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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전력지원, 효과 보려면 최소 3조4000억 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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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북 전력지원, 효과 보려면 최소 3조4000억 원 들어"

"배고픈 아이에게 빵 대신 레몬?"-"북한에 '에너지 안보' 고민 안겨"

정부의 대북 전력 지원 계획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초기 비용만 최소한 3조4000억 원이 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것은 정부가 밝힌 초기 비용 1조5000억 원의 두 배가 넘는 액수다.

***"정부의 대북 전력 지원 계획, 효과 보려면 지금보다 수조 원 더 들어"**

평화네트워크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강정민 박사(원자핵공학)는 녹색연합이 한국프레스센터 환경재단에서 개최한 '북한 전력 지원,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정부의 대북 전력 지원 계획은 문제투성이"라며 "성급하게 추진하기보다는 관련 전문가, NGO, 시민과 6자 회담 참가국들의 다양한 의견을 고려해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저명한 싱크탱크인 노틸러스 연구소와 수년간 북한 전력 문제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해 온 강정민 박사는 특히 "정부가 밝힌 비용은 실제로 들어가는 비용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양주~평양 간 송전망 및 관련시설 투자비로 1조5000억 원을 초기 비용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하지만 노틸러스 연구소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초기 비용만 3조4000억 원이 든다"고 지적했다.

200만㎾ 규모의 화력발전소 건설에 약 1조원, 평양까지 송전망 건설에 6000억 원, 200만㎾ 송전 전력을 수용하기 위한 북한의 송ㆍ배전망 절반을 개선하는 데 1조8000억 원이 든다는 것이다.

강정민 박사는 "이런 비용 역시 북한의 송ㆍ배전망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아주 불확실한 것"이라며 "실제는 이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 측의 추산 비용에 큰 차이가 생긴 것은 정부가 북한의 전력 현황과 여러 가지 기술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이번 대북 전력 지원 계획을 세운 탓"이라고 설명했다.

***"대북 전력지원 계획 허점투성이, 북한의 송ㆍ배전망 개선 없으면 효과 없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부의 대북 전력 지원 계획의 허점을 지적했다.

강정민 박사는 "북한은 남한과 달리 통일된 단일 전력망이 아니라 크게 단절된 지역적 전력망의 집합으로 구성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특히 송ㆍ배전망 사정은 크게 열악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남북한 전력망의 현격한 차이를 고려하면 북한에 직접 전력을 송전하는 것은 당장 기술적으로 넘어야 할 벽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남북한 전력망 연계에 따른 국내 전력망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2500억 원을 들여 변환장치를 설치해야 하고 수도권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수도권 서북 지역에 200만㎾의 화력발전소를 짓는 게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녹색연합 석광훈 정책위원도 동감을 표시했다. 석광훈 위원은 "황폐화된 북한의 송ㆍ배전망을 염두에 두면 북한으로 공급한 200만㎾가 공장, 주거지로 직접 공급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밝힌 양주~평양 사이의 송전선로 건설 외에도 별도의 송ㆍ배전망 건설이 필요하다"며 "특히 북한은 남한과 달리 도시와 산업단지가 전국 곳곳에 분산돼 있어서 송ㆍ배전망 건설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석 위원은 또 "수도권은 국내 전력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곳으로 수요가 정점에 이르는 여름철에는 50% 정도의 전력을 남쪽에서 송전망을 통해 가져오고 있다"며 "남쪽에 발전소를 더 짓는다고 해도 송전망이 제한돼 있어 '병목 현상'이 우려되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수도권 송전망 병목 현상을 저감시키기 위한 설비 보강 등에만 이미 연간 7000억~8000억 원이 소진되고 있고, 2000년대 들어서는 송전망 등의 건설 비용이 발전소 건설 비용을 앞지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 추가로 200만㎾의 전력을 공급하는 게 현실적으로 타당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에 '에너지 안보 포기' 강요하는 격"-"배고픈 아이에 레몬 주는 꼴"**

정부의 대북 전력 지원 계획은 기술적인 문제뿐 아니라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강정민 박사는 "국가 간 전력망 연계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가 간 에너지 안보가 보장되지 않아 친밀한 국가 간에도 이뤄지기 쉽지 않다"며 "북한이 과연 이런 정부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북한은 오히려 오래 전부터 러시아에서 전기를 수입하는 방안이나 분산된 북한의 전력망에 좀 더 부합하는 풍력, 태양광과 같은 재생 가능 에너지의 보급, 노후화된 발전 설비 및 송ㆍ배전망 개선 등을 더 절박하게 요구해 왔다"며 "이런 긴박한 요구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정부가 던진 제안을 북한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박사는 또 "전력 사정이 절박한 북한에게는 전력 지원이 이뤄지는 3년 뒤인 2008년은 너무 먼 시점"이라며 "북한이 당장 북핵을 포기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인센티브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틸러스 연구소의 피터 헤이스 박사의 말을 인용해 "이번 대북 전력 계획은 배고파 우는 아이한테 빵이 아닌 레몬을 던져 준 꼴"이라고 평가했다.

***"중ㆍ소규모 발전소 건설 지원"-"재생가능 에너지원 공급"-"발전설비 개선 시급"**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대북 전력을 지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도 내놓았다.

석광훈 정책위원은 "북한의 도시 및 산업단지 분포 현황에 맞는 중ㆍ소규모의 석탄 또는 천연가스를 이용한 화력발전소 2~3개를 건설하면 건설기간, 건설비, 운영 비용을 절반 가까이 절약할 수 있다"며 "실제 김대중 정부 때 검토됐던 대북 전력 계획의 중심 내용도 송전보다는 이런 중소형 발전소 건설 지원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밖에 별도 연료가 필요 없는 풍력, 태양광 등 재생 가능 에너지를 통해 농업, 교육, 보건 등에 필수적인 전력을 당장 공급할 수 있다"며 "북한도 이미 수년전부터 재생 가능 에너지 보급 지원을 강하게 요청해 왔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인근 러시아로부터 전력 공급도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현재 북한과 인접한 러시아 지역에서는 720만㎾ 규모의 발전설비가 있는 반면 이 지역의 전력 수요가 높지 않아 실제 가동률은 50%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러시아 역시 북한에 전력 수출을 원하고 있다. 강 박사는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전력이 공급되면 3년 안에 1600억~1800억 원 정도의 비용으로 나진ㆍ선봉 무역지대와 청진 및 인근 지역의 전력 사정이 나아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노후화한 발전설비를 개선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발전소의 이용률만 높여도 북한의 전력 사정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통일부 "전력 지원 인도적으로만 볼 수 없어"-"정부계획은 반환경적 통일정책"**

이런 주장에 대해 통일부 김형석 정책총괄과장은 "북한에 대한 전력 지원은 단순히 인도적인 차원에서만 바라볼 수 없다"며 "앞에서 지적한 여러 가지 문제점과 대안들을 검토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북핵을 둘러싼 현 상황을 염두에 둘 때 직접 북한에 전력을 송전하는 것이 가장 현실 가능한 대안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홍성태 정책위원장은 "이번 정부 계획은 북한의 에너지 안보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들어 있어서 오히려 북핵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며 "좀 더 냉정하게 정부의 대북 전력 계획의 타당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 정책위원장은 또 "더구나 정부의 대북 직접 송전 계획은 그 동안 남한에서 큰 문제가 돼 왔던 대형 원자력ㆍ화력 발전소 건설-대형 송전망 건설-환경 갈등 등을 심화시키는 것"이라며 "환경에 반하는 통일정책, 평화에 반하는 통일정책이 과연 타당한지도 사회적으로 토론해볼 만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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