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7월중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시사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발언에 “북한은 회담에 복귀하지 않는 구실을 만들기를 좋아한다”면서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북한이 취소를 요구하고 있는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자신의 발언도 고수했다.
***라이스, “北, 회담 복귀않는 구실 만들기 좋아해”**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라이스 장관은 이날 예루살렘을 방문하는 도중 <폭스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그들이 6자회담에 돌아올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 구실을 만들기 좋아한다”고 말해, 전제조건을 내건 김 위원장의 7월 6자회담 복귀 시사를 '시간끌기'로 인식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오고 싶어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북한은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미국 등이 모두 일관된 목소리로 북한에게 '핵무기를 제거할 때'라고 말하는 것에 직면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어떤 사람을 어떻게 부르는 것이나 누군가가 북한정권에 관한 사실을 말하는 것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해, 김정일-정동영 면담에서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미스터 김정일'이라고 부른 것 및 이에 대해 김 위워장이 부시 대통령을 '부시 대통령 각하'라는 경칭으로 화답한 데 대해서도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취소 거부**
라이스 장관은 또 북한이 회담 복귀의 조건으로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자신의 발언을 취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북한 체제의 본질은 자명하다고 생각한다”며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주변국들과 국제사회로부터 그들이 원하는 존경을 얻고 끔찍한 경제 상황에 도움을 받는 유일한 방법은 핵무기를 포기하는 전략적 선택을 내리고 6자회담에 돌아오는 것”이라고 말해,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 핵무기 포기를 선언하기 이전에는 아무 ‘당근’을 제시하지 않을 것임을 재차 분명히 했다.
그는 또 “북한이 6자회담 날짜를 정할 준비가 될 때 우리는 들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회담 날짜가 잡히기 전까지는 6자회담은 열리는 것이 아니다'라는 미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와 관련 AP 통신은 “미국은 김정일 위원장이 날짜를 정할 필요가 있고 핵 협상과 관련한 보다 구체적인 약속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함으로써 북한의 제안을 간단히 일축해 버렸다”고 해석했다.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은 라이스 장관 발언에 대해 "북한은 여지껏 핵문제를 둘러싼 6자회담 복귀조건으로 미국의 적대정책 포기를 요구해 왔던만큼, 라이스장관의 발언은 북한의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일 "한미정상회담후 탈북자 만나니, 부시 본심 알수 없다"**
라이스 장관의 이같은 냉랭한 반응은 '미국의 진심'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 북한을 재차 자극,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불투명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17일 면담에서 정동영 통일부장관에게 미국의 진심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밝히면서 미국이 대북 협상에서 일관된 입장을 취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면담과정에서 북측 고위 당국자들이 "10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고 김 위원장을 미스터로 호칭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회담 직후 탈북자 출신인 강철환씨를 만나 북한 인권문제를 언급하는 모순을 지적했다"고 전하며 "이들은 어느 쪽이 부시 대통령의 진심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도 정 장관에게 이런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국의 보다 구체적인 반응은 현재 한국을 방문중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한국 정부 관리들로부터 남북 면담 결과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듣고 귀국한 뒤 나올 것으로 보일 전망이다. 그러나 라이스 장관과 미 국무부 관리들의 반응을 통해 볼 때 미국은 북한에게 회담 날짜를 못박으라는 '압박'을 계속 가하는 형국이어서, 오는 21일부터 서울에서 개최되는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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