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시 행정부가 29일(현지시간) '대량살상무기(WMD)확산과 연관됐다'는 주장하에 북한 기업 3곳을 포함한 이란, 시리아 등 총 8개 기업에 대한 미국내 자산 동결조치를 내리고 이들과 거래하는 미국 및 제3국 기업들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내렸다.
이같은 조치는 6자회담 개최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와 회담 재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따라 30일 이뤄지는 북-미 뉴욕접촉과 내달 1일의 정동영-체니 면담 결과가 더욱 주목된다.
***美, 北기업 및 거래기업 미국 자산 동결**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대통령령을 통해 "WMD 확산으로 비난받고 있는 북한, 이란, 시리아 기업들의 미국내 자산을 동결한다"고 밝혔다.
대통령령에는 구체적인 국가명은 언급돼 있지 않으나 부속문서에 북한 기업 3곳, 이란 4곳, 시리아 1곳 등의 명칭이 명기됐다. 북한 국적 기업으로는 단천상업은행(Tanchon Commercial Bank), 조선련봉총회사(Korea Ryonbong General Corporation), 조선광업무역회사(Korea Mining Development Trading Corporation) 등이 포함됐다.
백악관은 이번 대통령령을 제정하게 된 배경으로는 “자금조달과 WMD 확산에 연관된 조직에의 지원을 중단시킴으로써 WMD 및 그와 관련된 물질 매매를 제거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제재조치는 특히 북한 등 당사국뿐만 아니라 이들과 거래하는 미국과 제3국 기업 및 단체들의 미국내 자산과 기업활동도 동결키로 했다.
이후 제재활동 담당 부처가 될 재무부의 존 스노우 장관은 “이번 대통령령은 ‘당신들이 WMD를 취급한다면 당신들의 활동에 자금을 공급하거나 지원하기 위해서 미국 금융 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는 의미”라고 말했다. 스노우 장관은 이어 국제사회도 미국의 이런 활동에 동참할 것을 주문함으로써, 추후 주요국들에 같은 조치를 요구할 공산이 큰 것으로 예측된다.
***6자회담 재개 악영향 우려, 北 유화조치에 美 자산동결 카드 내밀어**
한편 북한 지도부의 6자회담 복귀 용의 발언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부시 정부의 이러한 강력한 압박 조치가 나왔다는 점에서 6자회담 재개에 악영향이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북한으로서는 7월 복귀설을 흘리며 대미 유화조치를 내놓고 있는 반면에 미국은 자산동결이라는 또다른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미국 내에는 북한 기업의 자산이 없다는 점과 이번 조치가 북한만을 노린 것이 아니라 부시 정부가 천명해 온 대테러전의 일환으로 WMD 확산 방지 차원에서 나온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미측도 이번 대통령령의 타겟은 북한이 아닌 일반론적인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번 조치는 지난해 G8에서 논의된 WMD 확산방지대책과 최근 미 WMD정보역량평가위원회의 정보력 강화 건의안에 다른 것이다. 부시 정부는 74개의 강화 건의안 가운데 70개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발표된 시점이 6자회담 개최 분위기가 북한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북측이 반발 여하에 따라서는 6자회담 조기 개최 가능성이 물건너 갈 가능성까지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북 불신이 높고 북한과의 양자 접촉을 반대하고 있는 딕 체니 부통령 등 미국내 매파들이 북미간 뉴욕접촉 가능성이 흘러나오는 데 대한 반작용과 북한의 반발을 노려 이번 정책을 강행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미뉴욕접촉, 정동영-체니 면담 결과 주목. 회담 재개 분수령 **
이에 따라 오는 30일 뉴욕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북-미간 양자접촉이 주목되고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의 반응이 나올 가능성이 커 6자회담 재개에 분수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셉 디트러니 대북협상특사와 포스터 국무부 한국담당 과장이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 주최 민관 비공개) 회의에 참석하다”고 밝혔다.
매코맥 대변인은 디트러니 특사가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리근 북한 외무성 국장과의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장 밖에서는 만날 계획이 없고 계획된 만남이나 의견교환은 없다”면서도 “그들은 그 회의에 참석할 것이므로 같은 방에 함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해 회의장에서 자연스럽게 접촉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회의에는 북측에서 리근 국장 이외 한성렬 유엔주재 대표부 차석 대사 등 5명이 참석할 예정이며 한국도 위성락 주미대사관 정무공사가 참가할 계획이다. 아울러 중-일-러 등 다른 6자회담 참가국 정부 관리들도 참석할 것으로 보여 ‘비공식 6자회담’ 형식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밖에 미국을 방문중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일 대북 강경 목소리를 내고 있는 체니 부통령을 만날 예정이어서 그 결과물도 주목되고 있다. 미국의 대북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체니 부통령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부시 정부의 대북 정책 또한 큰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만남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정동영 장관은 이 자리에서 최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내용과 우리측의 ‘중대제안’ 등을 설명할 예정이나 하지만 외신 일각에서는 ‘한-미 마찰’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어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홍석현 주미대사는 30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뷰를 갖고 “정 장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 결과와 남북 장관급 회담 성과를 상세하고 생생하게 미국측에 전달하고 고위 인사들과 심도 있는 협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방미를 하게 되는 것”이라며 “(북한의) 말이 행동으로 이어질지 하는 (미국 측의) 미심쩍음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정 장관의 방미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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