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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냉담'에서 '대북 대화'로 급선회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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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냉담'에서 '대북 대화'로 급선회 조짐

힐 "김정일 만나고 싶다", 대북식량 지원, 라이스 "北 자극 않겠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22일 "나는 기꺼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것이며 만나게 되기를 희망한다"며, 부시 정부 관계자로서는 최초로 방북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만날 의사가 있음을 밝혀 주목된다.

미국은 이와 함께 북한에 5만t의 식량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며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무장관도 대북 자극발언을 자제해 달라는 우리정부 요청에 "충분히 유념하겠다"고 밝혀, 김정일 위원장의 7월 6자회담 복귀 의사 표명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던 미국이 국내외 압박에 밀려 '대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기도 하다.

***힐 "나는 기꺼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것이다"**

지난 15일 방문해 김정일-정동영 면담 내용을 파악한 뒤 지난 20일 워싱턴으로 귀임한 힐 차관보는 22일 오후 늦게 주한미대사관 인터넷 커뮤니티인 `Cafe USA'에 올린 '네티즌 여러분들께-워싱턴에서'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김정일-정동영 면담에 미국이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네티즌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 이같은 의사를 밝혔다.

힐 차관보는 한 네티즌이 그에게 김정일 위원장을 직접 만날 것을 제안한 것과 관련, "나는 기꺼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것이며, 만나게 되기를 희망한다"며 "나는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남과 북, 그리고 미국에게 있어서 큰 이익이 될 것이라는 것을 진심으로 믿는다. 미국은 이를 실행에 옮길 준비가 되어 있다. 나는 북한도 그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또 김정일-정동영 면담과 관련, "내가 한국을 떠나면서 인천공항에서 말했듯, 미국은 이 만남을 포함해 지난 주에 있었던 남북 간의 모든 교류가 매우 긍정적인 움직임이었다고 본다"며 "우리는 워싱턴에서 있었던 성공적인 한미정상회담을 잇는 한국의 매우 적극적이고 인상적인 외교노력에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이러한 긍정적인 움직임이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하여, 우리는 북한이 다음 6자회담의 날짜를 정하는 데에 동의했으면 한다"며 "우리가 회담의 날짜에 -내가 바라기로는 7월 중에- 동의할 수 있다면, 미국 측은, 모든 훌륭한 협상들이 그러하듯이, 동등한 입장에서 상호존중의 자세를 가지고 협상에 임함으로써, 합의에 도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레그 "부시, 힐 차관보 평양에 보내라"**

이같은 힐 차관보의 방북 시사 발언에 대해 미 국무부는 "개인적 사견일뿐 미국정부 공식입장은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미국에서 힐 차관보 및 라이스 국무장관의 방북을 촉구하는 제언이 나온 직후,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한 예로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대사와 존 오버도퍼 존스 홉킨스대학 교수는 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북한을 붙들 순간’이라는 제하의 공동 기고문에서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실질적 대안으로 부시 대통령이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와 조셉 디트러니 대북협상 대사를 평양으로 보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김 위원장 방문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밖에 한국내에서도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대표 등이 여러 차례 라이스 장관의 방북을 통한 북핵 문제의 전격적 타결을 촉구하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미국 "북한에 식량 5만t 지원하겠다"**

미국은 힐 차관보의 방북 시사 발언에 맞춰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 세계식량계획(WFP)의 요청에 따라 5만t의 식량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애덤 어럴리 국무부 부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밝히며 "이번 대북 식량지원은 북핵 문제와는 연계돼 있지 않는 인도주의적 결정에 따른 것으로 북한 주민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식량외에 종자와 작은 농기구들도 함께 제공될 것 같다고 말했다.

어럴리 부대변인은 "세계식량계획이 구체적으로 대북 식량 지원의 필요성을 제시, 우리는 이를 평가하고 원조의 중요성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북한의) 취약 계층이 그들이 필요로 하는 지원을 받는지 확인하기 위해 최대한의 (현장) 접근과 최대한의 자유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2003년 북한에 10만t을 지원했으나, 지난해 7월 이를 5만t으로 줄였었다. 미국의 이같은 대북식량 지원 발표에 따라, 22일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북한이 우리측에 요구한 40만t의 식량 지원 역시 우리 정부가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같은 미국의 식량 지원 결정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미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빌어 대북한 식량지원 중단 결정을 보도한 것과 배치되는 것이서, 미 정부 입장이 대북대화 쪽으로 선회하는 한 증거가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기도 하다.

미국의 이번 결정과 관련, 일본의 <지지통신>은 이를 "6자회담 재개 시그널"로, <교도통신>은 "6자회담 재개 위한 환경만들기"로 해석하는 등, 외신들은 미국이 사실상 6자회담 재개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라이스 "차관 발언은 다양한 의견중 하나, 부시와 내 입장이 중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22일(현지시간) ‘폭정의 전초기지’ 등 북한에 대한 자극적인 발언을 자제해 달라는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요청에 대해 “충분히 유념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라이스 국무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이라크 지원 국제회의장에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면담한 자리에서 북한에 대한 자극적인 발언 자제를 요청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유념하겠다”고 밝혔다.

라이스 장관은 문제가 된 폴라 도브리안스키 국무부차관의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과 관련, “미국 정부가 거대 정부인 만큼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니 이런 점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며 “북핵 문제에 관한 한 부시 대통령과 나의 입장이 제일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반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국 고위 관리들이 ‘폭정의 전초기지’ 등의 발언을 자꾸 하면 북한을 자극하는 것이며 그런 발언이 없었으면 좋겠다. 북한에는 체제 성격상 그런 것을 못 봐주고 넘어가는 속성이 있다”며 “북한 성격상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말한 것은 거의 절대적이고 최종적이다. 조건이 붙긴 했지만 북한의 7월 6자회담 복귀 용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고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북한은 대화로 문제 풀고 싶어한다"**

이같은 미국의 입장 선회 조짐은 김정일-정동영 면담후 국제사회 여론이 미국에게 북-미 직접대화를 압박하는 쪽으로 흘러가는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한 예로 연초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났던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22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교류를 통해 이해한 바에 따르면 북한은 여전히 대화로 문제를 풀고 싶어한다"고 북한측의 6자회담 복귀 시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이르면 다음달 새로운 6자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 부장은 또 현 상황에 대해 "6자회담이 1년이나 중단됐으나 사태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지는 않다"면서 "사람들이 걱정해 온 심각한 갈등 상황 등은 벌어지지 않았다"고 평가, 북측이 핵실험 등을 하지 않은 점을 강조했다.

왕 부장은 회담이 다시 열려도 북한과 미국 간의 신뢰 부족으로 모든 의제가 완전히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그러한 커다란 불신이 짧은 시일 내에 해소되길 바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해, 우회적으로 미국측에 대해 꾸준한 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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