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목표는 대어(大魚)다. 하지만 세 바퀴 돌다 떨어지면 두 바퀴 도느니만 못하다..."
제4차 6자회담의 목표와 현실적인 한계. 각국 수석대표들로서는 가시적인 성과물인 '대어'를 낚고 싶은 것이 당연하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높은 목표를 설정했다가 달성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회담 성과물 기대치를 낮춰서 이룰 수 있는 것을 달성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釣魚臺에서 가시적 성과물 大魚를 낚자" **
28일 낮 12시 주최국인 중국의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부 상무 부부장은 6자회담 참가국 수석대표들을 초청해 오찬 연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다이빙궈 부부장은 커다란 가시적인 회담 성과물을 낳자는 뜻을 은유적으로 '댜오위타이'와 '대어'에 비유해 표현했다.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낚시를 하는 장소'인 댜오위타이에 왔으니 이곳에서 큰 물고기를 잡자는 의미다. 오찬 내낸 다이 부부장의 '대어'는 화두로 대두됐다는 전언이다.
이날 오찬 내용을 설명한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에 따르면 다이 부부장은 또 "한반도 핵문제는 매우 복잡하므로 각측간 입장 차이와 이견이 있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라며 "어려운 일일수록 잘 해결하면 그 의미와 가치가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다이 부부장의 이런 발언은 물론 주최국으로서의 중국의 입장을 대변한 말이긴 하지만 회담에 참가하고 있는 남-북-미 등의 기대도 그에 못지 않을 듯하다. 그 어느 6자회담 때보다도 회담 진전에 더 큰 기대를 갖고 베이징에 왔을 송민순 한국 외교통상부 차관보,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 등에 모두 해당되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세 바퀴 돌다 떨어지면 두 바퀴 도느니만 못하다"**
하지만 현실적인 한계에서 대어를 잡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간 입장차가 큰 상황에서 대어를 낚는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이와 관련해 회담 시작 전부터 기대치를 많이 낮추는 모습을 보여 왔다. 회담 기대치를 너무 높여 달성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회담의 모멘텀 유지에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므로 현실을 생각해서 가능한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것이라도 달성하자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정부 당국자가 든 체조 선수의 비유는 '대어론'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이번 회담이 갖는 의미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 당국자는 "체조 선수들이 공중에서 두 바퀴, 세 바퀴 도는데 세 바퀴 돌다 떨어지면 두 바퀴 도는 것만 못하다"면서 합의문의 수위를 높게 상정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또 "지금은 물잔에 물을 조금씩 채우기 시작한 상황일 뿐"이라며 현단계에서는 회담의 결과를 예단하기에 앞서서 각국간의 이견을 좁혀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미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26일의 북미 접촉에서 "우라늄 농축 문제가 합의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며 "(이 문제는) 상호간에 계속 이야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번 회담의 합의문 도출에 HEU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HEU 문제와 같은 '대어'를 낚으면 물론 좋겠지만 그런 대어를 겨냥해 고난도의 기술을 구사하다가 결국 아무 것도 손에 쥐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일만은 피하자는 우리 정부의 자세가 바로 이런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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