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자본의 외압에 의해 <월간중앙> 기사 삭제에 항의해 기자들이 집단적으로 성명을 발표한 데 따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김운용 'IOC 뇌물리스트' 갖고 IOC 협박해 비밀협상 성공**
편집장을 제외한 <월간중앙>의 모든 기자들이 지난 20일 성명서 발표와 함께 공개한 '삭제 기사 요약본'에 따르면,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지난해 1월 구속된 김운용 전 IOC부위원장은 자신이 IOC에서 제명될 위기에 처하자 세계 35개국 60여명의 IOC 위원을 상대로 로비한 내용이 담긴 '김운용 파일'을 공개하겠다고 IOC를 협박했다.
그러자 당황한 자크 로케 IOC위원장은 김운용의 자진사퇴를 조건으로 한국정부에 김운용 후임 IOC위원을 한국인에게 배정하며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에도 태권도 정식종목 유지를 위해 최대한 협조하며 2014년 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를 돕겠다는 내용 등을 약속했고, 이에 청와대는 김우식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정일 대한체육회장이 함께 김운용을 만나 '가석방'을 약속하며 마침내 5월9일 김운용의 자진사퇴를 이끌어냈다는 것.
2심에서 세계태권도연맹, 국기원, 부산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등의 공금 38억4천여만원을 유용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과 추징금 7억8천8백여만원을 선고 받은 김운용씨는 건강을 이유로 당시 연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중이었다.
그후 이같은 사실이 <월간중앙>을 통해 기사화되자, 청와대 및 중앙일보와 특수관계에 있는 거대자본은 <월간중앙>에 압박을 가해 끝내 기사를 삭제하기에 이르렀다는 게 <월간중앙> 기자들의 주장이다.
기자들에 따르면, 기사 삭제를 위한 청와대 고위관계자와 <월간중앙> 김진용 대표와의 만남은 지난 16일 청와대 밖에 이뤄졌으며 이 때 김 대표는 기사 삭제를 거부했다. 그러자 다음날인 17일 오후 특수관계 모그룹의 인사가 사무실로 직접 찾아와 삭제를 요구했고, 결국 18일 가제본까지 됐던 기사를 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이에 분개한 기자들이 성명을 발표하려 하자, 월간중앙 경영진은 물론 중앙일보 간부들까지 나서 성명을 막으려 했으나 기자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20일 성명을 발표했다.
***청와대 "만난 것은 사실이나 가석방 약속이나 압력 행사 안해" 주장**
이와 관련, 청와대 김만수 대변인은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우식 비서실장이 김정길 대한체육회장과 함께 지난 5월 초 김용운 전 부위원장을 찾아가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자진사퇴를 대가로 가석방을 약속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또 "청와대 측에서 <월간중앙>에 기사의 사실관계에 대한 설명을 한 적은 있다"며 <월간중앙> 측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기사 삭제 '외압'은 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청와대 주장은 청와대 접촉 다음날 중앙일보와 특수관계에 있는 거대자본, 즉 삼성그룹이 기사 삭제를 관철시켰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잃고 있다.
또한 정치권에서는 <월간중앙> 기자 성명으로 밀약이 백일하에 드러난만큼, 과연 청와대가 김운용씨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귀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장규-김진용 대표 사의 표명**
이장규 중앙일보 시사미디어 대표와 김진용 월간중앙 대표는 기자 성명이 발표된 20일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파문으로 삼성그룹의 이름이 거명된 데 따른 부담이 컸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가뜩이나 '삼성 독주'에 대한 사회적 반발과 견제심리가 만만치 않아 이건희 회장이 '특별 조심'까지 지시한 시점에, 청와대-삼성-중앙일보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드러났다는 점은 앞으로 삼성과 중앙일보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삼성은 기자 성명에서 직접 그룹 이름이 거명되지는 않은만큼 이번 사태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하면서도, 정권과의 연결고리가 드러남에 따라 내심 적잖이 당혹해하며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언론계, "'청와대-삼성-중앙일보' 커넥션 노출됐다"**
언론계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 '청와대-삼성-중앙일보'간 커넥션의 노출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양문석 정책위원은 21일 저녁 CBS 시사자키와의 인터뷰에서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정치권력이 어떤 기사는 빼 달라, 넣어 달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현실적으로 좀 어려운 부분이고, 그 자체가 만약 폭로됐을 때는 전형적인 언론 탄압, 또는 언론을 이용한 수단화 과정이기 때문에 청와대가 언론사에 직접 이야기하는 것 보다는 약점 많은 재벌 기업에 말하는 것이 훨씬 더 잘 영향이 미쳤을 것이다. 특수 관계에 있으니까..."라고 노무현정부와 삼성간 커넥션에 주목했다.
양 위원은 특히 <월간중앙> 기자들의 성명과 관련, <월간중앙>이 삼성의 영향력아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이 기자회견을 한 데 대해 극도의 경의를 표시하기도 했다.
양 위원은 청와대에 대해서도 "내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들한테 참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의 하나가 결과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라는 이야기였다. 아무리 좋은 결과가 있더라고 정당한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이고, 공개적인 경쟁을 해야 하고, 이러한 부분들이 국민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지더라도 깨끗하게 패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라며 "노무현대통령도 반칙을 하지 말자고 했는데, 이런 기본적인 상식의 문제를 국익 때문에 이해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하는 것은 상당히 곤란하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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