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양국이 수석대표간 접촉을 통해 제4차 6자회담을 7월 마지막 주에 개최키로 합의한 가운데 '이번 회담 성과의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고 북핵문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이번 회담에서 일정 정도의 성과가 없으면 미국내 강경파들이 다시 득세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면서 이번 회담을 통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미국 내에서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또 회담 전망과 관련해서는 북미간의 근본적인 차이로 어려운 협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부분적인 타결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북한이 군축회담 전환을 주장하지 않고 미국이 HEU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다면 현재와 미래 핵문제를 동결하는 수준에서 합의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다음은 제4차 6자회담의 성사 배경 및 전망에 대한 <프레시안>의 연쇄 인터뷰.
***“핵심쟁점 타결 가능성 높지 않지만 중간 타결은 가능”**
인터뷰 1 : 조성렬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연구위원
- 이번 회담에 대해 전망한다면...
“전체적인 과정을 보면 아직 쟁점들이 많아 핵심 사안이 타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제4차 회담이 개최되더라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측은 이번에 상당히 적극적 나오는 것 같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태도에 대해 근본적인 신뢰가 없어 일단 지켜보자는 기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중간 타결이 가능하다고 본다. 기존의 HEU 문제와 군축협상이 제기되지 않는다면 ‘제네바 합의 + 알파’ 정도의 중간선에서 타협이 가능하다. 북한이 완전히 NPT에 복귀하고 IAEA의 사찰을 받기는 어렵지만 북한이 현재의 핵무기고를 늘리는 조치를 중단하고 보유 핵물질 확산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제네바 합의에서 도출된 대로 현재와 미래 핵은 동결하고 과거 핵은 장기적 해결 과제로 넘기는 방향으로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 즉 HEU 핵무기와 실제 보유하고 있는 플루토늄 재처리 물질 이외 나머지는 전면적으로 동결되는 것이다. 그러면 한국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북핵문제를 70% 정도는 관리할 수 있는 상황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HEU 문제와 보유 핵무기 및 플루토늄의 반출 등 근본적인 문제는 북-미 회담을 거쳐야 완전히 해결될 수 있어서 시간이 걸릴 것이다.”
- 한국의 중대제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정부가 공개하지 않아 자세히 알 수 없으나 북핵문제가 진전될 경우의 장기적인 전망을 제시하는 내용일 것이다. 아울러 지난 10개월 동안의 남북관계 및 북핵문제 중단은 단순한 중단이라기보다 6자회담 복귀 이후 북한 내부적으로 진행할 개혁의 준비기간이었다고 본다."
-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내외의 조건은 성숙했다고 볼 수 있나?
“과거에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어느 한쪽이 진전되면 다른 쪽은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현재까지 흐름을 보면 전반적인 개선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본다.
국내적으로도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이 탄력적으로 바뀌었다. 한기총 집회에서도 과거에는 구호가 ‘반핵 반김’이었지만 지금은 ‘반핵 인권’이다. 우리나라 극우파들 내에서도 어느 정도 통제가 이뤄지면서 북핵에 대해서는 반대하면서도 북한 자체에 대해서는 자극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즉 ▲북한 내부 요인 ▲미 외교라인 정비 ▲남북 관계 등이 전반적으로 잘 맞아가고 있어 북한이 4차회담에 나오기로 했다고 본다. 물론 북핵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낙관은 아니지만 우리 정부가 북핵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간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회담 어려운 과정 될 것" "미국 변화 없으면 근본적으로 안 풀려”**
인터뷰 2 : 이철기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 이번 회담의 전망은?
"일단 재개는 되지만 회담은 상당히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다. 북미 간에 여전히 근본적인 입장차이가 있고 미국의 경우 태도 변화는 있지만 근본 정책에서의 변화가 없다. 회담은 일단 북미 모두 협상 테이블에 앉을 필요성을 느껴 성사됐다. 북한으로서는 미국 강경파들에게 명분을 만들어줄 수 있고 실리적으로도 복귀하지 않으면 얻을 것이 없으며 부시 임기가 3년이나 남았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북핵과 관련해 아무 정책 없이 방관해서 핵무장으로 몰고 갔다는 내부 비판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 미 강경파들의 입장은?
"강경파들은 비판적인 목소리를 죽이고 있지만 언제 다시 키울지 모르고 판을 뒤집어엎을 가능성도 있다. 6자회담 무용론 등 강경론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협상은 미국의 입장 및 정책에서 변화가 없으면 근본적으로 풀리지 못하는 구조다.
문제는 의제를 어떻게 정하느냐는 문제인데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어떻게 보상하느냐는 문제와 북미관계 정상화 등에 대한 대체적인 의제 설정이 이뤄져야 한다. 다만 북핵문제를 넘어서서 인권과 북한 체제변형 문제까지 의제로 설정되면 어려워질 것이다. HEU 문제도 일단 회담에서 다루지 않는 것이 협상이 진전되는 데 하나의 조건이다. 북한이 군축회담으로 변형하려는 것은 미국의 인권문제 제기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따라서 문제가 복잡해지므로 회담 의제는 기존 의제대로 가야 한다.
결국 미국은 북한을 협상 상대로 인정하고 실질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정책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그 가운데서 우리 정부는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문제를 밀고 갈 필요가 있다.”
***“미 실질적인 변화가 관건. 라이스 주도권 확인 기회” **
인터뷰 3 : 이정철 삼성경제연구원 경제안보팀 수석연구원
- 제4차 6자회담을 전망한다면...
"우리 정부와 미국 간에는 회담 전망에 대해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대체로 일단 위기론을 잠재울 수 는 있다는 시각이지만 실질적인 해법에 접근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 북한이 회담에 복귀한 배경은?
"북한은 그동안 회담 복귀 조건으로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취소 ▲미국의 대북 보상 참여 ▲6자회담 틀내 양자회담 등 세 가지를 거론했다. 이 가운데 두 가지를 미국이 받아들여 북한으로서는 거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보상 문제에서도 참여할 수 있다는 쪽으로 변화해갈 가능성이 있는데 변화의 폭이 얼마나 될지가 이번 회담 진전의 조건이 될 것이다.
중국과 한국의 중재 및 비공식적 압력도 작용했다. 아울러 북한으로서는 회담 복귀를 받아들이게 되면 미국의 변화 여부를 감지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미국의 변화가 없더라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가능성과 남북관계 진전 등 일단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는 풀리는 측면이 있다. 이렇게 보면 미국의 변화가 있으면 더 좋고 변화가 없더라도 한국 및 중국과의 관계가 진전되는 성과가 있을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북핵문제에 성과와 진전이 없는데 방북하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후진타오 방북이 7월에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그렇다면 결국 회담 진전의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고 보나?
“그렇다. 미국이 실질적인 변화를 보이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지난해 분위기로는 변화 가능성이 없다고 보이지만 올해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아직 확실히 판단이 안 선다. 그런 변화가 이뤄지려면 미 국무부가 확실한 이니셔티브를 쥐어야 한다.”
- 제4차 회담에서 성과가 없으면 미국이 강성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인가?
“대화를 하면서도 실질적인 성과가 없던 것은 강경파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주도권은 여전히 강경파가 쥐고 있는지 아니면 라이스 국무장관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는지 확인하는 기회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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