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D.C.를 방문중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천안함 사태에 대한 의견을 밝히며 정부의 대북 재제 방침에 미온적인 중국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이 위원장은 존스 홉킨스 대학 특강을 마친 후 특파원들과 만나 "중국이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북한과 우호적 관계 때문에 이 사실에 대해 회피해서 한·중 관계에 새로운 불씨를 만들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불쾌한 심정을 내비쳤다.
이 위원장은 또 "지금까지 한·중 간에 정치, 경제적으로 우호적으로 잘해왔는데, (북한이 격침시켰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고의적으로 회피하고 외면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압박하며 "그 점에 대해서는 중국 지도부의 양식을 믿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우리나 미국이 중국을 움직이거나 할 문제가 아니라, 중국이 동북아에서 자기들의 전략에 관한 문제"라며 "다른 나라가 설득해서 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며 김정일 위원장을 직접 거명하지 않은 데 대해 "굳이 지목하건 지목하지 않건 북한에서 일어난 일은 최고책임자가 책임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김 위원장을 정면 겨냥했다.
이 위원장은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해 "한국의 더 강도 높은 대북제재 조치가 국제사회에서 공감을 얻을 수밖에 없는 계기를 자초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또 다시 도발하면 북한이 얻는 것은 망하는 것 뿐이다. 북한은 한국의 인내를 시험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북한의 검열단 파견 주장에 대해 "그것은 도둑이 자기가 현장검증하겠다는 것이다. 어불성설이며, 시간벌기 위한 생떼"라고 일축했다.
정부·여권 내에서 개성공단 폐쇄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 위원장은 "강경파들이 개성 공단 문제를 과감하게 정리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일정한 인내도 갖고 있다"고 여운을 뒀다.
UN 안보리 회부 방침과 관련해, '새로운 대북 제제 결의안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 위원장은 "당사국들과 깊이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고만 했다. 군 기강 해에 등 군 내부 문제와 관련해 이 위원장은 "(천안함 사고) 관련자들의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고 본다"면서도 문책 시기 등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판단할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