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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6자회담에선 무엇을 논의하나

[각국 방안 및 주요 쟁점] 한반도 비핵화, 군축-HEU, 행동순서, 안전보장…

오는 26일 열리는 제4차 6자회담은 13개월 만에 재개되는 회담이라 기대와 우려도 그만큼 더욱 크다. 회담에 앞서 제3차 6자회담까지의 성과와 각국 해결 방안, 제4차 회담에서의 쟁점을 사안별로 정리한다.

***한-미-일 3국 북핵 해결 방안**

지난해 6월 23일부터 26일까지 열린 제3차 6자회담에서는 남-북-미 3국이 모두 독자적인 해결 방안을 내놓아 회담의 논의 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선 6자회담 시작 이후 처음 제시된 미국의 '포괄적 해결방안'은 북한의 '先행동'을 기반으로 구성돼 있다. 북한이 조건 없이 핵 폐기를 선언하면 나머지 참가국들은 ▲잠정적인 다자안전보장 제공 ▲북한의 에너지 수요를 비핵에너지 프로그램을 통해 해결하기 위한 연구 시작 ▲대북 경제제재 해제 및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협의 시작 등을 실행하게 된다.

북한의 핵 폐기 대상에는 플루토늄 프로그램뿐 아니라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과 이미 존재하는 핵무기도 포함되며 핵무기 원료, 원심분리기 및 핵분열물질, 연료봉 등도 들어간다. 북한이 이같은 '실행 합의'를 받아들이면 미국을 제외한 한.중.일.러 4개국은 중유 지원을 시작한다.

합의 이행은 3개월의 준비 기간과 함께 시작되며 이 기간 동안 북한은 국제적인 검증 아래 ▲모든 핵활동 목록 제공 및 중단 ▲핵물질의 안전 조치 및 연료봉 감시 허용 ▲핵무기 구성 성분 및 원심분리기의 공개적인 폐기 조치 허용 등을 취해야 한다. 북한은 핵 폐기 완료 후에 경제제재 해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의 댓가을 얻게 된다. 하지만 북미 관계 정상화는 인권, 생화학무기, 미사일 및 미사일 기술 확산, 재래식 무기 배치 등의 문제가 모두 해결돼야 이뤄지도록 되어 있다.

이처럼 미국과 한국의 제안이 핵 폐기 과정까지 아우른 데 비해 북한은 핵 동결에 대한 상호조치에 중점을 둔 방안을 제시했다. 북한은 자신들이 핵 폐기를 전제로 동결을 선언하면 미국은 체제 안전보장을 선언해야 하며 자신들이 핵동결을 시행하면 미국은 200만KW 에너지 지원 참여,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경제제재와 봉쇄 해제 등을 취해야 한다는 식이다.

한국은 이와 관련 3단계 북핵 해결 방안과 3단계 대북 안전보장, 핵 폐기 수용의 3가지 조건 등 이른바 3.3.3 단계 해법을 제시했다. 3단계 북핵 해결 방안은 '말 대 말', 상호 조율된 조치의 '행동 대 행동' 등으로 구성돼 있다. 대북 안전보장 3단계는 ▲북한 핵 폐기 용의 표명-한미일 안전보장 제공 의지 표명 ▲핵 폐기 개시-잠정적 안전보장 ▲폐기 완료-최종적 안전보장 제공 등으로 이뤄져 있다.

핵 폐기 수용의 3가지 조건은 동결을 최단 시간에 이루고 북한은 국제사회의 사찰을 수용해야 하며 고농축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을 포함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한편 한국 안은 미국과는 달리 동결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며 북한의 핵폐기 준비기간을 6개월로 했으나 미국은 준비기간을 3개월로 잡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표> 한.미.일 3국의 북핵 해결 방안

***회담 시작점으로서의 한반도 비핵화, 군축회담 문제**

제4차 6자회담은 13개월 만에 재개되는 것이고 여러 상황 변화가 있다는 점에서 회담이 어디에서 시작돼야 할지부터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제3차 6자회담 의장 성명에 나와 있는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하는 것이 기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문제는 가장 원론적인 부분이지만 북한이 6자회담의 군축회담으로의 변경을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확인될 필요가 있다. 북한이 군축회담을 주장하고 나선다면 다른 참여국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워 회담이 공전될 우려도 있다. 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전망이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

