윤리계 4인, 정부 관계자 2인으로 구성된 법적 구속력이 없는 복지부 자체기구"라며 "복지부 장관이 생명윤리 논란이 있는 연구를 승인하면서 전문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만든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생명윤리계 "대통령 직속 생명윤리심의위 무력화 시도냐"**
생명윤리계는 이번 복지부의 행태에 대해서 "사실상 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무력화하려는 시도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생명윤리법은 대통령 직속 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두도록 규정하고 여기서 연구의 종류ㆍ대상ㆍ범위를 규정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3월 뒤늦게 구성된 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지난 7월15일에야 첫 회의를 열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로 5개월 가까이 방치돼 있다.
김병수 시민과학센터 운영위원은 "복지부가 연구 승인에 자문이 필요하다면 법적 기구인 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전문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해 자문을 요청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생명윤리를 심의하는 기구가 버젓이 있는 데도 5개월간 방치해 놓고 별도의 법적 구속력 없는 자체 기구를 만든 것은 사실상 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생명윤리심의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명진숙 여성민우회 사무처장도 복지부의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생명윤리심의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나도 뉴스를 보고서야 복지부에 자문위원회라는 게 있고 거기서 배아 연구를 승인한 사실을 알았다"며 "복지부가 자체적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결국 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려는 의도"라고 복지부의 처신을 비판했다.
한편 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3월에 구성된 후 종교계 등의 생명윤리법 위헌 소송, 황우석 교수의 인간 배아 복제 줄기세포 연구 <사이언스> 발표 등 굵직한 생명윤리 관련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도 입장은커녕 제대로 된 내부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생명윤리계 관계자는 "정부 측 7명, 과학계 7명, 윤리계 7명 등으로 구성돼 있어서 애초 제대로 된 생명윤리 심의가 어려운 구조였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윤리계 인사들 중 일부가 과학계의 들러리를 서는 일까지 있다"고 생명윤리심의위원회 내부 사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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