북-미 양국이 한반도 비핵화 내용에 차이를 보인다는 점도 이 문제가 주목되는 이유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에 평화적 핵 이용 권리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에 따라 원자력 발전소 등은 자신의 권리라고 주장한다. 그에 반해 미국은 그것을 현 단계에서는 허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실제 지난 제3차 회담에서 제안한 방안에서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영변의 5MW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등 일부에 대해서만 동결 및 폐기한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이번 회담의 시작점으로는 회담 프로세스 문제도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회담 전망을 좌우할 주요 문제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은 회담 기간을 소기 성과를 달성할 때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HEU 문제**

북한의 군축회담 주장이 회담 전망을 어둡게 한다면 미국의 고농축우라늄(HEU) 문제 제기도 회담 결과를 낙관치 못하게 하는 또 다른 장애요소다. HEU는 사실 관계를 떠나 제2차 북핵 위기를 태동시킨 근원이다.

이 문제는 과거 회담을 통해 계속 중심 문제로 부각돼 오던 것으로 북미간 입장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는 최대 장애물로, '있다-없다'는 일종의 진실 게임이 된 상황이어서 쉽게 풀리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HEU 존재를 주장하는 미국과 같은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여하간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에 따라 한두 가지 아이디어도 제시했으나 구체적인 성과를 얻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제의 해법이 전혀 보이지 않다 보니 역으로 이번 회담에서 심도 있게 논의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정부도 이 문제를 오래 붙잡고 있다 보면 회담이 진행될 수 없다는 입장이라 다른 문제부터 접근해야 한다는 자세다. 셀리그 해리슨 국제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등 한반도 전문가들도 지난해 내놓은 <북한 핵위기 종식을 위해>라는 정책 제안서에서 HEU 문제는 플루토늄 문제와 분리해 마지막 단계 협상으로 돌려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하기도 했다.

***동결 대 보상에서의 행동 순서-중대제안-동결 범위와 검증 **

'동결 및 보상의 행동 순서'도 제3차 회담에서과 마찬가지로 제4차 회담에서도 중요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북한은 동시행동을 요구한 반면 미국은 북한의 '선 행동'을 고집스럽게 주장해 왔고 한국은 '상호 조율된 조치'라는 단어를 사용해 그 접점을 찾으려 해 왔다.

북-미간 입장 차이는 양측이 제시한 해결 방안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이견이 존재하지만 '말 대 말' 단계에서는 어느 정도 의견 일치를 봤기 때문에 문제는 '행동 대 행동' 단계에서의 행동 순서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해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가 동결과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나 미국은 핵이 폐기돼야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밖에 한국이 북한에 제안한 에너지 지원 방안이 '어느 시점에 이뤄져야 하는가'도 주요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부는 핵 폐기에 합의하면 남북이 만나 공사 협의를 시작하며 폐기가 완료되는 순간 전력을 공급한다는 입장이나 폐기를 어떻게 정의하느냐 등 구체적인 시점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중유 지원에서도 미국은 참여하지 않겠다고 고집하고 있지만 북한은 양측 신뢰를 위해 미국의 중유 제공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이같은 상응 조치 이외에 동결 범위와 기간, 검증도 제3차 회담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였던 문제 중의 하나. 특히 동결 범위에서 미국은 모든 핵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북한은 '핵무기를 더 만들지도 이전하지도 시험하지도 않는다'면서 2003년 1월 10일 NPT 탈퇴 이후의 '용도 변경 결과물'과 5MW 원자로의 폐연료봉 재처리 물질만을 언급하며 농축우라늄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검증 문제에서는 검증 주체에 이견이 존재한다. 한국은 IAEA 검증을 요구하고 있으나 북측은 6자회담 틀거리 내에서의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체제안전보장 문제**

북핵 문제에는 에너지 문제 등 경제 문제 이외에 체제 생존도 또 다른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전보장문제 역시 주요 관심 영역에 속한다.

안전보장문제는 그러나 지난 제3차 회담에서는 그다지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HEU만큼이나 어려운 문제라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번 회담에서도 큰 관심을 끌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남측은 지난 6.17 김정일-정동영 면담 당시 다자안전보장이 북한이 요구하는 북미간 개별 안전보장보다 더 유리하다는 점을 설명했고 김정일 위원장은 "일리 있다"는 반응을 보여 남측은 이번 회담에서 북측 입장을 좀 더 알아볼 계획이다.

다자 안전보장과 양자 안전보장 간의 차이 이외에도 기본적으로 북-미가 상정하고 있는 안전보장으로 가는 길에는 상당히 깊은 골이 있어 차이가 메워질지 미지수다. 체제안전보장은 단순한 안전보장이 아니라 북미관계 정상화로 나아가야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안전보장과 관계 정상화 사이에도 잠정적인 안전보장, 평화협정체결, 테러지원국 해제 등 현실적으로 여러 단계가 존재한다.

북한은 체제안전보장과 핵 폐기 사이에서의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체제안전보장은 미국의 '주권국가'나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식의 발언으로는 달성될 수 없으며 대북 적대시 정책을 명확하게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이를 입증하는 수단으로는 북미 외교관계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핵 폐기 선언 이후 잠정적인 다자안전보장을 제공하지만 폐기를 완료해도 완전한 관계 정상화는 이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모든 핵을 폐기하면 테러지원국에서는 삭제되지만 관계 정상화는 인권, 생화학무기, 미사일, 재래식 무기 등의 모든 문제가 해결돼야 달성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 이에 대해 북한이 핵 폐기를 개시하면 잠정적인 안전보장, 폐기를 완료하면 최종적으로 6자회담 틀 내에서의 다자안전보장을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남측은 아울러 관계 정상화에 대해서는, 동결 과정에서 관계 정상화에 장애가 되는 문제에 대한 협의를 개시하며 그 논의 과정에서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미국보다는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 인권과 일본인 납치 문제**

6자회담에서는 이밖에 북한 인권 문제와 일본인 납치 문제가 거론될 경우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그동안 인권 및 납치 문제 제기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

우리 정부도 6자회담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장이므로 주의를 분산시키는 논의는 하지 않아야 하며 각국의 관심사는 양자 회담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6자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핵 폐기를 위한 것"이라며 "인권, 납치 문제를 의제화하려는 것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부는 '모든 관련국들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했다'는 한.미.일 3자 협의 결과에 대한 부연 설명에서도 "납치 문제는 6자회담 의제가 아니다"고 못 박았다. 정부가 이처럼 같은 입장을 여러 번 되풀이하는 이유는 역으로 일본 등의 의제 설정 요구가 그만큼 집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북한 인권 문제에 가장 큰 관심을 보여 온 미국도 최근엔 조심스런 태도다. 한 달 전만 해도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북한은 우리가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강경 입장을 보였으나 스콧 멕클랠런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6자회담에서의 인권 문제 제기 여부에 대해 "핵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게다가 부시 행정부는 제이 레프코위츠 전 백악관 국내정책 담당 부보좌관을 북한 인권 특사로 내정했지만 6자회담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회담 이후로 공식 발표를 늦췄다는 보도도 나왔다.

반면 일본은 인권 문제와 납치 문제에 가장 집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최측근인 야마사키 다쿠 전 자민당 부총재를 우리나라에 보내 납치 문제의 6자회담 의제화를 요청하기도 했다. 고이즈미 총리로서는 국내적 위기를 대외적 성과물로 무마하려는 입장이나 이런 자세는 다른 참여국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이 기조 발언을 통해 납치 문제의 의제화를 시도하려 해도 큰 관심은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 인권 문제는 부시 정부가 언제든지 꺼내들 카드이고 강경파가 득세할 경우 다시 전면에 부각될 가능성도 있어 6자회담 진전에 여전히 잠재적인 걸림돌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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